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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200 vote 0 2002.10.31 (15:03:23)

지식사회에는 공론이 존재한다.
개인의 의견이 다수의 공론과 다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평소에 그러한 개인의견의 개진은 무제한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수가 합의하여 일단 어떤 행동에 들어갈 때는
전략적으로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행동통일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행동통일에서 사회적인 신뢰가 싹트는 법이다.
그것이 곧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다.

김민석 문제의 본질은
그러한 행동통일을 깨뜨리므로서 사회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 있다.
이 경우 이미 김민석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받는 타격이 문제이다.

우리는 신뢰를 잃어버렸다.
김민석 개인 뿐만 아니라 386세력 전체가 사회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그 잃어버린 신뢰를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이다.

사회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면
이는 시스템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동이 된다.
이 경우 시스템은 자기 방어를 위해 안전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다양한 방법이 있다.

조폭의 경우 간단하다.
"배신자는 죽인다."

독립군의 경우도 간단하다.
"토왜(친일파)는 진왜(왜넘)보다 먼저 참수한다."

민주주의의 경우 간단하다.
"그런 자는 다시는 정치판에 발을 못붙이게 한다."

한나라당을 할 수도 있고
몽당을 할 수도 있고
민주당을 할 수도 있지만

배신자는 시스템이 자기보호를 위해 반드시 제거한다.

정치는 생물이다.
그 정치라는 생물이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이 그러하다.

선진 외국의 경우 이런 면에서 우리보다 더욱 철저하다.
선진국과 후진국이 여기서 갈라진다.

예컨데 메이저리그에서
한 선수가 다른 팀 선수와 충돌이 일어났다면
덕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가 자기편을 들어준다.
이때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의 문화를 모르고
혼자 덕아웃에 남아있다가는 배신자로 몰려 왕따된다.
프로야구 선수노조의 파업에 가담하지 않았다가는 역시 철저하게 응징된다.

87년 6월 항쟁에서
넥타이부대와 학생들이 일제히 우르르 몰려갔을 때
혼자 덕아웃에 남아 짜장면을 먹고 있었던 정몽준류는 철저하게 배척된다.

정몽준은 그 존재 자체로서 민주주의의 배신자이다.
노무현이 앞장서서 최루탄 먹어가며 몸싸움을 벌일 때
혼자 덕아웃에 남아 팝콘 씹고 있던 넘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개인을 희생하더라도 시스템을 보호하는가 아니면
개인이 살기 위해 시스템을 죽이는가에 달려 있다.

박찬호 선수가 앞장서서 몸싸움을 벌이면
당연히 징계를 받고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벌금을 물더라도 용감하게 앞장선 선수가 동료의 협력을 얻어
메이저리그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후진국의 경우는
시스템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와 섞여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므로서
유권자가 판단의 기준을 상실해 버린다.

지식사회가 공론을 형성하고
평소에는 자유롭게 개인 행동을 하다가도
결전에 임하여서는 공론에 맞추어 공동보조를 취하는 그러한 시스템을
개인이 살기 위하여 죽여버리는 나라가 후진국이다.

김민석을 정치판에서 매장하는데 성공하는가
혹은 그렇지 못하는가에 따라 우리 사회의 정치수준이
선진국이냐 아니면 여전히 후진국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느냐가 가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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