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13 vote 0 2023.04.18 (18:21:07)

    노무현 당선과 동시에 좌파 지지자들은 모두 배반했다. 대북 송금특검이 빌미가 되었지만 애초부터 배반할 마음을 먹고 핑계를 찾았던 것이다. 그들은 노무현을 통제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손에 리모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배신한다.


    우파 성향의 지지자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웠는데 이라크 파병이 고리가 되었다. 황우석 소동과 우주인 고산의 실패를 거치며 탄핵싸움 뒤에 들어온 우파 노빠는 모두 배반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명박 찍었다. 좌우 지지자가 모두 배반하자 노무현은 죽었다. 


    좌파는 골수 추종자만 챙기는 윤석열처럼 흉악하지 않다고 노무현에게 화를 냈지만 그들이 틀렸다. 노무현이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고 좌파에 끌려다니는 정치를 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없었다. 노무현의 중도행보가 뒷날 문재인의 당선에 기여한 것이 분명하다. 


    한 번이라도 그 정당을 찍어본 사람이 계기가 주어지면 또 그 당에 투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노무현과 비슷하면서 스토리는 반대된다. 문재인은 좌파에 끌려다니는 부동산 정책과 원전정책으로 중도표 잃었다. 노무현과 달리 지지자에게 배반당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임기 동안 지지율을 선방했다. 총선도 이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재인을 따르는 일부 문빠가 배반했고 문재인은 똥파리라 불리는 그들의 배반을 묵인하거나 침묵했다. 노무현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배반당한데 비해 문재인은 자기 부하에게 배반당했다. 


    노무현은 워낙 몰려서 배반할 부하도 없었지만 문재인은 높은 지지율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해먹으려는 야심가들에게 뒤통수 맞았다. 치려면 인기 있는 사람을 쳐야 뜬다. 2500년 전에 소크라테스가 저격된 이유다. 아무도 못 건드리는 문재인을 내가 박살낸다면?


    윤석열과 최재형이 주군을 배반한 이유다. 눈앞에 먹기 좋은 떡이 있는데 왜 먹지 않겠는가? 노무현의 희생이 훗날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듯이 문재인의 지금 고생도 나중에 보상받는다. 의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 의리가 지렛대가 된다. 그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조조.. 나는 천하를 배반해도 천하는 나를 배반할 수 없다.

    노무현.. 유권자는 나를 배반해도 나는 유권자를 배반하지 않는다. 

    문재인.. 부하가 나를 배반해도 나는 부하를 배반하지 않는다.


    바보 노무현처럼 정치하면 죽는다. 문재인처럼 정치하면 당한다. 그 고생에 대한 반대급부는 반드시 있다. 영웅의 희생을 통해 에너지가 형성되면 그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무현, 문재인이 표를 모아놓았는데 달려들지 않겠는가?


    정치의 세계에 꿩 먹고 알 먹는 수는 없지만 내가 희생해서 후배들에게 떡이 돌아가게 하는 방법은 있다.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다. 나는 마이너스를 결정할 뿐이고 플러스 혜택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 진보가 승리하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 


    당장 김어준, 유시민이 진중권, 서민, 신평, 박지현, 이준석 개떼들과 달리 정치 욕심을 내지 않고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 정도 하는 것이다. 김어준과 유시민이 국회의원과 도지사에 각각 출마해서 각자 몫을 챙기면? 안희정 되고, 정봉주 되고, 김경수 된다. 


    내시균형으로 보면 실제 노무현에게 다른 선택은 불가능했다. 다른 결정을 했다면 그게 윤석열 되는 것이다. 그냥 죽거나 뒤에 살아날 한가닥 희망을 남기고 죽거나. 문재인은 더 잘할 수 있었지만 워낙 해외변수가 많았다. 트럼프부터 코로나까지 흔들어 대는 판에.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361 스탠스를 잃은 이회창? image 김동렬 2002-12-08 15126
6360 '그 대세론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 image 김동렬 2002-12-08 15693
6359 이회창이 보는 대선 한표의 가격은 무림거사 2002-12-08 16529
6358 반반? 에프킬러 2002-12-08 15013
6357 (청주=연합뉴스) 김동렬 2002-12-09 17307
6356 Re..진짜 골 때림 14 2002-12-09 17615
6355 Re.. 심리장세는 무시 김동렬 2002-12-09 16277
6354 노무현노선이 옳다 - 지식인과 젊은이들에게 고함 김동렬 2002-12-09 13930
6353 <도올 김용옥기자의 현장속으로> 김동렬 2002-12-09 14112
6352 조갑제 쑈하는 거 아닐까요? 심리학도 2002-12-09 16357
6351 Re.. 조갑제는 최병열과 공작 한나라당 인수작업돌입 김동렬 2002-12-09 18796
6350 Re.. 누가 이회창과 악수하며 손톱으로 긁었냐? 김동렬 2002-12-09 11760
6349 [펌] 민노당은 이거나 먹고 짜져라! 반민노당 2002-12-09 14159
6348 이거 봐요, 제가 조갑제 포기한 거 아니랬죠? 심리학도 2002-12-09 15512
6347 Re.. 확실한 패전처리입니다. 김동렬 2002-12-09 17989
6346 쥑이는 노래 : 아빠의 말씀 (또한번 디벼짐다) 관운장 2002-12-10 16117
6345 토론후기? 심리학도 2002-12-10 14282
6344 대세는 끝난 듯 하지만 관운짱 2002-12-10 13808
6343 이회창이 버벅대는 이유 김동렬 2002-12-11 14064
6342 행정수도 이전이 변수가 될까요? 노원구민 2002-12-11 15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