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952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1842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 김동렬 2007-11-05 15314
1841 구조론의 용도 김동렬 2007-11-01 9877
1840 구조론의 착상 김동렬 2007-10-31 11438
1839 일단의 정리 김동렬 2007-10-29 11092
1838 왜 인문학이어야 하는가? 김동렬 2007-10-27 15076
1837 구조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7-10-25 14108
1836 학문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7-10-22 18999
1835 구조론 나머지 부분 김동렬 2007-10-20 12313
1834 여행 하지마라 김동렬 2007-10-18 14628
1833 원자론과 구조론 김동렬 2007-10-18 12279
1832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경지 김동렬 2007-10-16 13922
1831 영어와 한자의 학습원리 김동렬 2007-10-11 17211
1830 민주화세력의 성공과 실패 김동렬 2007-10-09 14215
1829 일치와 연동 김동렬 2007-10-07 14215
1828 분청사기의 충격 김동렬 2007-10-07 17058
1827 이오덕과 권정생에 대한 추측 김동렬 2007-10-06 17196
1826 정동영 딜레마 김동렬 2007-10-06 15449
1825 학문의 역사 보충설명 김동렬 2007-09-30 14089
1824 구조론은 건조한 이론이오. 김동렬 2007-09-29 12235
1823 개혁+호남은 옳은가? 김동렬 2007-09-29 14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