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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염은 얼른 뛰쳐나가서 동태 물먹여라'

잡담으로 봐주십셔. 그치만 원래 진담은 농담처럼 하는게 맞잖수. 하여간 이런 점들을 궁금해 하는 분도 있어서 말이우다. 나는 일단 이해찬, 강금실, 손석희, 정운찬, 유시민 순으로 보고 있소.

그 외에 플러스 알파도 있을 수 있겠소. 정치란 것이 워낙 알 수 없는 것이니.

이해찬이 1순위인 이유는 포지션이 좋아서이오. 역학관계로 볼 때 DJ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오. 노무현과도 좋고. 지역도 좋소. 머리도 좋고 깡다구도 있소. 하나 흠이 있다면 본인의 의지가 약하다는 점.

강금실이 2순위인 이유는.. 사람이 진심을 함부로 내보여서 안되는 이치이기도 하고.. 아끼는 카드는 바람 안타도록 숨겨놓는 것이 맞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여간 결정적으로 정동영과 이명박을 순차적으로 격파하는 데는.. 가장 확실한 카드로 보오.

강금실은 차기와 차차기도 가능하오. 반드시 이번에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잖수. 강금실의 약점은 나설 경우 누군가와 제휴를 해야만 한다는 점. 앞서 치고나가기는 어렵고 반박자 늦추어야만 일이 되는 스타일이오.

강금실은 노무현이 이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듯 할 수는 없소. 유시민이 악역을 대신해준다든가 하는 식의 보조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 유시민은 치고 강금실은 말리고.. 이게 좋소.

손석희를 대권주자로 보지는 않지만.. 박원순 등 기타 인물 중에서 고르라면 아무래도 손석희요. 그 이유는 이 인간의 발언 하나하나가 너무나 정치적이기 때문이오. 그것도 고수 수준에서 말이오.

정치는 원래 복잡하오. 단기적으로는 왼쪽이 맞는데 장기적으로 오른쪽이 맞다든가 혹은 원칙적으로 이쪽이 맞는데 현실적으로 저쪽이 맞다든가.. 이쪽이 옳지만 이쪽을 강조하면 되려 역효과가 나므로 일부러 저쪽을 미는 척 돌려치는게 맞다든가 하는 식으로 꼬여있소.

고도의 복잡한 방정식이오. 이중나선구조의 꽈배기 상황을 당하면 보통은 패거리 논리로 도망가오. 그게 일단 안전하거든. 특히 강단의 교수나 재야인사들이 그렇소. 용기있게 진실을 말하는 이는 없소.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들처럼 얼굴에 철판깔고 뻔뻔모드로 밀어붙이거나.

근데 손석희 이양반은 이 경우 기특한 페인트 모션을 쓴다 말이오. 원칙대로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해버리고는.. 곧 다른 화제를 발굴하여 그쪽을 부각하는 방법으로 타개해 나가는 기술을 쓰는데 이건 굉장히 머리를 굴려야 하오.

보통 사람이 이 정도로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서 식은 땀이 난다오. 손석희 만큼 정치적으로 말하는 인간을 나는 본적이 없소.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바른말을 해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고도의 호흡조절, 강약조절, 수위조절, 타이밍조절, 우선순위 판단이 있소.

● 손석춘 - 패거리 논리 뒤에 숨는 겁쟁이
● 손석희 - 어떤 경우에도 타개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베테랑

보통 사람이 손석희처럼 말하려 하다가는 반드시 병이 난다오. 고건처럼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 몸져눕게 되오. 어쨌든 손석희의 발언은 패거리 논리로 도망가는 재야인사나 강단의 교수들 혹은 오마이뉴스들과 다르고 얼굴에 철판 깔고 가는 정치인들과 다르고..

하여간 자기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개발해놓고 있소. 출마는 않겠지만 지켜볼만 하오. 이 양반이 어디에 써먹을라고 저런 고도의 초식을 개발해놓고 있는지.

정운찬 이 인간도 다분히 껄떡쇠인게 괜히 행사 쫓아다니고 강연이나 다니고 하는 것이 권력욕이 있는듯 하오. 일단 킹메이커 하다가 나중 총리를 노리는 수순이 아닐까.

유시민은 마음 비운 사람이라서 기대할 것 없소. 이해찬이나 강금실을 멀리서 돕지 않을까 하오. 성질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누군가 난국을 타개하고 활로를 개척해줘야 할 때..

상황이 교착되어 다들 유시민 얼굴만 쳐다보고 눈만 꿈벅꿈벅 하고 있을 때 ‘아 쓰바 나밖에 없나’하고 팔 걷어붙이고 나서게 되는데.. 그 경우 대통령 후보는 날아간 거죠.

대통령이 되려면 얼굴이 두꺼워야 되는데 유시민은 낯짝이 얇소. 아직은 거북선 지휘하는 돌격장이고 대권은 한 10년 더 내공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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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이 안되는 이유는 근태 동영이 의지가 없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오. 이들의 본심은 상대방이 신당 못하게 견제하는데 있소. 특히 김근태는 신당을 하자는게 아니라 정동영이 독식할까봐 초를 치는게 목적.

그걸 알기 때문에 염동연, 천정배가 먼저 뛰쳐나가려는 것이오. 먼저 나가서 동영, 근태 두 사람에게 동시에 초를 치겠다는 거요. 결국 주도권 싸움인데. 지금은 신당을 위한 신당운동이 아니라 라이벌을 치기 위한 위장신당운동이오.

● 동영 - 먼저 나가고 싶지만 나가면 죽는다.
● 근태 - 나갈 생각 없지만 동영이 못 나가게 옆에서 비빈다.
● 천염 - 먼저 나가서 동태가 못기어나오게 초를 친다.

결론적으로 동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서 사수파가.. 오른쪽에서 천염파가 조이는 형국이 되었는데.. 지금 정동영이 고건효과로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김근태가 먼저 태도를 바꾸지 않을까 싶소.

그치만 김근태는 워낙 고문관이기 때문에.. 누구든 김근태를 데려가는 쪽은 만사휴의가 되오. 김근태는 막판에 따라오라고 하고.

결론적으로 3개로 쪼개질 것이오. 각자 정확한 가격이 매겨져야 하오. 각자가 정확히 자기 분수를 파악한 다음에.. 누가 머리가 되고 누가 꼬리가 될지를 결정할 수 있소. 결론적으로 사수파가 머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거요.

11개월 남았는데 서두를 것 없소. 3월이나 4월 쯤 가서 1차로 김근태 나가떨어지고.. 6, 7월 쯤에 일단 정동영이 대세를 잡고 제 2의 이인제 노릇을 하면 9, 10월에 반격 들어가서 11월 하고도 하순에 승부를 내는 것이 좋소.
  
유연한 쪽이 이기는 법이오.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 결정권을 먹소. 그치만 유시민이 가세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것이 좋소. 일단은 시간끌기. 큰 싸움은 올 11월에나 가야 판이 무르익을 것.

먼저 초조해지는 사람이 백기들고 나가떨어질 것.

이명박은 7, 8월 쯤에 뉴라이트와 조중동이 서로 싸워서 자멸할 것이오. 이들은 완전 생양아치들이니까. 그 주변에 함량미달 협잡꾼들이 너무 많소. 못 먹어도 고 하는 넘들이 득시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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