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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시민K (shiminK@freechal.com)
2002/10/28(월)

이회창 후보, 고아들에게 어머니 자랑.. ^^


지난 봄이던가, 여고 교실에서 1일 교사로 강의를 하다가 터져나온 이회창 후보의 '빠순이'발언은 그의 현실인식이 이 땅의 실제 현실에서 한발을 뗀 상태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그에게 '빠순이' '따위의' 비참한 현실은 그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인 것이다. 그는 그런 '비현실'을 참모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들으면서 귀로 '경험'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격언이 이럴 때면 한참을 겉돈다.

그러나 듣는 것으로만 경험하는 '현실'은 기실 '현실'이 아니라 '조작된 현실'이다. 그는 '들은 현실'의 일부들을 머리속에서 조합(혹은 퍼즐맞추기)하여 하나의 '가상 현실'을 만들어 낸다. '가상 현실'은, 실은 '조작된 현실'이다. 그러므로 실제의 현실과는 필연적으로 맞닿을 수 없는 거리를 형성한다. 그의 머리 속에서 '조작된 현실'과 '실제 현실'이 결코 닿지 않을 평행선이라는 것을 27일 그는 다시 한번 입증해 주었다.

기사에 의하면 그는 지난 27일(토), 이른바 '소외계층 감싸기' 행보를 지속하는 차원에서 서울의 한 고아원을 방문했다. '고아'는 '부모'가 없는 불쌍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고아'가 된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들에게 '아버지', '어머니'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부모'는 '부재'가 아니라 '무존재'인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후보는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이 후보의 발언 내용을 기사를 통해 그대로 옮긴다.

“어린이 여러분,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만 어머니가 계세요. 그런데 요즘 편찮으셔서 어제 부산 갔다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도했어요.어머 니는 고마운 분이에요.”

발언의 요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나에겐 어머니가 있다."
다른 하나는, " 어머니는 고마운 분이다."

"편찮으셔서 ~ 기도했다"는 발언은 그의 비서진의 변명마따나 그의 '효심'을 드러내는 말일 수 있지만, 고아들에겐 "나에겐 어머니가 있다"라는 말보다 한층 더 비현실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부모가 없는 고아들에게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결과적으로 고아들의 현실인 '부모 없음'을 한 번 더 인식시켜준 셈이다.. 그들 중에 '저렇게 늙은 할아버지도 어머니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부모님이 왜 없을까'라는 아이가 없었길 바랄 뿐이다.

어머니는, 자식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고아들에게 있어서는 경우에 따라 증오와 저주의 되기 십상이다. 최소한 원망의 대상인 것이다. 고아들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존재 없음'이란 앞으로 그들이 살아 나가야 하는 척박한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약점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어머니는 고마운 분이다'라는 이 후보의 발언은 되려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공격적인 발언인 것이다.

그 아이들이 이 후보의 발언에 거부감을 갖지 않을 만큼 어린 아이들었다는 게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글은 이 후보의 움직임이나 발언을 사사건건 트집잡는 차원에서 쓰는 것이다. 다만, 그의 현실인식의 결여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와 있는가를 되짚어 보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다. 그의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그가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대선 행보인 그의 '서민행보'가 실은 기만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만을 부각시켜 줄 뿐이다. 나는 '기만적인 대통령'이 집권하는 나라를 원치 않는다.

시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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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고아원방문 소외계층 감싸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27일 서민 이미지 제고와 함께 소외계층을 파고 들었다.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외계층과 서민층에 관심을 갖는 ‘ 낮게,넉넉하게’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점퍼 차림으로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와 함께 서울 양 천구 신월동의 ‘SOS 어린이 마을’이란 고아원을 찾았다.이곳에서 그는 올 림픽·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의 봉사단체인 ‘함께 하는 사람들’의 회 원 장윤창(배구)·전이경(쇼트트랙)씨 등 20여명과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기 계로 면발을 뽑아 손수 자장면을 만들어 1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일일이 나 눠줬다.

이 후보는 “어린이 여러분,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만 어머니가 계세요. 그런데 요즘 편찮으셔서 어제 부산 갔다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도했어요.어머 니는 고마운 분이에요.”라고 말했다.이와 관련,당 주변에서는 “인사말 자 체는 효성이 가득한 내용이지만,고아들 앞에서 어머니 얘기를 한 것은 적절 치 않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이 후보는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떠났 으나 한인옥씨는 어린이들과 자장면으로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김상연기자 carlos@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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