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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434 vote 0 2007.09.11 (15:10:57)


[정치칼럼 아닙니다. 개인적인 글입니다.]

 

학문의 역사를 내면서

학문의 역사는 지난 1년간 써온 글을 하나의 논리틀 아래 묶어낸 것입니다.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두를 묶어내는 하나의 논리틀이 되겠지요.

전체를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서 보는 시야를 제공하고 싶었는데 전여옥 항소비용 마련문제 때문에 서둘러 인쇄하느라 원고를 꼼꼼히 살피지 못해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어차피 널리 읽히는 책은 아니므로 진가를 아는 소수의 진짜 독자들에게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나중에 내용을 보강해서 정식 출판할 계획도 있습니다만 빨라도 3년은 걸리겠지요.

좋은 정보가 들어있는 좋은 책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어설퍼도 구조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책이 팔리는 법입니다. 그것이 소비자의 잘못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되게 되어 있습니다.

삶의 양식이 담겨있는 책이 완성된 책입니다. 책을 사는 것은 그 책에 든 지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표상하는 삶의 양식을 사는 것입니다. 지식을 담은 책도 많지만 베스트셀러라면 대부분 속이 비었지요.

예컨대 법정스님의 책을 산다면 솔직히 그 책에 무슨 신통한 지식이 있겠습니까? 첫 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넘겨봐도 아무런 내용이 없더군요. 그래도 사람들은 즐겨 그 책을 삽니다. 왜?

스님의 삶의 자세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넘어서 통하는 것이 있다는 말이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식을 팔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양식으로 독자와 소통하고 싶습니다.

필요한 것은 브랜드입니다. 법정 하면 딱 떠오르는 느낌이 있듯이 단박에 떠오르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괴짜가 되기로 했습니다. 모퉁이에 서 있어야 잘 보이거든요.

섬진강 김용택이나 다목리 이외수나 조탑동 권정생이나 다 괴짜들입니다. 그분들의 삶 자체가 골동이지요. 그분들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지명도가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가능성입니다.

그것은 그분들의 삶의 일관성에서 나옵니다. 캐릭터가 있다 말이지요.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삶 그 자체와 공명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삶에는 테마가 있고 미학적 완성도가 있습니다.

독자는 지식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저자와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심리적인 가족이 되는 것이지요. 제가 달마실을 통해 추구하려는 것도 같은 것입니다.

인간은 가족을 통해 삶을 완성시킵니다. 혈연의 가족을 넘어선 우정의 가족이 있습니다. 얼굴 맞대지 않아도 거기 그곳에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히 만족해 하고 안심할 수 있는 그런 거 있습니다.

나그네가 멀리 떠나와도 돌아갈 고향이 있으므로 씩씩한 걸음 내디딜 수 있듯이, 꼬마가 고샅길에서 뛰놀아도 집에 기다리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얼마든지 천진난만할 수 있듯이.

저기 저 다목리에 이외수가 있고 거기 그 섬진강에 김용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든지 안심이 되고 외롭지 않고 마음 든든한 그거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전하는 책이 진짜 책입니다.

책은 지식으로 매개삼지만 지식을 넘어선 그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삶입니다. 그리고 그 삶의 완성입니다. 그 삶이 꽃 피우고 열매맺어 일어나는 공동체입니다. 그 공동체를 묶어주는 이상주의입니다.

내 삶의 캐릭터 다치지 않기 위하여, 일관성 유지하기 위하여, 완성도 높이기 위하여, 테마 부각하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들의 이상주의를 위하여, 그것으로 소통하기 위하여 탈정치하고 더 욕심을 줄여야겠지요.

다시 읽어보니 어려운 이야기만 많이 써놓았고 그 마음 전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러나 그동안 제 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말 안해도 알 것입니다. 진심으로 통하는 분께만 전하고 싶습니다.

전여옥과의 싸움을 함께 해주시는 분께 증정하기 위하여 소량을 인쇄했습니다. 서점에는 없습니다. 주소오류 등으로 배달과정에 잘못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의는 a11111a@hanmail.net로 해주십시오. 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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