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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0056 vote 0 2007.05.31 (00:34:36)

“인간이 그립다”
‘이명박-박정희의 처세, 전두환의 인격, 김영삼의 능력’

언어에는 ‘언어의 결’이 있다. 먼저 어(語)가 있은 다음에야 분분한 인간들의 논(論)이 따르는 것이다. 이미 어(語)가 죽었는데 논객들의 논(論)이 무슨 소용이랴.

말하기 어렵다. 참으로 어렵다. 언어가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하되 앞뒤가 맞고 두서가 있고 조리가 서야 비로소 말이 될 터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이미 앞의 어(語)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뒤의 논(論)이 현란하게 전개된들 앞뒤가 맞을 리 없다. 재주있는 말꾼이라 할지라도 설득력있게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먼저 말을 살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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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나 5월이면 나는 말을 잃는다. 오월영령들의 죽음 -그 압도적인 무게- 앞에서 무력한 자 되어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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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고 생뚱맞고 황당하고 꼴사나워 못봐주겠는 것은 그런 중요한 일은 두고 모른 척 하며..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것이다.

전두환 좀도둑 위에 큰 도둑 박정희 두고.. 개그맨 이영자의 소소한 거짓말이나 나무란데서야.. 언어가 서럽다. 서 있던 언어가 못봐주겠다며 도로 누워버릴 일이다.  

전두환 시대.. 대학교수라는 양반, 시인이고 철학자라는 양반들이.. 강의실에서는 제법 민주투사라도 되는양 큰소리 땅땅 치다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고.. 황망한 발걸음 일으켜 전두환 도둑을 알현(?)하러 가서는.. 두어 시간 동안 경호원들에게 시달리며 얼차려라도 받는듯이 부동자세로 서서 기다리다가.. 막상 전두환 양아치의 용안(?)을 뵙자 감격하여 오줌이라도 지리려는지.. 사지가 뻣뻣해지고 입에서 말이 안나와서 벌벌 떨었다는 거.

지금도 다르지 않다. 시민단체의 수장이라는 사람들.. 청와대 방문해서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고.. 얼굴만 벌개져서.. 대통령 말씀 잘 듣고 청와대밥 잘 얻어먹고 돌아와서는.. 시민단체 사무실에 제 수하들 모아놓고 ‘내가 말야 노무혀이 앞에서 말이야. 호통을 쳐줬지. 당신 정치 똑바로 하시오. 으험! 이렇게 말야. 으하하하’ 이런 짓거리 하고 있다는거.

그때 그시절 전두환 앞에서 오줌지리던 그 인간들.. 그래도 지금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는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흘긴다는 양으로.. 전두환 양아치 앞에서 당한 망신을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되돌려주기라도 하려는듯이.. 기세좋게 거드름 피우며.. 헛기침 하며 어깨 힘 주고 당당하게 입장해서는.. 왜? 청와대 경호원들이 두 시간 동안 부동자세로 대기하고 서 있으라는 얼차려는 안주니까 그래도 제법 기가 살아났거든.. 전두환 앞에서는 오줌 지렸을 것들이.. 대통령과의 토론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오직 집으로 돌아가서 제 수하들, 시민단체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무용담을 들려줄 것인가만 줄곧 생각하다가.. ‘그래! 나는 누구처럼 대통령 훈계만 듣고 오는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지’ 하고... 기어코 말할 찬스를 잡아서는 눈 질끈 감고 한 마디 내지르고 오는 것이다. ‘마마 아니되옵니다. 측근들 물리치고 원로들의 의견을 수용하소서’ 목청은 제법 높였지만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똑같은 그소리가 그소리.. 이 원로나 저 원로나 하는 소리가 판박이.. 그렇게 그들은 평범한 우리들의 친구 노무현을 봉건시대의 전제군주로 만들어 놓고야 마는 것이다.

노무현은 이미 권위를 버렸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권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노무현의 권위와 싸운다며 허공에다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자기가 권력 앞에서 쪼니까 남들도 쫄게 만들어 제압하겠다고 헛기침 해대고 있다.

선비가 있어야 한다. 선비란 하느님 할애비가 와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그런 사람이다. 이 시대에 선비가 그립다.

