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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659 vote 0 2008.03.29 (12:19:53)

구조주의 선언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다. 사물의 바탕은 없다. 사물의 내재한 고유한 본성 따위는 없다. 가장 작고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는 따위는 없다. 원자는 없다. 포지션은 있다. 만유는 물(物) 자체의 고유한 속성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관계, 곧 포지셔닝에 의해 그 시점에 새로이 조직된다. 서로 어떻게 만나고 맞물리느냐에 따라 비로소 결정된다.

존재가 서로 만나서 맞물리는 방식은 다섯가지가 있다. 이를 열거형이 아니라 통합적-입체적 모형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완성된 입체적 모형을 인간의 뇌에 세팅해 두면 비로소 연역할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인식이다. 곧 깨달음이다. 그럴 때 설계할 수 있고 조직할 수 있고 창의할 수 있다. 어머니의 낳음이 있다. 그리고 소통할 수 있다.

구조론은 요소들이 서로 만나고 맞물리고 맞서며 포지션을 획득하여 시공간 안에서 하나의 단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해명한다. 그 단위는 차원, 패턴, 모듈로 설명될 수 있다. 그것이 무의미하게 나열되는 열거형의 그룹이 아니라 시공간 안에서 자기 포지션을 가지는 입체적 모형으로 설명된다는데 구조론의 의미가 있다. 포지션에 따라 역할이 특정된다. 그것이 의미다.   

만유는 입력과 출력 사이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그 방법으로 질서를 만든다. 계 안에서의 수직적 질서와 계 바깥에서의 수평적 질서가 있다. 수직적 질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낳고 수평적 질서는 가치를 낳는다. 가치는 다른 것으로의 대체가능성이다.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질서에 의해 하나로 통합되고 가치에 의해 무한히 증폭된다.

만유에 질서와 가치의 판정을 내리는 저울이 있다. 저울이 곳곳에 있으므로 세상은 중앙집권식이 아니라 지역분권식이다. 그러면서도 중앙과 지역, 전체와 부분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소통한다. 이러한 구조적 얽힘에 따라 각 단위의 완전성이 있다. 소통하는 것이 완전한 것이다. 구조론은 그 완전성을 추적한다. 완전에 이르렀을 때 연역된다. 세상은 비로소 작동한다.  

 

타파되어야 할 귀납적 사고의 오류들

구조론의 결론은 연역에 있다. 연역은 존재의 역할하는 한 단위 안에서 1사이클의 진행되는 전체과정을 알고 설계 들어가는 것이다. 존재는 서로 만나고, 맞물리고, 맞서고, 합쳐지고, 통한다. 소통되면 완성이다. 그러므로 정답이 있다.

오류는 귀납적 사고에 의해 일어난다. 귀납은 눈과 귀와 코와 혀와 촉각으로 얻은 단서들을 토대로 추론하는 것이다. 많은 단서들 사이에서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므로 필연적으로 오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수집형의 사고.. (차별과 편견) 인간은 자연에서 발견하여 수집한다. 그 과정에서 금은 원래 금이고 은은 원래 은이듯이 사물에 고유한 속성이 있어서 본바탕이 원래 그러하다는 믿음을 얻는다. 여자는 원래 여자고 남자는 원래 남자이며 주인은 원래 주인이고 노예는 원래 노예이며, 백인은 원래 백인이고 흑인은 원래 흑인이며 그 바탕에는 고유한 속성이 있고 그 속성은 불변하므로 차별이 정당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모든 상은 관계가 만들어내는 것이며 물 자체의 고유한 속성은 없다. 분별망상의 오류를 극복해야 한다.  

열거형의 사고..(극도의 비효율) 인간은 수집한 다음 열거한다. 요소들을 관계에 따라 포지션을 부여하여 이를 입체적 모형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하나의 그룹 안에서 나열식으로 하나하나 줏어섬긴다. 우선순위가 없고 경중이 없고 접근경로가 없고 설계도가 없어서 아는 것은 많은데 실행하지 못한다. 장악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고 결정하지 못한다. 가치판단을 못한다. 우연히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덧셈은 하는데 곱셈을 못하므로 극도의 비효율에 빠진다.

절대성몰입형 사고.. (가치판단 실패) 인간은 수집과 열거 다음에는 축적한다. 높이 쌓는다. 이때 상하개념이 생겨난다. 경중의 개념이 생겨난다. 그러나 단지 중앙에 존재하는 하나의 저울을 가질 뿐이어서 사물이 관계맺기에 의해 교환되고 대체될 수 있음을 모른다. 그러므로 상의하달의 일방적인 질서의 강요와 통제밖에 알지 못한다. 피드백을 모르고 쌍방향 의사소통을 모른다. 가치를 모르므로 중간단계에서 다른 것으로 대체되고 교환될 수 있음을 모른다. 가치의 공명되고 증폭됨을 모른다.

상대성몰입형 사고.. (허무주의 퇴행) 인간은 수집과 열거 축적 다음에는 사용한다. 사용할 때는 가치에 의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때 가치전도 현상이 일어난다.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면 애초에 수집하고 축적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가치의 대체-교환 가능성은 일정한 완성형의 질서 안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그 질서를 모르므로 무작정 대체와 교환을 추구하다가 순환과 환원과 반복의 미로에 빠져 길을 잃고 허우적댄다. 그 결론은 허무다.  

파편화된 사고.. (불안한 모색) 인간은 수집, 열거, 축적, 사용의 방법으로 외계와 소통한다. 이때 쾌감을 얻는다. 식욕이든 성욕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모든 가치는 어떤 외부와의 소통과정에서 얻어진다. 모든 욕망은 인간으로 하여금 세상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며 커다란 소통을 얻도록 유도하는 절차다. 최후에는 부분과 전체의 소통이다. 개인의 내부에서 충족된 식욕과 성욕의 본능에서 출발하여 가족과의 소통에서 동기를 얻고 이웃과의 소통에서 성취를 얻으며 국가와 세계로 나아가며 점차 그 소통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다. 부분과 부분의 소통에서 멈추지 말고 부분과 전체의 소통으로 완성시켜 가야 한다. 그것이 밀도있는 소통이다. 그러한 소통의 결을 모르고 중간에서 멈추는 것이 파편화된 사고다. 완전하면 통하는데 완전을 모른다. 정상을 모른다. 모든 것은 불완전하며 인생은 안개 가득한 길 가운데서 불투명한 모색의 과정이라고 믿으며 불안해 한다.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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