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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302 vote 0 2007.05.28 (14:40:05)

(개인적인 글입니다-기고하지 않는)


마주서기

세상이 있다. 인간이 그 세상에 왔다. 인간은 세상과 맞선다. 인간은 맞선 존재이다. 그것이 인간의 실존이다.

인간은 역사와 맞서고 운명과 맞서고 환경과 맞선다. 그 맞섬의 결과는 인식과 판단과 행동으로 전개된다.

세상의 존재, 인간의 맞섬 그에 따른 인식과 판단과 행동은 하나의 연속적인 전개 과정이다. 체계화 되어 있다. 그것이 ‘결’이다.

인식은 철학을 낳고, 판단은 사상을 낳고, 행동은 이념을 낳는다. 환경-실존-철학-사상-이념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결이다.

모든 존재는 맞선 존재다.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은 곧 ‘맞서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도로와 맞서 있고 건물은 중력과 맞서 있고 삶은 환경과 맞서 있다.

맞섬에 의해 존재는 구축된다. 맞섬에 의해 내부에서의 결이 탄생하며 그 결의 외적인 전개 과정에서 존재는 스스로를 완성해 간다.

자동차는 도로와 맞서 운행으로 전개하고 건물은 중력과 맞서 층층이 전개하고 삶은 환경과 맞서 일상으로 전개한다.

그렇게 존재는 미완성이며 현재진행형이다. 씨앗은 꽃을 피울 때 까지 미완성이며 상품은 쓰일 때 까지 미완성이다.

그러므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자기 내부에 숨은 결을 온전히 드러내어 실현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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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은 ‘맞섬’이다. 그것은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상대성(相對性)이다.  

모든 존재는 그 맞선 타자에 의해 상대적으로 규정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상대성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A가 이렇게 하면 B는 이렇게 한다. 이것이 상대성의 원리다. 수요가 이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공급은 이렇게 한다는 것이 경제학이다.

상대와 맞선다. 수요는 공급과 맞서 상대성의 장(場)인 시장을 성립시키고 그 시장의 기반 위에 자기 존재를 확립하는 것이다.

운동이 이렇게 하면 거기에 맞서 힘은 이렇게 한다는 것이 물리학이다. 힘은 운동과 맞서 상대성을 성립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결을 구축한다.

1이 이렇게 하면 2는 이렇게 한다는 것이 수학이다. 여당이 이렇게 하면 야당은 이렇게 한다는 것이 정치학이다. 그 대결구도에서 결이 얻어진다.

산이 이렇게 하면 물은 이렇게 한다는 것이 지리학이고 솔이 긴장시키면 도가 이완시킨다는 것이 음악이다. 솔의 응축과 도의 이완 사이에 결이 있다.

시(詩)의 결은 기승전결이다. 소설의 결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다. 모든 학문은 상대하여 맞섬으로 결을 이루어 자기 존재를 성립시킨다.

제 학문분야의 개론을 성립시키는 많은 페이지들의 전개는 결국 그 본질이 되는 하나의 근원적인 맞섬을 다양하게 풀어 펼쳐놓은 것에 불과하다.

361로 바둑판의 천변만화가 결국은 흑과 백의 맞섬 하나로 귀결된다. 축구경기의 무수한 포메이션 운용이 결국은 공격과 수비의 맞섬 하나로 환원되듯이.

삶의 많은 장면들이 결국은 신(神) 앞에서의, 혹은 운명 앞에서의, 혹은 환경 앞에서의 실존적 맞섬이라는 하나의 결이 다양하게 전개함에 다름 아니다.

당신은 무엇과 맞서는가? 당신의 삶이 연출해낸 많은 이야기들은 다만 그 하나의 맞섬에 의해 진행되고 변주된 다양한 형태의 전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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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의 진행에 비유할 수 있다. 활이 세상이면 인간은 화살이다. 화살은 활과 맞서 발사, 진행, 명중의 1사이클의 전개로 완성된다.

총알과도 같다. 방아쇠의 격발과 탄환의 진행과 과녁에의 명중은 숨어 있다. 결은 숨어 있다. 그것을 다 펼쳐내기 까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세상이라는 활에서 실존이라는 화살이 되어 인식과 판단과 행동의 일 사이클을 완성시킨다. 인간은 미완성의 존재이며 삶의 전개를 통해 완성된다.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도로가 세상이면 인간은 자동차다. 자동차는 도로에 맞선다. 시동, 도로의 운행, 목적지 도착의 1사이클로 삶은 전개된다.

무엇인가? 날아가지 않는 화살, 발사되지 않는 탄환, 운행하지 않는 자동차, 인식과 판단과 행동으로 전개되지 않은 삶은 진짜가 아니다.

화살의 존재는 발사하여 과녁에 명중되기 까지 미완성이다. 자동차의 존재는 시동하고 운행하여 목적지에 도착하기 까지 미완성이다.

인간의 삶 역시 그러하다. 인식과 판단과 행동이라는 결을 완성시켜야 한다. 독립적으로 완성되지 못한다면 존재는 실패다.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이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대지와 맞서 존재의 결을 드러낸다. 뿌리내려 촉발하고 줄기뻗어 진행하고 꽃피워서 완성된다.

마찬가지로 인류는, 역사는, 문명은, 공동체는 날아가기를 꿈 꾸는 화살과 같이, 꽃피우기를 꿈 꾸는 씨앗과 같이 여전히 미완성의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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