일제-분단-전쟁-독재의 역사가 없었던 것처럼.. 태평성대에 아무 일 없는데 공연히 대통령이 일을 벌여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앞뒤의 맥락을 무시하고..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며 엉뚱한 소리 하는 최장집, 김석수류.. 저 비루한 인간들 하는 짓거리.. 정말 세상에 등 돌리고 싶어진다. 청산이 나를 부른다. 불러.

신문기자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담합해서 국민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자기네들끼리만 통하는 ‘몰상식의 상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라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다.

원로원의 귀족들은 원래 각 지방의 다양한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늘날의 상원과 같다. 전라도와 충청도와 경상도와 강원도와 제주도의 다양성을 중앙에 반영하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가지도 않아 귀족도 귀족시 귀족동 귀족마을 귀족씨 집안식구가 되어버린다. 다양성은 사라져 버리고 획일화 되어 버린다.

국회회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300여명은 지역과 직능을 대표한다. 이 나라의 각계각층의 다양한 세력을 저마다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속에 숨은 다양성이 우리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선출되기 무섭게.. 여의도구 여의도동 의사당씨 집안식구들로 변해버린다. 닝기리도 변하고 임종석도 변하고 정청래도 변한다. 유시민 하나 빼놓고 다 변했다. 그들은 이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세력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형님 동생’ 하며 한집안식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언론기자 집단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조,중,동이 다 다르고 한겨레 경향 오마이가 달라야 했다. 기자실에서 죽치고 앉아 기사담합 하는 한 그들의 다양성은 사라져 버린다. 그들은 점점 매트릭스의 스미스요원이 되어가고 있다.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쑥덕거리며.. 그들 끼리끼리 세계에서만 통하는 상식을 만들어내다가 서로 닮아버리는 것이나.. 좌파들이 밀실에서 쑥덕쑥덕 하며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몰상식의 상식을 만들어내다가 닮아버리는 것이나.. 수구들이 술집에서 시시덕거리면서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상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다.

걸핏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그들... 그들에게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버이(?) 같은 미국 어르신의 품에 안기고.. 형님같은 일본의 기술을 배우며.. 늑대같은 북한과 맞서는 것이 그들 수구떼가 아는 번듯한 나라다.

등 뒤에는 일본형님과 미국 어르신이 있다. 형님들 믿고 안심해도 된다. 앞에는 북한 웬수와 웬수의 후견인인 빌어먹을 중공과 소련이 있다. 냉전이다. 그 첨예한 대결의 한 가운데 어리고 어린 귀염둥이 한국이 있다. 이번에 잘 보여서 뒤에 계신 일본형님과 미국 어르신들에게 점수따야 한다.

이것이 그들 수구떼가 이해하는..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구도이다. 그들의 머리 속에 그려진 세상이 그러하다. 그러한 구조가 무너진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나라가 망하는 일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미 나라가 망한 것이다. 그것이 몰상식한 그들의 상식.. 술집에 죽치고 앉아 쑥덕거리다가 걸려버린 그들의 병.

국가란 무엇인가? 그들에게 국가는 삶의 보람을 찾게 해주는,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 그 무엇이다. 어떻게 보람을 찾을까? 애국해야 한다. 어떻게 애국하지? 빨갱이 때려잡아 뒤에 계신 일본형님과 미국어르신들에게 점수 따는 것이 애국이다. 그러한 구조와 질서의 체계가 국가다.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점수를 주시고, 회사에서는 사장님이 점수를 주신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어르신이 점수를 주신다. 인생은 점수다. 어디를 가도 항상 이끌어주는 담임과, 사장님과, 어르신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주인이 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구조를 잃어버린다는 것.. 앞에 가로막는 웬수 북한도 없고, 그 북한을 후원하는 웬수 중공도 없고, 공포의 시베리아 불곰 소련도 없고.. 형님 일본과는 오히려 맞서야 할 판이고, 미국 어르신의 돌봄에서는 이제 벗어나야 하고.. 그것은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다는 것.. 부모 잃고 자식 잃고 집도 잃고 절도 잃었다면 이미 망한 것이다. 나라가 망했다. 그들에게는.

