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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0439 vote 0 2007.04.27 (20:40:01)



“여우의 충고”
참평포럼은 국민과 소통할 수 있을까?’

소통은 원래 어렵다. 우리당이 무너진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는가? 궁물 지도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당 지도부만 탓할 일은 아니다. 소통은 원래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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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안녕."
너는 누구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가 말했다.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놀아.”
어린 왕자가 제의했다.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으니까."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그런데 ‘길들인다’는게 뭐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 나에겐 수 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나 역시 너에겐 수 많은 다른 여우와 똑 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그래서 관계맺기에 성공한다면, 나는 너 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너만의 발자국소리를 알아채게 되겠지. 저기 밀밭이 보이지? 밀밭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은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저 밀밭은 너의 머리칼과 같은 금빛 밀밭이니까. 나는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니까.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다음날 다시 어린 왕자는 그리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儀式)이 필 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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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뻬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빛나는 한 대목을 인용한다.(부분 발췌-일부 원문과 다름) 여우가 말한대로 소통은 서로를 길들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여우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은 우리당과 소통할 수 없어. 코드가 맞지 않으니까.” 인정해야 한다.

여우 말마따나.. 우리당은 국민 앞에서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지 않았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의 충고대로 더 참고 기다려야 한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좀 떨어져서 풀숲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과연 우리당은 그렇게 했는가? 함부로 다가가서 무례하게 손을 내밀지는 않았는가? 국민이 곁눈질해 볼 충분한 시간을 주었는가?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과연 그러했는가?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아야 했는데 그렇게 했는가? 물러났다가 언제나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와야 했는데 그렇게 했는가?

우리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우리당은 국민과 소통하지 못했다. 우리당의 잘못이지만.. 우리당이 특별히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소통은 원래부터 어려운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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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疏通)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 펼쳐놓고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으로 풀거나 영어사전 들여다보고 ‘communication’로 풀이하는건 의미가 없다.

소통은 구조다. 소통은 과학이다. 소통은 기계적인 매커니즘이다. 소통은 공학이고 한편으로 물리학이다. 그러므로 되는건 되는거고 안되는건 안되는 거다.

소통되지 않는 사람과는 소통하지 말아야 한다. 함부로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놀아.” 하고 손을 내미는 철부지 어린 왕자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여우가 말했듯이 소통이 안 될 때는 소통이 안된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지만 소통이 된다.

미국과 이라크는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부시’라는 이름의 철부지 어린 왕자는 이라크라는 여우에게 어떻게 했는가? 좀 떨어져서 풀숲에 앉아있었던가? 그러지 않았다. 미국은 이라크가 곁눈질해 볼 시간을 주었는가?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아무 말도 말았어야 했는데 미국은 그렇게 했는가? 천만에! 말이 많았다.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아야 했는데 그렇게 했는가? 전혀! 일단 물러났다가 언제나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와야 했는데 과연 그렇게 했는가? 전혀 그러지 않았다! 대번에 미사일을 쏘고 탱크와 장갑차를 들이대었다.

북한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북한에 함부로 들이대서 안 된다. 좀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6자회담이라는 풀숲에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 북한이 우리를 곁눈질 해 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방안 저런 방안 쑥덕쑥덕.. 무슨 통일방안 따위로 통일이 되는 일은 없다. 설사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진심으로 다가간다 해도 말이 많으면 오히려 그들의 쓸데없는 상상력을 자극할 뿐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아야 한다. 반응이 없으면 일단 물러났다가 언제나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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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직한 개는 주인을 향하여 꼬리를 흔든다. 도둑이 담을 넘어오면? 역시 꼬리를 흔든다? 주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이유는 반가와서다. 그렇다면 개가 도둑에게 꼬리를 치는 이유는?

(정답) 자신의 항문 냄새를 전달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다. 큰 개가 다가오면 꼬리를 감추어 냄새를 숨긴다. 꼬리를 치는 이유는 냄새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사납게 짖으면서도 꼬리를 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잘 훈련된 세퍼드에게 주인의 가방을 지키게 하면 개는 주인이 자리를 비우고 없는 동안 충실히 주위를 경계한다. 그러나 도둑이 먹이로 개의 주의를 분산시켜 놓고 가방을 훔쳐가 버리면? 개는 추격하여 가방을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

개는 가방을 보물로 알고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여기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도둑이 개의 주의를 분산시켜 놓고 가방을 들고가도 개는 가방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왜 개는 낯선 사람만 보면 짖을까? 주인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다. 단지 낯선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냄새 때문이다. 후각이 발달한 개는 낯선 냄새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바로 다가가서 안 되고.. 좀 떨어져서 풀숲에 앉아있어야 하는가? 후각이 발달한 여우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린시절 젓갈냄새나 청국장 냄새를 처음 맡고 스트레스를 받았듯이.

