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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겁쟁이들이 문제다.

NL이니 PD니 하며 또 한판 붙었는가 본데.. 고슴도치처럼 털을 ‘뽀짝’ 세우는 자도 있고, 고양이처럼 꼬랑지를 잔뜩 치켜든 자도 있다.

뱀처럼 독이 올라서 하악 하악 하고 하악질을 해대는게 사납고 살풍경하다. 그들이 극단적인 태도로 기운다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에 패배했다는 증거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겁이 많아서 그렇다. 겁쟁이들의 특징은 눈을 감고 주먹 휘두르는 거다.

사태는 진행중이다. 베팅 찬스는 아직 두어번 더 남아있다. 촉각은 곤두세우되 긴장은 풀어야 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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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원래 스트레스에 강하다. 워낙 최루탄에 단련되고 시위에 단련되어서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 안한다. 일본이라면 난리 난다.

여론조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도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여보자”는 한국인 특유의 이중심리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균형감각이고.

아슬아슬한 균형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이 작은 위기를 미리미리 드러내어 사전에 거르고 넘어가게 하기 때문에 오히려 큰 위기에 강하다.

말하자면 조중동의 참여정부에 대한 지나친 까탈이 역설적으로 큰 위기 때는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워낙 털어대서 나올 것이 다 나왔기 때문에 악재는 대략 주가에 반영되었다 치고 이제 더 나올 것이 없다는 믿음이 있다.

한국인들은 핵사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사재기도 없고 비행기 표 끊는 사람도 없다. 주가도 회복되고 있는 편이다.

하루전 까지 김일성과 회담한다고 흥분했다가 김일성이 죽자 돌연 태도를 바꾸어 일을 망쳐놓은 영삼이 때를 생각해보자.

정부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냉온탕을 오락가락 하면 진짜 라면 사재기 하는 사람 나온다.

공성진이 망언도 있지만.. 이회창이라면 벌써 서해교전 수준의 무력충돌 일어났다. 노무현이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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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이러한 성숙함이야 말로 참여정부 최고의 수확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면 국민도 흔들린다. 한국인의 성숙함은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정부의 의연함에서 오는 것이다.

아직도 박녀 찾고 멍박이 찾는 꼴통들이 있지만.. 그래도 큰 선거에서는 뭔가를 보여준 저력의 한국인들이다. 그 한국인을 믿어야 한다.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 한국인들의 수준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 보다는 높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바른 예측을 할 수 있다.

위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심리, 아슬아슬한 균형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실제보다 저평가 되고 있을 뿐 아주 바닥은 아니다.

문제는 의연하게 버티면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시민단체나 지식인들이 더 겁먹고 쫄아서 방방 뜬다는데 있다. 이 정도 파도에 마치 태풍이라도 만난듯이 허둥대는 민노당의 자중지란.. 정부보다 못하고 우리당 보다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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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꼴통들이야 원래 그런 인간들이니 따로 논할 거 없고. 일부 좌파 지식인들의 호들갑이 문제다. 우리가 그들을 진정시켜야 한다.

원래는 지식인들이 나서서 국민을 진정시켜 줘야 하는데.. 일이 거꾸로 되어서 지금은 국민들이 나서서 지식인들을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들은 불안해 한다. 제도 뒤에, 혹은 시스템 뒤에, 혹은 이념 뒤에, 정파 뒤에, 혹은 물리력 뒤에 숨으려고만 한다. 그들은 인간을 믿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타인도 믿지 않는다.

이들은 소대장이 사격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용감하게(?) 쏘아대는 자들이다. 결국 적에게 위치를 노출시켜 패전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서프 일각의 논쟁도 그렇고 민노당 내부의 분란도 그렇다.

핵사태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념 뒤에 숨으려고 하지 마라. 논리 뒤에 숨으려고 하지 마라. 세상이 이론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못은 오판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군중을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위기가 닥치면 지도자를 잃은 군중은 난폭해진다.

이들이 난폭한 군중으로 돌변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일이 최우선의 가치다. 그런데 좌파들은 지금 스스로 난폭한 군중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위기가 아니다. 적을 물리치는 일보다 적이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총을 쏘아대는 조갑제를 단속하는게 먼저다.

99프로 나빠졌어도 1프로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핵사태는 우리에게 위기이면서도 기회다.

위기 뒤에 찬스온다

하수는 패를 맞춰서 먹고 고수는 상황을 맞춰 먹는다고 했다. 핵사태는 말하자면 아주 안좋은 패가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고수라면 좋은 패를 들고 죽을 때도 있고 안좋은 패를 들고도 크게 먹는 판이 있다.

