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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060 vote 0 2006.12.26 (18:19:09)



(서프에 기고하지 않습니다.)

모병제냐 징병제냐 하는 문제로 글을 청한 분이 있었는데.. 이 문제로 칼럼을 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 자칭 군사전문가 지만원의 얼굴도 생각나고.

안보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인데... 그 만약에 만약에 만약이 끝도 없다. 조중동 마인드를 가진 토론상대가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작전으로 물고늘어지면 대화가 안된다.

안보는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가 결단할 문제다. 대화와 토론의 정치가 아니라 신념과 결단의 정치가 필요한 분야가 안보다. 외교도 그렇고. 그러므로 자칭 군사전문가의 숫자놀음 박학다식은 필요없다.

징병제나 모병제나 각기 장 단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민주정체와 연관시켜 징병제를 찬성한다. 그러나 첨단무기를 다루어야 하는 현대전의 특성으로 볼 때 절충형이 낫지 않는가 싶다.

모병은 결국 용병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것이 서구의 역사에는 자연스럽지만 우리 역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전술 위에 군림하는 최강 최후의 전술은 인해전술이다. 그 전술을 쓰는 지구에서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그 중국을 옆에 끼고 살아온 나라가 가엾은 우리나라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 징병제가 맞다. 역사와 전통으로 볼 때 그러하다.

서구에서 용병을 쓰는 이유는 그들의 이웃에 중국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구식 민주주의와 한국의 민주주의가 개념에 차이가 있다. 정치는 곧 전쟁이다. 무엇으로 전쟁하는가?

서구의 시민권 개념이 납세의 의무와 연결되어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쟁에 참여할 권리를 획득함으로써 시민권 개념이 얻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건 조선시대부터 그랬다.

용병으로 가면 전쟁을 쉽게 벌이고 쉽게 끝낸다. 왜? 돈이면 다 해결되니까. 미국도 징병제였다면 제 자식 군대 보내기 싫어서 의원들이 전쟁을 반대했을 것이다. 석유장사가 돈이 되니까 돈으로 전쟁을 하는 것이 모병제다.  

그런데 현대전의 특성상 전차라든가 최소한 3~4년은 복무해야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장비들이 많다. 전차병이 2년만에 교체되고 새로 들어온다면 전력손실이다. 공군이나 해군도 마찬가지고.

개인적으로는 징병제 골간을 유지하되 복무기간을 줄이고 직업군인을 늘려서 군을 현대화 전자화 첨단화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전면전쟁이 벌어지면 병사의 자질이 중요하다. 대학교육을 받은 한국병사는 세계최고의 자원이다. 국군은 전원이 소대장 자격이 있다. 미군보다 병의 질이 훨씬 높다. 미군과 국군이 같은 무기로 붙으면 병의 자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국군이 쉽게 이긴다.

왜인가? 현대전에서는 용감무상한 병사의 돌격보다 지휘관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르고 돌발행동을 하지 않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이차대전 때 - “자네 영웅이 되고 싶지 않나? 적의 토치카를 파괴하고 오면 철십자 훈장을 받을 수 있다네.”

현대전이라면 이런게 안 통한다. 625식 각개전투 따위는 21세기에는 사실이지 쓸데없는 것이다. 교범 외의 돌출행동을 안 하는게 더 중요하다. 전략은 참모부에서 꾸려지고 병은 각자 제 위치만 충실히 지키면 된다.

용감한 소년병의 돌격은 나폴레옹 시절 이야기고 요즘은 집에 아내와 자식이 있는 병사가 신중하게 잘 행동한다. 적을 죽이자고 용감하게 돌격하면 지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고향에 돌아가서 가족과 만나자고 생각하면 이긴다. 현대전은 그렇다. 살아남는게 이기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국군이 세계최강이다. 다만 전면전쟁의 가능성이 없는데 세계최강의 사병을 두어서 그 소대장급 우수한 병사들 가지고 무엇을 할것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세계최강의 사병보다는 전차를 잘 다루는 3년 이상 숙련된 베테랑 병사가 필요하다.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복무기한을 단축하고 징병제의 골간을 유지하되 직업군인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이 문제를 두고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타령하는 조갑제 지만원류 자칭 군사전문가와 논쟁한다는 것은 인생의 낭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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