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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240 vote 0 2002.11.12 (15:58:33)

[정몽준은 공동집권과 권력분점 음모 꾸미나?]

정몽준이 후보간 단독회담을 제의하는 이유는 대략 아래 3가지 입니다.

1. 정몽준의 독단적 성격 상 자기당 협상팀을 믿지 못하므로 자신이 직접 결정하기 위하여.

2. 노무현으로 단일화될 경우 일정한 지분을 사전에 약속받기 위하여

3. 대의원 여론조사주장의 자충수로 잃은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하여


여기에 대한 노후보측의 대응은 회담제의에 진실성이 있는 경우와 진실성이 없는 경우로 나누어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정의 회담제의에 진실성이 있을 경우

1. 단독회담은 밀실야합과 지분협상의 오해가 있을 수 있음을 언론에 공표하여 지지자와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 회담에 응한다.

2. 가능성있는 단일화 시나리오를 3개 정도로 압축하여 언론에 공표한 다음 제시된 시나리오 중 하나를 최종결정하는 것으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칙을 정한 후 회담에 임한다.


둘째 회담제의에 진실성이 없고 순전히 이미지 만회용일 경우

1. 밀실야합의 오해를 풀기 위한 TV공개회담을 역제의한다.

2. 단독회담제안은 정몽준의 독단적 성격상 자기당 협상팀을 믿지 못하고 협상팀에 전권을 위임하지 않음에 따라 협상이 지지부진한데 따른 결과임을 언론에 공표한다.

※ ※ ※

북한 김정일정권과 대화가 안되는 이유는 김정일은 어떤 경우에도 회담대표에 전권을 위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민주적인 북한체제의 성격에 기인한다.

북한과 협상해서 뭔가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김정일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박근혜가 방북하여 김정일과 합의한 것은 대체로 약속이 지켜졌다. 축구시합도 열었고 아시안게임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직접 나서지 않은 회담에서의 무수한 합의사항들은 대부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독재국가의 정치스타일이 원래 그런 것이다.

정당정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독재정권의 경우 협상대표가 뛰어난 협상술을 발휘하는 그 자체만으로 보스의 체면을 구기게 된다. 보스 외에 또다른 스타가 탄생해서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독재정권과는 협상은 절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만약 성과를 내고자 할 경우 반드시 보스와 직접 담판해야 하고, 그 결과는 반드시 보스의 체면을 살리는 내용이어야 한다. 보스와 직접 담판했을 경우 보스가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 ※ ※

과거 키신저가 닉슨의 밀명을 받고 모택동과 회담했을 때이다. 모택동의 별장을 방문했지만 회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모택동은 철학자인 척 하며 자기가 지은 한시 몇편을 읊었을 뿐 정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왜 모택동은 키신저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모택동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므로 협상결과가 좋든 나쁘든 언론과 정당에서 한단계 걸러주는 장치가 있다. 반면 독재정권은 이미지에 의해 통치된다. 이미지가 잘못되면 유리에 금이 가듯이 한방에 가는 수가 있다.

독재정권에서는 짐이 곧 국가다. 모택동이 곧 중국이다. 모택동이 미국에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것처럼 보여지면 10억 인민은 중국의 체면이 손상된 책임을 모택동 1인에 묻게 된다.

모택동과 직접 담판하지 않으면 백날 협상을 해도 협상의 성과는 없다. 만약 어떤 부하가 뛰어난 협상술을 발휘하여 스타가 되면 모택동 보다 더 스타가 된 죄로 죽음이다. 그러므로 협상대표는 알아서 바보노릇을 한다.

모택동과 직접 담판하는 수 밖에 없다. 모택동과 담판하려고 하니 모택동은 엉터리 자작 한시(漢詩)나 계속 읊어댄다. 키신저의 속이 뒤집어졌음은 물론이다.

※ ※ ※

정몽준당과의 협상은 가능하지 않다. 김정일정권과 마찬가지로 원래 대화가 안되는 집단이다. 협상팀이 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현재로서는 밑에서 어떤 합의가 나오더라도 정몽준에 의해 전부 뒤집어지게 되어 있다.

대의원여론조사라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도 이 상황에서 나온 해프닝이다.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한 것이 아니라 정몽준에게 야단을 맞지 않을 목적으로 협상안을 낸 것이 이렇게 아햏햏하게 되었다.

어떤 회담이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다. 시스템에 의지하지 않는 경우 그 줄 것이 항상 보스의 운명과 직결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바로 이 부분이다.

남측 협상팀은 어떤 회담결과가 나오더라도 대통령의 위신에 타격이 없다. 반면 북한 협상팀은 어떤 회담결과가 나오더라도 반드시 김정일의 위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은 협상결과가 어떻든 노무현의 이미지에 직접 타격이 가해지지 않지만 정몽준측은 협상결과에 따라 정몽준 1인에게 직접 타격이 가해지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 ※ ※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노무현식 정치와 정몽준식 정치다. 노무현대통령 하에서는 노무현이 보여주고 있듯이 결단의 정치를 보게 될 것이다. 정몽준대통령 하에서는 정몽준이 지금 보여주고 있듯이 아햏햏한 정치를 5년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밑에서 결정하면 위에서 뒤집는 김정일식 정치를 용인할 것인가이다. 민주주의는 절대적으로 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 그 시스템은 정당정치이며 우리의 여야정당이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시스템을 개량하는 외에 대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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