최장집, 김석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매한 민중들은 지식인의 지도 안에서.. 따뜻한 지식인의 품 안에서 자라야 한다. 자각한 민중이 스스로 일어나 역사의 전면에 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것은 갓난 아기를 물가에 두는 일 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안돼 말려야 해. 노파심.

한국 어린이는 미국 어르신의 품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수구의 생각과 우매한 민중은 지식인의 품 안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은 같다. 그들은 선비가 아니다. 언제나 정신적으로 의존할 대상을 찾아 우르르 몰려 다니는 나약한 군중일 뿐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강한 개인이 아니다. 인간이 그립다.

인터넷 시대이다. 쌍방향 정보소통의 시대이고 어느 의미에서 직접민주정치가 부분적으로 가능한 시대이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왜 나폴레옹이 국민투표를 했겠는가? 그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대통령이 네티즌과 직접 소통을 꾀하는 것은 지금은 그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왜 큰 흐름을 보지 못하는가?

원칙과 상식.. 대통령은 상식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언어가 쓰러진 시대에 언어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다.

도무지 무엇이 원칙이란 말인가? 신문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껌붙고 찐드기 붙고 배맞추고 끼리끼리 붙어먹으며 자기네들만의 상식을 만드는 것이 우리시대의 상식인가? 진정 그것이 원칙이고 상식인가?

민주주의 시대에는 모두가 거리를 벌려야 한다. 양팔간격으로 벌려야 한다. 논객은 정치인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오프에서 무리짓지도 말아야 한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엉겨붙지 말아야 한다. 기자는 관료와 정치인과 유착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생각과 다른 입지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다양성을 살려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아는 원칙과 상식이다.

언어가 죽은 시대.. 상식 아닌 것이 상식 행세를 한다.

수구들의 상식이 있다. 좌파들의 상식이 있다. 특권집단의 상식이 있다. 아들이 술집에서 술쳐먹다가 줘터지고 오면 조폭이라도 동원해서 패주는 재벌의 상식도 있다. 재벌 나으리들이 전화라도 해오면 당연히 편의라도 봐드려야 한다는 경찰의 상식도 있다. 그것이 진정 상식인가?

당신네들이 상식이라고 믿는 것이.. 실은 배경이 다르고 출신이 다른 다양한 세력을 한 곳에 모아놓았더니 지들끼리 쑥덕쑥덕.. 죽치고 앉아 기사담합하며 잡탕이 되어서 다 똑같아져버린 결과가 아닌가?

이 시대에 상식이 아닌 것이 상식노릇을 하고 있으니 이미 언어가 죽은 것이다. 먼저 언어를 세우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상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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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에 가서 정치를 맡으면 무엇을 먼저 할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필야정명호(必也正名乎)’ 정명(正名)이 없으면 언(言)이 불순하고 언(言)이 불순하면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명(正名)이 첫째라고 공자는 말했다.

정명(正名).. 그것이 노무현의 원칙이다. 지금 정명이 없으니 언(言)이 죽었다. 죽은 언(言)을 되살려내는 것이 노무현의 상식이다.

이 시대에 정명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최장집의 민주주의와 나의 민주주의가 다르다. 정명이 행해지지 않아 언이 불순해진 거다.

최장집류는 대중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매한 대중을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기사 1930년대의 독일에서는 그게 말이 되었다. 2007년대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그렇다고 그들은 말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바로 그것이 우리 앞에 던져진 역사의 도전과 응전이다. 지금 용기있게 그 도전에 응해야 한다. 두려워 하랴?

지금 한국은 1930년대의 독일과 같은가? 그러므로 네티즌 대중이 새 정치의 전면에 나서면 안 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들이 그동안 노상 떠들어온 혁명이란 것은 대관절 무엇이었더란 말인가?

대중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려는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실험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당의 창당이 그 실험이었다. 그 실험에 한 번 실패했다 해서 멈춘다는 것은... 독립투사가 한 번 투쟁에 실패했다 해서 독립운동을 포기함과 같고.. 민주투사가 한번 시위에 실패했다 해서 포기함과 같다.

독립투사들은 35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다. 무수히 실패하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민주영령들도 포기하지 않았다. 50년간 무수히 좌절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네티즌 주도의 정치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포기하려는 자는 포기하더라도 꿈을 간직한 자는 계속 간다.

