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70 vote 0 2019.02.12 (11:43:13)


    마음을 깨닫기


    흔히 마음을 먹는다고 한다. 입속에 물을 머금듯이 마음은 머금는 것이다. 어미닭이 알을 품듯이 마음은 품는 것이다. 컴퓨터 용어로는 Loading이다. 차에 화물을 싣듯이 로딩은 화물칸에 짐을 싣는 것이다. 의도를 실어 태운다. 의도를 로딩하려면 그 전에 의도라는 화물을 실어나를 배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구조론은 마음을 정신, 의식, 의도, 생각, 감정으로 구분한다. 어떤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대상에 개입할 의도를 가지는 것이며, 의도는 짐칸에 올려 싣는 것이고 정신과 의식은 의도를 실어나를 짐칸의 확보가 된다. 짐을 실으려면 먼저 그 짐을 장악해야 한다. 화물을 손으로 들어올려야 한다. 그것이 의식이다.


    그 전에 의도를 실을 공간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정신이다. 마음의 작동순서는 먼저 정신을 차려서 의도를 태울 공간을 확보하고, 다음 의식이 의도를 장악하고, 다음 의도가 구체적인 대상에 개입하는 것이다. 미인을 만났다면 먼저 정신이 자세를 가다듬고, 다음 의식이 인사를 한 후에 의도가 손을 내민다.


    마음의 실패는 이 순서가 뒤집어져 알고리듬이 꼬인 것이다. 데이트하는데 츄리닝을 입고 나왔다거나 혹은 인사도 하기 전에 상대방의 신체를 더듬는다거나 한다면 의도가 의식에 앞서게 되니 적절히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아 망한다. 정신과 의식과 의도의 순서는 에너지를 동원하는 절차이니 어길 수가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더라도 순서가 꼬이면 안 된다. 마음도 같다. 먼저 형식을 닦고 내용을 채워야 한다.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절차가 형식이다. 데이트를 앞두었다면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 다른 부수적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보통은 다른 잡다한 것에 한눈팔다가 중요한 데이트를 잊어먹는다.


    취준생이 자신이 면접장에 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연주자가 자신이 무대에 섰다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에너지가 부족하면 환경과의 긴밀한 관계가 깨져서 산만해진다. 군대 내무반이라도 고문관이 사고치는 이유는 함부로 긴장을 풀기 때문이다. 정신, 의식, 의도의 순서로 결맞음이 되면 마음은 순조롭다.


    생각은 의도가 대상에 개입한 상태에서의 상호작용이다. 정신과 의식이 밥상을 차리면 의도가 메뉴를 선택하고 생각은 식사한다. 감정은 그에 따른 피드백이다. 섹스가 의도라면 섹스를 먼저 하고 춤을 나중에 추면 되잖아 하겠지만 춤을 추지 않으면 호르몬이 나오지 않고 신체가 준비되지 않아 섹스는 무리다.


    동물이라도 구애의 춤을 추고 난 다음에 교미한다. 상대방의 호르몬을 끌어내어 신체를 준비된 상태로 만드는 절차가 필요하다.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의도가 의식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결맞음이 될 때 마음은 평안하다. 그러려면 일단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일을 키워야 한다. 


    파트너뿐 아니라 부모까지 만난다면 일은 커진다. 이걸로 다가 아니라 내 인생 전체와 맞물려 돌아간다면 일은 커진다. 그러므로 여기서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배수진을 쳐야 한다. 그럴 때 에너지는 극적으로 고양된다. 한 가지 일을 해도 천하의 일을 한다는 천하인의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2.12 (12:15:45)

"한가지 일을 해도 천하의 일을 한다는 천하인의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351 김동렬의 구조론 image 4 김동렬 2023-06-11 3469
6350 신의 이야기 1 김동렬 2023-06-11 3113
6349 정의당 말아잡순 진중권 김동렬 2023-06-10 3189
6348 이론적 확신의 힘 김동렬 2023-06-10 2354
6347 공유마의 법칙 김동렬 2023-06-09 3785
6346 생각의 출발 김동렬 2023-06-08 2758
6345 만유척력 김동렬 2023-06-08 3719
6344 사이코패스의 특징 김동렬 2023-06-07 3854
6343 즐기는 한동훈, 동성애 혐오, 호모 날레디 김동렬 2023-06-06 3432
6342 길 힘 법 김동렬 2023-06-06 3563
6341 어떻게 살 것인가? 김동렬 2023-06-06 3401
6340 국가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06-05 3525
6339 인류는 생각할 줄 모른다 김동렬 2023-06-04 3018
6338 사랑은 거짓말이다 김동렬 2023-06-03 3701
6337 거짓말과 폭력 김동렬 2023-06-01 3456
6336 결정자와 전달자 김동렬 2023-06-01 2888
6335 이기는게 원인이다 김동렬 2023-05-31 3552
6334 섹스와 흥분 김동렬 2023-05-31 3811
6333 사자와 원숭이의 영아살해 2 김동렬 2023-05-30 3079
6332 더러워서 피하는 전여옥 김동렬 2023-05-30 3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