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민주당 지지자들을 모욕하지 마라!>라는 장신기 씨의 글은 그 첫 문단부터 자기 자신에게 모욕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하기야, '자기가 옳다!'라는 데에 터무니 없는 확신부터 갖고 있으니 자신의 주장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겠쥐.

서론은 뒤로 돌리고 본론을 끄집어내보자. "통합 신당은 정균환과 김민새의 통합을 의미한다"라는 김동렬의 말이 왜 틀렸는가? 이에 대한 장신기의 반박 자체가 자신이 첫번째 문단에서 주장했던 '논쟁의 전제'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이건 자기 기만이다.

"한국 사회에서 논쟁이 부족하고 또 논쟁을 하더라도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은 객관적 팩트에 대한 상호 검증과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평가를 남발..."

나는 박상천, 정균환 떨거지들이 말하는 '통합 신당론'의 개념은 들어본 적 있어도 장신기 씨가 말한 '개혁적 통합신당론'의 개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한화갑이 그랬던가? 추미애가?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가 박상천과 정균환 떨거지의 주장과 대별되는 게 대체 뭔가? '통합 신당론' 앞에 딸랑 붙어 있는 '개혁적'이라는 '수사'를 장신기 씨가 설명 좀 해 주시기 바란다.

장신기의 글이 자기 글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쓰여졌다는 것을 입증해 보자.

"지금 민주당 지지자들은 개혁을 바라고 있으되 분당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1>정서를 대체로 공유하고 있다. 개혁 세력이 중심이 되야하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너무 무리한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분당형식으로 나뉘게 될 파장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 신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섬세한 일의 추진을 <2>바라는 것이다. <3>이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일반적 정서라고 단언할 수 있다.<4>이러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서는 곧 개혁적 통합 신당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의 글은 장신기의 주장이다. 그런데 보자. 위의 글에 명시적으로 3회, 그리고 암묵적으로 1회 추가해서 전부 4번에 걸쳐서 언급된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 누구를 의미하는가? 장신기도 이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것이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을 '민주당 지지자들"의 주장인 것처럼 대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글쓰기를 우리는 뭐라고 하는가? 이건 사기이다.

간단하다. 주장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기가 불가능할 때, '정서'나 '감정' 따위의 심적 근거를 대는 글쓰기, 물리게 봐 왔던 바다. 위의 글에서 대번에 드러나지 않는가? 미안스럽지만, 이런 글쓰기 행태는 익명의 발언을 근거 삼아 소설 기사를 써대는 좃선일보의 행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들이대는 근거가 ‘유령’이라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함 보자.


<1> 정서를 대체로 공유하고 있다. => 뻥까지 마시라.
<2>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다. => 민주당 지지자들이?
<3> 일반적 정서라고 단언할 수 있다 => 당신의 정서겠지
<4> 이러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서는 => 난 아닌데?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비롯해 민주당에서 분당된 신당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여론조사에서 신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장신기씨 자신이 혼자서 유령놀음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정균환이 김민새의 복당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게 설령 정균환 개인의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사실상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인 원내 총무인데, 그의 발언에 무게를 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당에 대한 정균환의 입장은 뭔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중도파로 분류된 한화갑이 “끝까지 남아 민주당을 사수하겠다”고 못박았다. 정균환과 한패로 쳐도 좋을 것이다. 동교동 구파와 후단협, 두말 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이들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했던 짓이 뭐였던가? 강준만의 표현을 빌자면, ‘노무현의 등에 칼을 꽂’았다. 그들의 근거지가 호남이기 때문에 호남표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과 ‘개혁적 통합 신당’을 해야 한다는 말일까? 내가 전라도 목포 출신이지만, 호남유권자들이 그런 정도의 ‘상식적인’ 판단조차도 못할 정도라면 호남 버림받아도 상관없다고 단언한다.

좀 돌아가보자. 후단협 떨거지들이 지난 해 대선을 앞두고 보였던 ‘정몽준 해바라기’의 본질은 뭘까? ‘노무현의 낙마’와 ‘이회창 대통령’이다.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호남을 근거지로 하는 국회의원들 만세 삼창을 불렀을 것이다. 왜냐고?