지식인들이 비루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세계사를 바라보는 너른 안목이 없기 때문이다. 아테네에서 직접 민주정치가 가능했던 것은 아테네에 유권자가 수 만명 안팎의 적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아테네에서 참정권을 가진 성인 남성 유권자의 인구가 백 만명을 넘었다면? 아테네 시민 백 만명이 뭉치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들이 파쇼적인 광기를 부리지 않았으란 보장이 없다. 그들은 민주적으로 사악한 침략전쟁을 결정했을 것이다. 원숭이 부시도 선거로 당선되어 민주적(?)으로 침략을 결정했듯이.

무엇인가? 역사이래 그리이스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국가들에서 성공적인 민주주의 모델을 만들어온 예는 무수히 많다. 네덜란드의 상인들, 베네치아의 장사치들, 영국의 청교도들, 미국의 개척자들.. 그들은 모두 변방의 작은 곳에서 소박한 민중들의 세상을 열어젖히는데 성공했다. 작고 이상적인 공동체모델을 만들었다.

그들은 지식인이 아니라 민중의 주도 하에 참여정치를 실험했고 성공했다. 물론 그 규모는 작았고 그 성공의 시기는 지극히 짧았지만.

반면 중국의 모택동, 러시아의 레닌, 프랑스의 나폴레옹, 독일의 히틀러.. 이들은 대륙의 지배자들이다. 대륙에서 파시즘이 폭주하는 원인은? 대륙의 수 많은 다양한 민족을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이다.

대륙은 넓다. 언어가 다르고 민족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소수 집단이 그들 다수를 통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폭주한다.  

적은 숫자의 일본 관동군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4억 중국인을 용이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난징대학살의 야만이 자행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네티즌들이 노무현을 중심으로 뭉쳐 세계정복을 꿈꾸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조중동이 ‘빨갱이가 쳐들어온다’, ‘한국 조선업 망한다’, ‘경제 망한다’며 늑대소년질을 거듭하는 것이나 좌파들이 ‘신자유주의 때문에 나라 망한다’며 늑대소년 2호의 자리를 잽싸게 나꿔채는 것이나 본질은 같다.

그것은 자기네들의 힘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다. 그럴 때 특정인을 씹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마이크 한 번 잡아보려고 기를 쓰는 것이다. 자기네 소수의 힘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비관주의.. 그것이 파시즘의 본질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낙관.. 그것은 우리가 상황을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나는 한국인의, 서프의, 민중들의 수준과 역량을 믿는다.

반면 그들은 민중의 삶을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민중들과의 소통능력 부재 때문에.. 민중들이 광기에 빠진 난폭한 군중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혹시 노무현이 그 광기에 불을 지피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것이다. 무지가 병이다. 그들은 무지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성에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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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가? 소통이 있다. 소통이 본질이다. 만약 지구전체의 인구가 단 백명 뿐이라면 어떨까? 소통에 무리가 없다. 이상적인 민주주의 공동체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서로 간에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말이 통하지 않게 되자 상대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온갖 차별과 편견과 지배와 착취와 모욕이-상대방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된-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상주의를 향한 신념은 유지되어 왔다. 작은 규모의 부족국가는 어디에서든 민주적으로 운영되었다. 또 특정 계급 내부에서는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다. 신라의 화백들도 자기네들끼리는 민주적이었다.

그리이스의 아테네는 성인 남자 자유민들만의 민주주의였다. 거기에 여자와 어린이와 노예가 참여했다면? 민주주의는 붕괴되었을 것이다.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은 극소수의..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에, 같은 성별에, 같은 계급의 평등한 사람들 사이에 가능했던 것을.. 점차 넓혀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문명이 발전하여 그 평등한 공동체의 참여자 숫자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장벽이 만들어지고 소통은 어려워진다.

정복활동, 말과 범선과 수레를 이용한 이동기술의 발달, 종교의 전파, 문자의 보급, 금속활자의 발명,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소통가능성 역시 같은 비례로 확대되어왔다.