아직 두어번 더 베팅 찬스가 있는데 벌써 깨갱 해서야 되겠는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적당히 블러핑을 해줘야 한다. 입으로는 단호한 징벌을 천명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중국을 끌어들이고 미국을 무마하는 것이 맞다. 노심근심 사이에 일부 불협화음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내부적인 불일치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대외적으로 물타기 하는 것이 고수의 역할분담이다.

다행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는 거다. 이회창이라면 벌써 무력충돌 일어났을 거다.

우리의 복심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을 통제하는데 성공하면 최악은 면할 수 있다.

진보가 이것 밖에 안 되나

민노당의 자중지란.. 진보가 이것 밖에 안되나 하는 쓴웃음을 낳게 할 뿐이다. 핵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터.

역사가 진도를 나가주는 것이 더 근본의 문제다. 핵이 나쁜 이유는 그것이 핵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 아니라.. 핵문제가 결국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에 말려드는 결과로 되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최선은 중국과 미국을 적당히 경쟁시켜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고, 최악은 한국과 북한이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을 해서 쑥대밭 되는 것이다.

김정일이 나쁜 이유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용병을 뛰고 있는 셈으로 되기 때문이다. 본질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공연히 북한을 트집잡아 까탈을 부리는 것인데.. 김정일이 괜히 겁 먹고 쫄아서 오바한다.

결과를 보라. 중국과 러시아가 카드를 하나씩 더 손에 쥐게 되었다. 그들이 개입할 빌미를 자꾸만 만들어주는 것이다.

북한이 독자적으로 핵을 가질 이유는 없고.. 결국은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에 어리석게 말려든 것이다. 정 안되면 중국과 러시아를 위해 용병장사 하겠다는 건데.. 박정희가 월남에서 5천명 목숨 팔아먹은 것이나 북한이 핵으로 버티면서 중국에 기름을 얻어 쓰는 것이나 같다.

북한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개방하다가 친미로 돌아서면.. 압록강에 미군이 주둔하는 수가 생긴다. 중국은 그걸 막아야 한다. 그러니 북한의 의도적인 위기조성은 중국을 위한 용병 역할이다.

이게 본질이다. 반핵이냐 아니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의 충돌이라는 본질을 보아야 한다.

일전에 위도 핵폐기장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반핵하던 진보인사들 북핵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다. 그게 현실이다.

이들은 지나치게 원리에 집착한다. 핵도 그렇고 반핵도 그렇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카드에 불과하다. 승산이 있으면 베팅을 해보는 거고 승산이 없으면 카드를 접는 거다.

지나치게 반핵에 몰입하는 것은.. 눈 감고 주먹 휘두르는 겁쟁이들의 방식이다. 방폐장 반대는 박녀와 멍박이의 개발지상주의를 저지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반핵을 위한 반핵이 아니어야 한다.

북핵에 대한 반대도 중미의 고래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새우의 지혜여야 한다. 맹목적인 핵반대는 눈 감고 주먹 휘두르는 것이다.

반핵 보다 더 상위의 가치가 있다. 눈을 똑바로 뜨고 그걸 봐야 한다. 핵이니까 무조건 반대한다는 PD나.. 방폐장 때는 거품 물다가 북핵에는 벙어리된 NL이나.. 눈 감고 허공에 주먹 휘두르기는 마찬가지. 눈을 뜨란 말이다.

이념 뒤로 도피하지 말고 원리주의를 방패막이로 내세우지 말라.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화위복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작은 확률이라도 포기하지 말라.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하나의 문제이고.. 문제를 해결함은 실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끄러운 뱀장어 반기문처럼 유들유들하게 빠져나가면 된다. 체면은 좀 구기게 되겠지만.

왜 이념이 필요한가?

이념이나 원리주의 혹은 진영논리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진영논리가 있기 때문에 군중이 폭도로 변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이념도 없고, 원리도 없고, 진영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위기가 닥치면 군중은 삽시간에 폭도로 변해버린다. 지금은 그래도 입으로 싸우고 있다.

이념이 없으면 입으로 안 싸우고 처음부터 바로 주먹으로 싸우게 된다. 말하자면 NL과 PD가 그나마 입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 주먹으로 싸우는 사태를 막아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수구꼴통들도 마찬가지. 겁먹은 꼴통들이 아직은 폭도로 변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조중동과 박녀의 지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이 없다면? 한나라당이 없고 조중동이 없다면? 저들은 삽시간에 폭도로 변한다. 그들은 겁쟁이들이고 겁쟁이들은 핵이 너무나 무섭기 때문이다. 자다가 오줌 지리는 자들이 사고를 안 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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