‘정권은 유한한데, 국회의원의 수명은 무한하다’

이건 입증된 진리다. 노무현 당선되었음에도 동교동 구파가 떱떨음한 심정의 표정관리를 못하고 곤혹스러워 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호남을 근거지로 한 동교동 구파 다시 민주화 투사로 돌변할 태세였을 것이다. 그러면 호남에서의 국회의원 당선은 언제나 따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배신이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을 그들이 몰랐을 리가 있나?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정치로 하세월을 보낸 정치여우들이 그걸 모를 리가 있나? 그러나 그들에겐 국민을 배신하는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보다는 자신의 정치 지형에 유리하기만 하다면 박정희가 살아 돌아와도 다시 대통령 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을 기꺼이 했을 것이다. 터무니 없는 비약이지 않냐고? 대체 무슨 개소리인가! 자기들 손으로 뽑은 자당의 대통령 후보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을 똑똑히 목도 해 놓고서도 그런 개소리를 하시는가? 그 원흉의 대표가 바로 정균환이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배신 때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 떨거지들과 ‘개혁적 통합신당’을 위해 다시 손을 잡으라? 그들이 민주당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버티면, 민주당 버려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 민주당은 장신기 씨가 강변해 마지 않은 민주세력의 역사적 정통성을 갖는 민주당으로서의 ‘빛’은 이미 상실된 민주당이다. 껍질만 민주당인 것이다. 미련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신당은 신당이고, 민주당은 민주당이다. ‘개혁적 통합 신당’으로서의 민주당은 말장난일 뿐이다. 호남표 걱정에 후단협과 동교동 떨거지들 껴안고, 아비 등에 칼 꽂으면서 배신 때렸던 김민새 받아들이는 민주당이라면 욕하고 침뱉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게 호남 유권자들의 민심이라면, 그런 민심 비판받아도 싸다.

DJ가 존경받고 추앙을 받고, 살아 있는 사람 동상을 세워도 시원찮을 마당에 그를 욕되게 하고 오명을 뒤집어 쓰게 한 사람들이 대체 누구인가? 아들과 동교동 구파 아닌가? 죽어서 자기 비석에 ‘김대중 선생님 비서’라는 비문만 새겨도 황공할 것이라고 했던 권노갑, 뒤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한광옥,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돈챙기고 권력 행사해서 지금 무슨 꼬라지를 하고 있는가 말이다.

호남은 DJ에 대한 애정과 연민, 그리고 안타까움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호남을 근거지로 한 정치인들, 그것을 역이용해서 지역 정서 불러일으키고 자기 배 불리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신호남 소외론’의 발원지 바로 그 전형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저질 정치인들의 말장난에 호남 민심이 놀아나고 있다면, 호남 민심조차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 DJ가 이룩해 놨던 ‘미래’가 호남 잘먹고 잘살고 했던 것이었던가? 그런 호남 사람 있다면 DJ를 모욕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너무 돌아갔나? ㅋㅋㅋ..

신당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의석 몇 개 더 얻고 덜 얻고의 정치공학적 계산보다 한 발 더 나가 있는 것이다. ‘호남에서 몇 석을 잃더라도 영남에서 한두 석 얻어서 영남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따위의 조금 더 나간 ‘동진 정책’이 아니다. 지역 정서를 정치의 기반으로 했던 3김 시대의 정치적 유산을 끝장내자고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한 초석인 것이다.

‘정치 공학’이라는 언어는 순전히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것은 오로지 ‘정치적 제스처’에 따라 의석 분포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면밀히 계산하는 저급 정치질을 언어유희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일 뿐이다. 단언컨데 장신기 씨가 주장한 ‘개혁적 통합신당’이라는 개념도 이러한 정치공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호남 표심에 대한 우려를 거의 항상 빼먹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신당 논의는 호남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과 판단의 가치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서로 하등의 연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없어야 한다. 호남을 정치적 근거를 넓히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발판으로 여기려는 짓 자체가 호남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모독, 유감스럽게도 호남을 정치적 근거지로 하는 정치인들이 뻔뻔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나는 장신기 씨의 <민주당 지지자들을 모욕하지 마라>라는 글을 역설적이게도 ‘민주당 지지자에 대한 모욕>으로 읽었다. ‘통합’은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설령 그것이 말장난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원론에 입각한 분리주의자’가 필요할 때이지 개나 소나 다 모이는 ‘통합론자’가 나설 때가 아니다. 그리고 ‘개혁적’이라는 수사, 아무곳에나 갖다 붙이는 게 아니다. 그게 붙는다고 해서 진짜로 ‘개혁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사가 아니라 본질이기 때문이다.

피튀기지 않은 개혁은 타협이지 개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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