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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90 vote 0 2019.02.27 (21:16:32)

    말려야 한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되는 나약한 동물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 자연환경도 있지만 집단환경의 비중이 크다. 집단의 소속을 바꿔야 한다. 가족을 바꾸고 부족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결혼제도가 있고 이혼제도가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직장이 부족 역할을 한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퇴사하고 이직해야 한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야망, 신념, 희망, 탐욕, 의지 때문이 아니라 주변에서 말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행동에 들어가면 일사천리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진행하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에너지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센 에너지 흐름에 올라탄 것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같다.


    그러므로 말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친구가 필요하고, 가족이 필요하고, 동료가 필요하고, 팀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하다. 친구와 동료를 얻게 하는 것은 만남이다. 그래서 만남이 중요하다. 위축되어 있을 때는 부추겨줄 사람이 필요하고 오바하고 있을 때는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이 필요하며 그 사람을 미리 지정해두어야 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는 만남의 선택이다. 말려주고 때로는 부추겨줄 사람의 선택이다. 동료를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배우자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보스를 만나고, 후배를 만나는 데 있어서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환경과의 관계설정이 그것이다. 환경 안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환경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은 주변에서 말리지 않으면 반드시 나쁜 짓을 한다. 자신에게 허용된 영역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조사해야 나와 타자의 경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그러하다. 어른들은 말려도 말을 안 듣는다. 태극기 할배들은 말리면 즐기면서 더 그런다.


    인지부조화다. 인간은 야망, 신념, 희망, 탐욕, 의지 때문에 어떻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브레이크를 걸지 못해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 거다. 호르몬에 의해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행동 메커니즘에 기계적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마약환자처럼 자기 의지로 끊지 못한다. 누가 이런 사람을 말려줄 것인가? 이념이 말리고 철학이 말린다. 


    역사가 사람을 말리고, 문명이 사람을 말리고, 자연이 사람을 말리고, 진보가 사람을 말린다. 혹은 부추긴다. 이들과 미리 사귀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누구편인지를 잘 정해야 한다. 피아구분을 잘해야 한다. 대립하는 너와 나 사이에 금을 잘 그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일사천리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계처럼 자유의지가 없거나 약하지만 종목을 선택하기 전 만남의 단계에서는 누구를 만날지 선택할 수 있다. 올바른 만남을 통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게 전략이다. 좋은 팀에 들어야 한다. 내게 에너지를 주는 팀이어야 한다. 역사의 방향과 맞는 팀이라야 한다. 부추기고 말리는 것은 자기편이다. 편먹기 잘해야 한다.


    프로이드의 추종자들이 마음을 오해하는 이유는 집단과의 관계를 보지 않고 개인의 트라우마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과거다. 인과관계에 따라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아니다. 전체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집단은 전체이고 개인은 부분이다. 원인은 전체에 성립하고 결과는 부분에 나타나는 것이다. 


    자동차 전체의 모순이 타이어 펑크로 나타난다. 가족의 문제가 개인의 화병으로 나타난다. 인류의 모순이 국가의 전쟁으로 나타나고 국가의 제도적 모순이 개인의 범죄로 나타난다. 인과관계가 시간에만 성립한다는 믿음은 커다란 착오다. 전체와 부분에도 인과가 있다. 언제라도 에너지가 들어오는 쪽에 사건의 원인이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2.28 (03:48:48)

"환경 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환경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http://gujoron.com/xe/1066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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