역사는 인구가 늘고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는 속도와.. 소통의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간의 경쟁이며.. 양쪽의 밸런스이며.. 소통기술의 발전을 반영하는 형태로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시스템이 창안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눈 똑바로 뜨고 대면해야 할 역사 앞에서의 도전과 응전이다.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도전과 응전의 임무가 주어졌다. 이러한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소아병에 사로잡혀서 대중과의 소통능력을 가진 노무현과 유시민의 인기나 질투하며 엉뚱한 소리나 하고 있대서야 될 일인가?

중세 암흑시대.. 유럽 전체가 암흑에 빠져 있었어도 피렌체는 홀로 빛났다. 르네상스의 등불이 거기서 켜졌다. 왜? 피렌체의 인구규모와 아랍과의 통로에 위치한 지정학적 구도가 적절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명은 항상 새로운 거점을 필요로 한다. 이 시대의 새로운 모델을 완성시킬만한 적절한 사이즈와 지적 수준과 소통의 역량을 갖춘 공동체를 찾아서.  

중국은 어떤가? 그들은 자기네 국가 내부에서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북경어와 광동어가 다르고 소수민족의 언어가 다 다르다. 근본적인 소통부재의 좌절감이 있다. 청나라 몰락 이후 100년 모색하다가, 이차대전을 전후로 50년 동안 토론 한 다음.. 크게 역사의 방향을 정하고.. 그것으로 부족해서 다시 10년 동안 문화혁명의 소란을 떨고.. 등소평의 백년대계를 채택하여.. 앞으로 백 년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밀어붙인다는 ‘만만디’의 계획을 세웠다. 역시 13억 인구의 중국다운 태도이다.

대란을 일으켜 대치를 이룬다. 대륙에 대국이므로. 내부에서 자기네끼리 소통이 잘 안되므로. 오래 토론해서 크게 한번 결정하고 결정한 다음에는 잘 바꾸지 않는다. 말이 안통해서 자주 바꿀 수 없다.

일본은 어떤가? 그들은 대륙과 외교해온 역사가 없다. 그들은 섬으로 고립되어 원래부터 왕따였다. 한번 뜻을 일으켜 대동아공영권의 꿈을 꾸어 보았지만 대륙의 다양하고 기묘한 인간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에 파시즘의 광기에 빠져 터무니없는 살육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들은 좌절했다. 대륙과는 등을 돌리고 미국이나 섬기며 자기네끼리 소박하게 살겠다는 작은 목표를 정했다.

그렇다면? 한국 밖에 없다. 우리가 새로운 문명의 등불 역할을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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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나라 이전에 번듯한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가 서야 나라가 선다.

백범의 회고.. 일제의 침략에 나라가 망해도 지금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글 배운 사람 중에서도 백에 한 둘에 불과하고 나머지 98은 아무 개념없이.. ‘청나라에 사대하나 새로 일본을 섬기나 뭐가 다르리?’.. ‘이야 저것이 일본에서 실어온 철마라는 놈인데 그놈 소리 한 번 우렁차다네. 구경가세’ 하며 넋 놓고 살더라는 것이다.

노무현의 리트머스 시험지에 98은 줄초상이 나버렸다. 그 많던 지식인들.. 백에 한 둘이나 겨우 사람 구실 할 뿐이다.  

젠장.. 최장집류가 꿈 꾸는 세상은 진정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아니다. 나는 다른 형태의 민주주의를 꿈 꾼다. 한국인들은 앞서가는 복지의 스웨덴에 배우고 잘난 철학의 독일에도 배우며.. 세계의 잘난 나라들 사이에서 어깨도 나란히 꼽사리 낀 동방의 작은 한 나라로..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 그들에게 귀염받으며 재롱이나 떨며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가 깊은 암흑 속에 잠들어 있을 때 유일한 등불이었던 피렌체가 되고 싶은 거다. 무리인가?

이명박.. 박정희의 처세와 전두환의 인격과 김영삼의 능력을 가진 자.. 정말 눈물난다. 눈물 나. 저런 것들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저들과 경쟁하며 민주주의를 하자고? 그게 최장집의 민주주의라면.. 난 안한다. 안해! 이명박근혜류.. 지진아는 계속 지진아짓 하게 놔두고 아는 우리끼리 진도나가야 한다. 그게 내가 아는 민주주의다.

우리에겐 앞을 가로막는 현실을 뛰어넘는 비약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면 지금 그 날개를 펼쳐야 한다. 역시 무리인가?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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