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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190 vote 0 2003.02.21 (21:31:31)

신기남의원의 토론하는 자세는 참으로 보기좋다. 그러나 반론을 읽어보니 의원들의 자질에 대한 회의가 든다. 어제 오마이뉴스를 보고는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 해명을 보니 더 걸작이다. 확실히 문제가 있다.

장신기님을 비롯해서 충분한 성토가 있었으므로 반론은 않겠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북인식에 있어서 우리 내부에서 이 정도의 공론은 형성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의미이다.

대북 경제제재 효과없다.  

대북한 경제제재는 지난 수십년간 계속해 왔지만 효과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쿠바에도 효과가 없었고 이라크 역시 효과는 없었다. 원래 경제제재는 효과가 없다.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희망에 의해 움직여지는 동물이다. 절망은 인간을 움직일 수 없다.

정답은 나와 있다. 신뢰다. 그 신뢰를 축적해가는 과정에서는 『당근과 채찍』이다. 순서를 매기자면 선당근 후채찍이어야 한다. 당근 맛을 보지 못한 말에게 채찍은 통하지 않는다. 나중 경제제재를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먼저 충분한 경제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근이 먼저고 채찍은 나중이다.

현재 북한의 경제는 한마디로 무(無)다. 없다. 없는데 뭘 제재하지? 뭐가 하나라도 있어야 제재할 것이 아닌가? 우리가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고 있다면, 전력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전력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제재할 수 없다.

지난 50년간 미국은 북한에 사실상의 경제봉쇄를 해왔다. 그 제재의 강도에 비례해서 우리의 통일비용이 증가된다. 지금 북한을 제재한다는 것은 미래의 통일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의미이다. 고스란히 우리 후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금도 미국은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 지금도 미국은 통일비용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우리 한민족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목이 졸리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숨이 막힌다. 이 고통이 비단 나에게만 느껴지는 고통일까?

경제제재는 통일비용의 증가를 의미할 뿐

핸들이 있다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작 우리의 손에 그 핸들은 쥐어져 있지 않다. 먼저 북한에 그 핸들을 심어야 한다. 핸들을 심는 방법은 경제지원이 유일하다.

결론은 단순하다. 현재 우리는 북한을 제어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먼저 북한을 제어할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그 다음에 적절한 룰을 정해야 하고 그 룰에 따라 제어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어할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관계를 맺어야 하고 관계는 문화적인 방법과 경제적인 방법, 정치적인 방법이 있다.

먼저 문화교류와 경제교류가 진척되어야 하고, 그 교류가 이루어지는 정도에 발맞추어 정치적인 관계, 곧 룰이 정해져야 하며 그 룰을 어길 때 제재가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룰을 먼저 정하자는 의견이었고 먼저 룰을 정하는 방법은 일괄타결이었다.

필자는 일괄타결에 회의적이다. 이유는 일괄타결할 구체적인 내용이 사전에 확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셋방을 계약해도 보증금이나 선도금이나 건네져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일괄타결해서 북한에 실익이 없다. 주는거 없고 받는거 없이 서류와 도장만 놓고는 거래가 안된다.

정치적인 약속은 어기면 그만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합의가 있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핸들이 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판단의 준거가 될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보증금이나 선도금이 건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룰이 먼저냐 게임이 먼저냐?

게임을 하다가 반칙이 나온다. 반칙이 도를 넘으면 그때 가서 룰을 정할 것이냐 아니면 먼저 룰을 정해놓고 게임을 할것이냐이다. 언뜻 보면 먼저 룰을 정하고 게임을 하는 것이 순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프로야구 이야기고 정치는 그렇지 않다.

룰을 정할 수 없다. 그 게임내용이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구를 하는지 야구를 하는지 불분명하다. 어렵더라도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코스로 가야한다. 부분적인 실패를 감내하면서 부지런한 피드백을 통한 단계적인 궤도수정으로 가야한다.

뭐가 하나라도 이루어져야 그것이 선례가 되고, 기준이 되고, 척도가 되어, 후속의 계약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그 선례를 근거로 일괄타결할 몸값이 정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남이나 북이나 일괄타결하자고 목청만 높이고 눈치만 보면서 배팅은 못하고 있다.

살아보고 결혼할래 결혼하고 살아볼래?

요즘은 살아보고 결혼하는 부부도 많다. 일괄타결은 맞선보는 자리에서 도장부터 찍자는 것이다. 이거 안된다. 정치적 일괄타결 될 거 같지만 막상 해보면 잘 안된다. 평화협정 잘 안되고 정상회담 파토났다.

먼저 충분한 경제교류를 한 후에, 그 교류가 제대로 진척이 안된다면, 그때가서 경제교류가 안되는 이유들을 노출시키고, 그 노출된 이유들에 대응하여 순발력 있는 정치적 타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도장찍고 살려하면 꼭 나중에 부부싸움 난다. 먼저 살아보고 하나씩 맞춰가는 수 밖에 없다.

북한은 남북공조로 돌아오고 미국은 한반도에서 손 떼라.

북한이 미국과의 큰 거래에 집착하는 한 진도 안나간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자국의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드는 한 답이 안나온다. 북한은 남북공조로 돌아와야 하고 미국은 한반도문제를 자국의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여러가지 논리들이 있고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그러나 다 실패했다. 지난 50년간 별짓 다 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북한도 미국도 그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봉쇄를 통한 북한붕괴작전은 실패했고, 북한의 핵위협을 통한 벼랑끝외교는 실패했다. 그만큼 해봤어도 안되면 그만 포기해달라는 이야기다.

정답은 남북공조다. 우리가 줄 것은 경제지원이고 북한이 내놓아야 할 것은 주도권이고 대신으로 얻어갈 것은 경제적 실리다. 우리가 물주니까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이건 거래가 된다. 서로가 이익을 보는 게임이다. 거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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