개와 사람 사이에도 오해 투성이다. 이렇듯 소통은 본래 어렵다. 국민은 우리당이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당이라는 낯선 세력의 존재, 그리고 접근 그 자체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

소통은.. 사모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 하는 일과 같다. 첫 번 째는 딱지를 맞는 것이 정상이다. 프로포즈를 하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두 번 째 시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왜인가? 첫 번 째는 딱지를 놓지만 두 번 째는 방문을 기다리게 된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면은 긴장을 주고 긴장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이 국민을 성가시게 했지만 그동안 국민을 긴장하게 했다.

지금 우리당이 뒤로 물러나 버렸다. 노무현도 뒤로 빠져버렸다. 국민은 긴장이 풀려버린다. 다시 긴장하고 싶어진다. 이미 긴장에 중독되어 있다. 다시 그리워 하게 된다. 일단은 물러났다가 다음날 정시에 다시 찾아가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소통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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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과학이다. 제대로 된 소통은 훈련된 전문가만이 할 수 있다. 상대방이 긴장을 완전히 풀어놓게 만들고, 상대방이 본심을 완전히 털어놓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훈련된 심리치료사다.

훌륭한 성직자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 존재인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소통은 외부세계와의 소통이다. 소통은 외연의 확대이다. 그런데 어떻게 외연을 확대하지?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모으면 그게 외연확대인가? 천만에. 그거 폐차장이다.

소통한다면서, 외연확대 한다면서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모아서 폐차장 만드는 얼치기들 많이 보았다. 정동영이 최근에 무슨 블로그를 만들었다던데 내가 보기엔 그것도 폐차장이다.

소통하려면? 첫째 도로, 둘째 신호등, 셋째 주차장, 넷째 목적지, 다섯째 운전자를 갖추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추지 않은 채로 소통은 가능하지 않다. 이것을 갖추는 것이 여우가 충고하여 말한.. ‘마음의 단장’ 그리고 의식이다.

박근혜 미니홈피에 방문자 많다지만 그래봤자 폐차장이다. 논객이 없고 정책 어젠다가 없고 콘텐츠가 없고 이상이 없고 비전이 없고 이념이 없고 노선이 없고 이심전심 역할분담이 없는데 방문자 많아봤자 의미가 없다.

완성되지 않으면 소통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우는 말했다.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儀式)이 필 요하거든.’

타이밍이 필요하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전에는 나비나 벌을 초대할 수 없다. 아직 뜸이 덜 들었을 때는 솥뚜껑을 더 닫아두어야 한다. 그것이 의식(儀式)이다. 마음의 단장이다.

왜인가? 소통은 미학적 양식화로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과 소통하려면 먼저 한국풍, 한국류를 완성해야 한다. 먼저 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의식이다.

완성되어야 한다. ‘자동차+도로+주차장+목적지+운전자’가 한 조(組)가 맞아서 좋은 팀을 이루어야 한다. 리더(운전자)도 있어야 하고 비전(목적지)도 있어야 하고 주차장(콘텐츠)+도로(논객)+자동차(눈팅)이 두루 갖추어져야 한다.

노하우 21의 출범무렵을 기억할 일이다. 서프 논객들 데려가더니 폐차장 만들더라. (표현이 심했다. 죄송) 노력은 가상하나 조(組)가 맞지 않아 팀이 완성되지 않는다. 궁물파들 하는 짓이 늘 그렇더라. 후단협들 하는 짓이 늘 그렇더라. 폐차장 만들기 아니면 자동분리수거.  

왜 그들은 소통에 실패하는가? 여우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 중에는 궁물에 관심이 없는.. 진정성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성 만으로는 소통이 안 된다. 소통은 과학이다.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  

‘참평포럼’ 이야기 나오고 있는데.. 모름지기 여우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일이다. 과연 참평에는 리더+비전+콘텐츠+논객+눈팅이 갖추어져 있는가?


아집을 버려야 한다.

소통하려면 아상(我相)에의 집착을 버려야 한다. ‘아상에의 집착’.. 줄여서 아집(我執)이다.(아집이라 하면 ‘내가 옳다’는 식의 독선으로 이해할 텐데.. 여기서 ‘아상에의 집착’은 상대방을 의식한 행동을 말한다. 불교적인 의미.)

아상(我相).. 자신도 모르게 연극을 한다. 아내는 아내역할, 남편은 남편역할, 논객은 논객역할, 그럴 때 자신이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리모콘에 조종당하게 된다.

어떤 글을 쓰든, 어떤 의견을 내놓든.. 자기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조직과 집단 안에서 자신의 포지션.. 혹은 상대편과의 대척점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규정한 대로 앵무새처럼 지껄이는 것이 아집이다.

노혜경님의 글에서 ‘지식인의 종말’이라는 표현.. 지식인이 조직과 집단 안에서 자신의 포지션에 안주할 때 대중과의 소통은 막힌다. ‘나는 지식인이다’ 하는 의식 자체를 버려야 한다.

