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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19 vote 0 2007.06.28 (00:05:08)

인간은 평등한가?

모든 사람이 평등을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도시는 온통 차단된 벽들의 연속이다. 외제차 탄 사람 당당하게 입장하고 마티즈 탄 사람 그 앞에서 눈치보며 겉돌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 똑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 인간은 다 똑같다. 잘 나고 못 난 것이 없다. 그치만 어떤 일을 할 때..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때.. 잘나고 못난 인간이 가려진다. 분명히 가려진다.

공동의 일이 주어지면 앞에서 설계하는 지도자도 있고 중간에서 함께 진행하는 동조자도 있고 뒤에서 방해하는 배신자도 있다. 변화의 현장에 서면 앞장서서 이끄는 선각자 있고 뒤에서 발목잡는 낙오자도 있다. 분명히 있다. 차별이 있다.

그러나 일이 끝나고 축제가 벌어지면 다시 모두는 하나가 된다.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기어이 역사의 심판이 일어나 악의 무리가 징벌되면 세상은 다시 평등해진다. 인간 위에 인간없고 인간 밑에 인간없다.

역사이래 늘 그래왔다. 문명의 새로운 물결은 항상 선구자와 낙오자를 만들었고 인간을 자유민과 노예로 나누었고 그 문명의 완숙은 다시 평등하게 모두를 본래의 자리로 되돌리기를 끝없이 반복하여 왔던 거다.

그리고 이제 역사는 다시 한국인을 자유민과 노예로 가르려 한다. 선구자와 낙오자로 가르려 한다. 지금 우리 모두가 심판대에 선 것이다. 길은 두 갈래! 영광의 길과 치욕의 길이 놓여있다. 그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유인은 누구인가? 그 일의 일 사이클이 진행되는 전체과정을 아는 사람이다. 지금이 설계가가 리더로 나설 시점인지, 진행자가 사회자로 나설 시점인지, 너나없이 어우러져 한 바탕 축제를 벌일 시점인지 꿰뚫어보고 아는 사람이다.

자유인은 누구인가? 그 역사의 호흡을 읽을 수 있고 그 문명의 맥박을 짚을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이 선각자가 씨를 뿌려야 할 시점인지 매국노를 징벌해야 할 시점인지 알고 그 역사의 격랑을 타고넘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일에는 일의 결이 있다. 일의 1사이클의 진행이 있고 우선순위가 있고 가치판단이 있다. 역사에는 역사의 결이 있다. 굽이치는 역사의 호흡이 있고 맥박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에도 결이 있다. 그 결을 얻은 사람이 진짜다.

만약 당신이 사랑을 하게 된다면 민감해진다. 당신은 주변을 다시 보게 된다. 늘 보던 산도 들도 별도 달도 바람도 풀꽃도 더 새롭고 더 아름답게 보인다. 예쁜 것에는 칭찬을 하고 싶어진다. 모든 사물에 움직임에 예민해진다.

당신은 그만 바짝 달아오르게 된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면서 그 변화의 흐름을 타고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생기를 얻는다. 그것이 사랑의 결이다. 사랑의 호흡이고 사랑의 맥박이다. 사랑의 일 사이클의 진행이다.

조각가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 마음에 도달한다. 연주자는 최고의 연주를 성공시켰을 때 그 마음에 도달한다. 명상가는 깨달음의 희열에 빠져들 때 그리고 작가는 최고의 작품을 탈고했을 때 그 마음에 도달한다.

모든 창조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그 마음의 의미를 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 하던 일을 성공시켰을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그런 감정에 빠지게 된다. 그 마음의 뜰에 고운 달 하나 뜬다.

바로 그때가 모든 사람이 평등해 지는 시점이다. 작품을 창조한 예술가, 시를 퇴고한 시인, 제자를 가르친 스승, 아이를 낳은 엄마, 연인을 사귄 젊은이.. 그때 그들은 모두 같아진다. 그러므로 모든 낳음은 위대하다.

새끼를 낳은 암소는 먹이를 가져다 주는 주인에게도 당당하게 큰 울음소리로 경고하여 자기 새끼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는 한송이 꽃을 피워낸 작은 들풀도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무엇이 인간을 평등하게 하는가? 낳음이다. 내 안에서 토하여 낳아낼 때 떳떳해지는 거다. 그럴 때 통하는 거다. 그리하여 친구가 되는 거다. 모두 하나가 되는 거다. 신 앞에서 마구 뒹구르며 자랑하고 싶어지는 거다.

낳음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낳고 완성을 낳고 소통을 낳을 때 인간은 완전해진다. 떳떳해진다. 그러므로 품음이 있어야 한다. 희망을 품고 이상을 품고 꿈을 품고 씨앗을 품고 엄마 품 속의 아기처럼 자연스러워진다. 당당해진다.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그것은 하나의 포즈.

모든 낳지 못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모든 품지 못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사랑을 품지 못하고 희망을 품지 못하고 이상주의를 품지 못할 때 그 인간은 실격이다. 그 표정은 비굴해지고 그 포즈는 초라해진다.

인간은 당당할 때 통한다. 떳떳할 때 하나된다. 자연스러울 때 평등하다. 모든 차별, 모든 불평등, 모든 억압, 모든 질곡.. 그것은 참여하지 못하고 주인이 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노예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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