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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333 vote 0 2007.02.10 (22:58:06)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무관심한 것이 이 바닥 인심이다. 그래도 연예인의 죽음에는 제법 관심들을 가져준다. 고맙다. 그렇게 관심들을 가져주어서.

죽은 사람은 정치인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니고 지식인도 아니고 연예인이다. 우리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연예인 말이다.

농민이 죽으면 이유가 있고 가난뱅이가 죽으면 이유가 있고 정치인이 죽으면 이유가 있고 지식인이 죽으면 이유가 있고 예술가가 죽으면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이해해 버린다. ‘아 그 사람 그래서 죽었군’ 하고 고개를 끄떡끄덕 잘도 이해한다. 이해한 만큼 오해한 거다.

그러므로 농민은 죽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가난뱅이는 죽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오해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오해되고 만다. 서럽게도 말이다.

누가 한 인간의 죽음을 이해한다는 말인가? 실토하자면 나는 아직 예수의 죽음을 이해한 단 한 명의 기독교도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들은 너무나 잘 이해한다. 가롯유다 때문이지. 빌라도 때문이지. 헤롯왕 때문이지. 율법학자들 때문이지. 누가 한 인간의 죽음을 이해한다는 말인가?

연예인의 죽음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만인이 우러러보는 스타가 왜 죽는다는 말인가? 한 연예인의 죽음앞에서 인간들이 약간은 솔직해진다. 고맙다.

인간은 잘 죽는다. 약해서 죽는 것이 아니다. 아름답기 때문에 죽는다. 인간이 약해서 죽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죽어가는 그 사람 살리지 못한다.

인간은 잘 죽는다. 삶이 힘들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힘들어서 죽는다. 삶이 힘들어서 죽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죽어가는 그 사람 살리지 못한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라도 극적인 완전을 지향한다. 99프로 완전에 가까울수록 작은 오점에도 마음은 크게 뒤틀려 버린다. 큰 충격을 받는다.

모두가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인간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 시절 삶이 힘들었지 마음이 힘들지 않았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라도 소통을 지향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원하는 사람일수록 소통의 단절에 대한 좌절감은 커져만 간다. 실패하고 만다.

‘죽을 용기로 살지 왜그러나.’ <- 이런 충고는 최악이다. 이렇게 말하면 오기로 죽는다. 한 인간의 죽음이 존엄의 문제이지 용기의 문제는 아니다.  

‘어렵더라도 힘을 내게.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올거라네.’ 이런 충고도 좋지 않다. 그대는 인간을 오해하고 있다. 삶이 힘들어도 인간은 죽지 않는다.

소통불능. 대화가 단절 될 때 인간은 죽는다. 기막혀 죽고 서러워서 죽고 억울해서 죽고 분통터져 죽고 속상해 죽는다. 마음이 먼저 죽는다.

예수는 죽었다. 소통불능. 랍비들도 빌라도도 헤롯왕도 가롯 유다도 베드로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예수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수는 죽었다.  

한 탤런트가 죽었다. 아무도 그 사람 안쪽의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죽었다. 모두들 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만 들으려 하였기 때문에.

충고 하지 마라. 충고가 사람을 죽인다. 그대가 내게 어떤 충고를 하든 모든 충고는 소통불능 그 자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름답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야 한다. 존엄하기 때문에 삶은 돌봄을 받아야 한다. 소통하기 위해서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한다.

서울하늘은 보름째 재빛 안개가 가득하다. 그래도 얼음장 밑으로 소식은 들려온다. 봄은 저 만치 오고 있다. 햇살가득 안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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