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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쿨하지 못해서야 다모가 아니라 주모가 된 게요?』

요즘 트렌드는 ‘Cool’이다. ‘쿨하다’는 말은 ‘근사하다, 멋있다’는 표피적인 이미지와 별도로 본래의 뜻은 ‘냉담하다, 침착하다’이고 더 나아가면 ‘에누리 없다’는 뜻도 있다.

무엇인가? 다모신드롬의 원인을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맞는 ‘쿨하다’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그 반대편에서 쿨하지 않은 것은? 신파조로 나오는 것이다. 눈물 질질 짜고, 엉겨붙고, 바지가랭이에 매달리는 거 말이다.

다모는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채옥과 윤의 사랑이 그렇다. 60년대 서울가서 식모살이 설움도 많아, 미워도 다시한번, 사랑에 울고 돈에 속고, 울고 넘는 박달재, 미아리 눈물고개 타령과는 그 질이 다른 것이다.

다모는 울지 않는다. 속으로는 울어도 겉으로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서진의 입을 빌려 이렇게 냉정한 한마디를 던질 뿐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추미애는 60년대 신파조다. 노무현은 쿨하다. 냉담하다. 노무현은 보듬어 안고, 어리광 피우고, 눈물 짜고, 엉겨붙고 .. 그딴거 안한다. 정대철이 아무리 엉겨도 따뜻한 말한마디 없다. 노무현의 쿨한 정치는 20~30대의 감성과 맞아떨어진다.

나는 추미애를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단일화정국 때였다. 노무현후보가 단일화의 가능성은 1퍼센트도 없다고 호언장담할 때 서프라이즈의 지지자들은 다 눈치를 깠다.

“단일화는 100프로 기정사실화 되었다. 정몽준 요리는 누워서 떡먹기.”

그때 추미애는 어땠는가?

"노후보가 단일화의 단자만 꺼내도 본부장을 사퇴하겠다."

다음날 단일화는 전격적으로 성사되었다. 추미애의원만 허탈해졌다. 문제는 그때 추미애의 진심이 뭐였겠는가이다. 어쩌면 그때 추미애는 정말로 단일화를 반대했을 수 있다. 즉 그는 노무현의 당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추미애! 무서운 사람이다. 어쩌면 그는 노무현의 ‘장렬한 전사’를 원했던 거다. 노무현이 몽탄을 맞고 전사했다면 추미애는 어떻게 처신했을까? 논개처럼 적장을 끌어안고 투신했을 것이다. 추미애는 그런 사람이다. 영리하지 못하지만 가식은 없다고 본다.

추미애의 모성본능정치
추의원의 남편은 장애인이다. 작년 가을 노무현은 후단협에게 두들겨맞고 왕따 신세다. 여기서 공통점은? 동정심이다. 노무현의 어려운 형편이 추미애의원의 모성본능을 자극한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약자인 장애인 남편, 약자인 노무현을 감싼 것이다.

추의원이 보기에는 대통령이 강자이다. 본능적으로 약자로 비쳐지는 호남과 구주류를 감싸안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추미애를 이해할 수 있다. 반면 구주류는 낭패다. 왜? 추미애가 실은 노무현의 당선에 관심이 없었듯이 구주류의 승리에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알아야 한다. 정치는 냉정한 현실의 게임이다. 결코 어설픈 감상주의나 동정심에 끌려서는 안된다. 모성본능으로 국회의원은 할 수 있겠지만 그걸로 대통령은 될 수 없다. 문제는 추미애 본인이 대통령 당선에는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거다.

작년 가을, 왜 추미애는 노무현을 도왔는가? 노무현을 당선시켜 이를 발판으로 자신의 야심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추의원의 지금 행보는 몸값올리기도 아니고, 강금실에 대한 질투도 아니고, 정동영에 대한 견제도 아니다.

모성본능이다. 그는 여성이다. 감성의 정치를 한다. 그의 정치는 ‘엄마정치’다. 그는 노무현에게 DJ처럼 아빠가 되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60년대 신파정치다. 노무현은 쿨하다. 냉담하다는 말이다. 노무현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한마디 뿐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정치는 자기편 만들기 시합
요즘 나는 신당이 너무 잘되어서 걱정이다. 야인시대 구주류가 한 두번은 더 ‘각목 퍼포먼스’로 홍보를 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85년 2,12총선 때 신한민주당은 신당 출범 2주일만에 선거를 치르고도 승리했다. 신당이 내년 3월에 떠주어도 승리는 충분하다. 지금은 오히려 추미애가 힘을 내서 신당의 조기성사를 막아줘야 한다.