더 높은 세계와의 싸움걸기를 포기하고 자기보다 더 낮은 세계를 바라보는 순간 ..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순간.. ‘나는 지식인이다’ 하는 아집에 중독된다. 포지션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소통은 실패로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딴나라 엿먹이기는 쉽다. 대통령이 왼쪽으로 돌면 딴나라는 무조건 오른쪽으로 돈다. 대통령 제안은 무조건 반대.. 역할에 갇힌 것.. 아상에의 집착이다. 그 경우 딴나라가 가는 길을 노무현이 결정하는 셈으로 된다.

금강경은 말한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 제상 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 諸相 非相 卽見如來)

상(相)은 ‘서로 상’이다. 서로는 서로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상(相)은 포지션이다. 아내에 대해서 남편, 눈팅에 대해서 논객, 민중에 대해서 지식인, 여당에 대해서 야당, 친노에 대해서 반노.. 하는 대칭구조에 얽매인다. 그것이 상(相)이다.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는 상대성의 장(場)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상대성 원리에 따른 ‘타의에 의한 자기규정’은 허망한 것이다. 진상이 아닌 허상이다.

약견 제상 비상 즉견여래(若見 諸相 非相 卽見如來) 그 상대성 원리에 따른 역할게임이 속임수임을 깨닫고 그 역할을 벗어던질 때 진실(여래)을 보게 될 것이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직과 집단에서 자유로와야 한다. 상대방 앞에 각을 세운 대척점의 지점을 끊어내야 한다. 포지션을 벗어던져야 한다.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 상대를 이기려는 욕망을 끊어야 한다.

반론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려다가 상대방이 정한 게임의 룰 안에서, 상대방이 짜 놓은 판 구조 안에서, 부처님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당과 야당, 네편과 내편, 하늘과 땅, 음과 양, 아내와 남편, 제자와 스승, 밤과 낮, 산과 강, 눈팅과 논객, 지식인과 민중..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며 서로에게 규정당한다.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소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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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통할 수 있다. 그 ‘누구’를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총격사건의 가해자처럼 퀘스천 마크로 남아서는 소통할 수 없다.

낯선 사람이 방문한다. 주인이 묻는다. ‘당신 누구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초대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이름을 가져야 한다. 이름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박근혜.. ‘누구 딸’ 안 쳐준다. 지식인.. ‘조직과 집단과 강령과 이념’.. 안 쳐준다. 자기 이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지만 소통할 수 있다. 언제 이름을 얻는가? 상(相)에서 벗어날 때다.

아상에서 벗어날 때 이름을 얻는다. 그것은 독립적인 가치판단의 1 단위로 상승하는 것이다. 주체적인 의사결정의 1 단위로 독립하는 것이다.  

이름이 부여된다는 것.. 독립적인 소통의 단위가 된다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창구를 개설하는 것이다.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평판과 위신과 체면과 포지션과 라이선스와 조직과 집단과 강령과 이념에 기대지 않고.

소통은 의사소통이며 의사소통은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의사결정은 가치판단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독립적인 가치판단의 영역이 없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의 중심이 없는.. 심(心)이 없는 그러므로 이심전심이 안 되는.. 그러므로 소통하지 못하는. 외부세계와 연결하는 창구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내가 누구인가?’.. 이 질문은 '나의 의사결정 단위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된다. 그 이면에는 ‘나의 독립적인 가치판단 기준은?’이라는 메타포가 숨겨져 있다. 집단과 조직과 강령과 선후배와 연고와 아버지의 후광 말고.. 너의 가치를 말하라! 너 자신의 언어로 말하라!

내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하면.. 반노집단처럼 자신의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너의 정책은 뭐냐?’ 하는 질문에 ‘노무현 정책의 반대가 내 정책이다’ 하는 식으로 타인에 적대적 의존하면.. 즉 역설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노무현에게 맡기면.. 그러므로 스스로 자기다움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스로 완성되지 못하면.. 퀘스천 마크로 남는 것이다. 이름이 없는 존재. 박정희 이름 뒤에 숨은 존재.

노무현이 국민에게 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보완의 역할, 설거지 역할로 자신의 포지션을 한정시키다가 그 노무현이 빠져버리면, 우리당이 물러나 버리면.. 국민이 원하는 것은 긴장인데 그 긴장을 주지 못하면.

긴장은 희망으로 주고 비전으로 주고 동기부여로 주고 자부심으로 주는 건데 그 희망을 그 비전을 그 동기부여를 그 자부심을 주지 못하면.. 소통하지 못한다. 채널이 없어서 소통하지 못한다. 그들은 노무현의 채널에 (적대적) 의존하고 있다.  

자신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이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자신의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누구에게 반대’로 누구에게 기생하는 아상에 집착된 존재로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말할 수 있어야 소통할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의 아내랍니다. 나는 누구의 남편이랍니다. 나는 누구의 엄마랍니다. 나는 박정희 딸이랍니다.(박녀) 나는 박정희 아류랍니다.(멍남)

노예는 본래 이름이 없다. ‘쇤네는 누구집 종이랍니다.’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퀘스천 마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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