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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775 vote 0 2008.03.14 (17:35:07)

구조론의 의미

생각의 구조

수학자가 계산할 때는 일정한 연산규칙을 사용한다. 이발사는 가위를 사용하고, 재단사는 자를 사용하고 목수는 연장을 사용한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생각이란 것을 하는 데는 그런 공식이 없다.

구조론의 큰 의미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있다. 생각하려면 먼저 생각의 구조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의 존재가 구조원리를 따르고 있으므로 그 존재의 내막을 추적하는 인간의 생각 또한 구조원리를 따라야 한다.

깨달음은 특히 생각의 구조를 아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패턴에서 유도되어 인간의 뇌 안에서 개념의 구조, 의미의 구조, 가치의 구조, 소통의 구조로 전개되며 1사이클의 완성형을 가진다. 깨달음의 궁극은 소통이다.

생각은 길이고 언어는 그 길을 가는 수레다. 의미는 그 수레에 싣는 짐이고, 가치는 그 수레가 갈림길에서 하나의 경로를 선택함이며 ,소통은 그 수레가 최종적으로 화물을 운반하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생각의 구조를 모르면 길이 없고, 언어의 구조를 모르면 머물러있고, 의미의 구조를 모르면 같은 짓을 무의미하게 반복하고, 가치의 구조를 모르면 갈림길에서 헤매고, 소통의 구조를 모르면 목적을 망각한다.

● 생각(자연의 패턴)≫언어(개념)≫의미≫가치≫소통

구조를 모르면 생각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어디서 조달해야 하는지 모르고, 개념을 어디에 대입해야 하는지 모르고,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모르고, 어느 지점에서 생각이 완성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 자연의 패턴을 관찰하여 아이디어 조달≫분석과 종합의 방법으로 개념정립≫인간의 삶으로 유도하여 의미의 연결≫제어수단을 확보하여 가치판단≫타 분야에 응용되는 데서 소통의 완성.

생각하는 방법을 알고 생각해야 한다. 흔히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머리에 힘 주고 앉아있기 십상이다. 생각의 공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작정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관찰하여 패턴을 찾아야 한다.

패턴들에서 개념을 찾고, 개념들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들에서 가치를 찾고, 가치들에서 소통을 찾아 마침내 사유의 1사이클을 완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를 모르면서 생각한다면 사유는 피상적으로 될 뿐이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곧 그것의 구조를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조를 알면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의 구조를 모르고 소설을 쓸 수 없고, 시의 구조를 모르고 시를 쓸 수 없다.

그림이라면 구도가 있어야 하고 음악이라면 리듬과 템포가 있어야 한다. 건축이나 기기장치 혹은 도구의 구조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구조다. 구조 아닌 것이 없다. 구조가 존재 그 자체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구조가 있고 시에도 압운이 있다. 자유시라 해도 정형시의 압운을 대체하는 내용상의 대칭성이 반드시 있어서 시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긴장되지 않고 집중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마술이든, 코미디든, 광고물이든 모든 존재에는 구조가 있어서 인간의 시선을 끈다. 긴장시키고 집중시킨다. 그 내부에 대상을 제어하는 밸런스의 축이 있기 때문이다.

생물도 그러하고 무생물도 그러하다. 형태가 있는 것은 모두 구조가 있다. 구체화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구조가 있고 추상화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구조가 있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구조가 있다.

만약 구조가 없다면 그것은 가짜다. 그러므로 구조분석의 방법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다. 귀신이든, UFO든, 천국이든, 내세든, 윤회든, 원죄든, 기(氣)든 그것이 진짜라면 그 구조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의 겉과 속을 말해야 한다. 그것의 입력과 출력을 말해야 하고, 그것의 심과 날개를 말해야 한다. 그것의 내적 정합성과 자체 완결성을 말해야 한다. 그것의 그러한 구조를 말하지 못한다면 가짜다.

구조론의 생각의 도구다. 운전자의 핸들과 같고, 항해사의 나침반과 같고, 선박의 키와 같고, 화가의 붓과 같고, 병사의 총과 같다. 무릇 생각하려면 생각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다.  

구조를 모르면 생각하지 못한다. 그럴 때 자기완성에 실패하고 자기실현에도 실패한다. 자아찾기에 실패한다. 열심히 일해도 그 성과를 내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내 인생의 꽃을 피우지 못하고 그 결실을 수확하지도 못한다.

 

하드웨어구조와 소프트웨어구조

구조의 이해는 일상적으로 필요하다. 구조라고 하면 흔히 딱딱한 건축의 구조를 떠올리기 쉽다. 이는 하드웨어 구조다. 무른 조직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구조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적용된다.

팀을 짜더라도 구조가 필요하고 회사를 경영하더라도 구조가 필요하다. 거래를 하더라도 구조가 필요하고 계획을 세우더라도 구조가 필요하다. 전쟁이라면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하고 축구시합이라면 포메이션 전술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구조는 겉과 속, 입력과 출력, 심과 날개를 가진다. 군사조직 안에 이것이 갖추어져야 한다. 전쟁이라면 겉은 전략이고 속은 전술이다. 전략은 전장 밖에서 성립하고 전술은 전장 안에서 성립한다.

입력과 출력은 최고지휘관에서 말단병사에 이르기까지 직결로 정보가 전달되는 편제다. 심과 날개는 종심돌파 및 포위가 가능한 편제다. 특히 군이 군단과 사단으로 편제된 것은 그 때문이다.

● 겉과 속 - 전장 밖에서의 전략과 전장 안에서의 전술
● 입력과 출력 - 최고지휘관에서 말단병사에 이르기까지 직결로 전달되는 명령체계 및 쌍방향 의사소통을 성립시키는 피드백 구조.
● 심과 날개 - 심은 중군의 종심돌파 및 방어전술, 날개는 좌우군의 포위전술 및 기동전술

군단이 군사적 거점에 대비한 편제라면 사단은 병력의 이동에 대비한 편제다. 군단은 심의 역할로 적의 종심을 돌파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며 사단은 날개역할로 포위하거나 기동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러한 겉과 속, 입력과 출력, 심과 날개의 구조는 군사조직 뿐 아니라 회사조직이나 하다못해 축구팀이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 중에서 어떤 하나가 결여되어 있다면 조직은 역할하지 못한다. 붕괴되고 만다.

이러한 구조는 업무에도 있고, 인간관계에도 있고, 정치에도 있고, 시장에도 있고, 문화에도 있다. 생각에도 구조가 있고, 언어에도 구조가 있고, 사랑에도 구조가 있고, 놀이에도 구조가 있고, 삶에도 구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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