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사설] ‘집권 김칫국’ 마시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마치 집권당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국민이 떡을 주기도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예산삭감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부문에서는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증액을 요구해 전체 예산규모를 정부안보다 키워 놓았다. 상임위 차원의 심의에서 예산이 다소 늘어났다가 예산결산위에서 본격 조정되는 것이 그간의 관례이긴 하지만, 올해엔 한나라당의 예비집권당 같은 태도 때문에 증액폭이 예년보다 훨씬 커졌다.

특히 한나라당이 그동안 집중적인 삭감대상으로 삼아온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대목에서는 쓴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자신들의 집권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치더라도 어이없는 행태다.

한나라당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해 온 마당에 왜 청와대 예산을 늘려야 하며, 또 ‘정권홍보처’라고 규탄해 온 곳에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세금을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춘 홍보수요’ 운운의 논리를 폈다고 하니 그 속셈마저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자신하든 말든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아무리 국회의석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집권 가능성을 스스로 믿으며, 사람과 정보와 돈이 모인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엄연한 야당이다. 벌써부터 야당으로서의 원칙과 자세를 잃어버리고 집권의 꿈에 취해 있다면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이다.
-----------------------------------------------------------------------------------------------
[hint] 떡 썰며 아들 혼내준 한석봉 어머니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876 의도적인 상호작용이 정답이다 김동렬 2022-01-22 3375
1875 결정론 자유의지론 상호작용론 김동렬 2021-06-21 3374
1874 비열한 윤석열 김동렬 2021-03-06 3373
1873 기본소득의 딜레마 김동렬 2021-08-09 3372
1872 코끼리를 생각하라 1 김동렬 2021-01-25 3372
1871 이준석의 눈물 김동렬 2023-10-16 3371
1870 어떤 일베왕의 죽음 김동렬 2021-04-14 3370
1869 당신은 우주를 믿는가? 1 김동렬 2019-05-24 3370
1868 전쟁을 막은게 성과다 1 김동렬 2023-07-04 3369
1867 이기는 방법 김동렬 2022-07-31 3369
1866 세종은 왜 한글을 만들었나? 1 김동렬 2021-11-14 3369
1865 양자중력이론 1 김동렬 2019-08-08 3369
1864 인간은 게임하는 동물이다 2 김동렬 2019-02-06 3369
1863 창의력의 비밀 4 김동렬 2020-04-05 3368
1862 마이너스가 인류를 구한다 1 김동렬 2019-05-29 3367
1861 계통을 일으켜라 1 김동렬 2018-12-14 3366
1860 바른 말을 하자 2 김동렬 2021-08-29 3365
1859 인간은 무엇을 원하는가? image 김동렬 2020-09-09 3364
1858 구조론사람의 길 4 김동렬 2018-12-18 3364
1857 가족과 부족사이 1 김동렬 2018-10-26 3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