“추미애의원님, 조순형의원님 힘내세요.”

산전 수전 공중전에 닳고 닳은 우리가 아닌가? 흥분 가라앉히고, 겁먹지 말고 냉정하게 가자. 추미애, 조순형의 딴죽은 실로 도움이 된다. 표면만 보지 말고 이면을 보라. 구주류가 추미애, 조순형을 간판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사실상 백기투항이다.

영화 ‘친구’에서 준석이 말했듯이.. 이런 때는 한번 더 밟아줘야 한다. 어설프게 포용했다가는 등뒤에 칼맞는 수 있다. 그들이 노무현에게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가 변해서 존경심이 되게해야 한다. 그것이 골목양아치를 다스리는 방법이다.

추미애, 조순형은 다르다. 설사 아군이 못된다 해도 제휴가 공식이다. 힘들여 모내기 하다가 밥먹기 전에 체할라 물 한사발 마시는 거다. 신당? 서두르다가 체한다. 정몽준 정도를 밥말아먹지 못한다면, 추미애 정도를 포용하지 못한다면 정치할 자격도 없다.

정치가의 복은 좋은 라이벌을 만나기
삼국지다. 중원을 장악한 조조가 떠돌이 유비를 보고 천하의 영웅이라 추켜세운 일이 있다. 유비는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왜 조조는 그 시점에서 조또 아닌 유비를 영웅으로 추켜세웠을까?

『누가 저 입에 똥을 넣어줘라!』

유비는 칼을 잘 쓰는 무장도 아니고, 학문을 닦은 참모도 아니다. 쓸모없기로는 유비만큼 쓸모없는 인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무도 유비를 데려가지 않는다. 유비가 원소 문하에 들겠는가 아니면 손권이 데려가겠는가?

재주가 없어서 남 밑에서 쓰이지 못한다면 자기 스스로 보스가 되는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아무런 재주가 없어서 보스가 될 싹은 미리미리 밟아놓는 것이 화근을 방지하는 길이다. 그래서 조조가 유비의 속을 떠본 것이다.   

국회의원이라 해서 모두가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분야에 밝은 사람도 있어야 하고 특정 지역의 설움을 중앙에 호소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 특별히 튀는 캐릭터들도 있어조야 한다. 그런 재주있는 사람은 키워주어야 한다.

정치가의 복은 좋은 라이벌 만나기다. 의도적으로 라이벌을 키워줄 수도 있다. 손잡고 함께가지 못한다 해도 신사협정을 맺어야할 사람도 있다. 반면 철저하게 씹어서 아주 매장을 시켜버려야 할 사람도 있다.

추미애, 조순형은 고유한 자기캐릭터를 가진 사람이다. 타고난 재주가 있다. 이런 독립세력들은 제휴가 공식이다. 끌여들여서 자기 수하로 삼기 어렵지만 적으로 돌려서도 안된다. 신사협정으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 좋다.

1) 재주도 없이 보스 되려는 자 - 적이면 좋은 라이벌로 키우고, 아니면 아주 밟아버려야 한다.  
2) 전문분야에 밝은 사람 - 당연히 거두어야 한다.
3) 고유한 자기 캐릭터가 있는 사람 - 신사협정으로 제휴를 맺어야 한다.

박상천, 정균환들은 밟아줄 가치도 없다. 똥이다. 피해가기만 하면 된다.

추미애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그는 순수한 사람이다. 그는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종교적 열정으로 정치하는 사람이다. 냉정한 정치판에서 종교적 열정은 위험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서로 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우는 것이다.

“져도 좋다. 우리끼리 보듬어 안고 펑펑 울자.”

구주류가 그런 추미애를 좋아하다가는 진짜 펑펑 울게되는 수가 있다.  

추미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적진에 심어놓은 스파이역할을 해준다. 무엇이? 그의 순수가! 그래서 나는 추미애가 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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