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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님이 일본의 도발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우리당 경선 바람에 발언 기회를 놓친데다가 이걸 제대로 말하려면.. 단행본 한권 분량을 써야 하기 때문에.. 초난감 사태.. 간단한 문제가 아니올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문제는 민족주의 관점이 아닌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문명사적 흐름의 견지에서 고찰해야 답이 보이는 것이다.

포클랜드 전쟁의 경우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의 무력점령으로 촉발된 포클랜드 전쟁에서 세계는 영국편을 들었다. 그러나 심정적으로는 아르헨티나 편을 들고 싶은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아르헨티나 편을 들 수 없었다. 왜? 그것은 곧 2차대전으로 이루어진 전후질서에 대한 부정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질서를 다시 짜야 한다는 말인데.. 이건 또다른 세계대전을 의미할 수 있다.

쿠르드 문제, 체첸 문제, 티벳 문제 또한 마찬가지. 많은 소수민족들이 2차대전으로 이루어진 현 질서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독도 문제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지금 한일 간에 외교전이 일어나고 있다. 요는 우리에게 승산이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이기게 되어 있는 게임이다. 왜인가?

첫째 우리는 지금 약점을 잡혀있지 않다. 역대 독재정권 때는 두가지 약점이 있었다. 첫째 정통성 결여라는 외교적 약점, 둘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국면에서 일본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덧붙이자면 IMF 때는 외환부족의 약점이 있었다. 물론 결정적인 약점은 역대 독재정권이 일본으로부터 뒷돈을 받아먹고 있었다는 부도덕의 사실.

둘째 문제를 확대시키면 2차대전을 통한 전후질서가 최후의 안전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는 2차대전의 전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게 불리하다. 확전하면 일본이 손해라는 말이다.

일본은 이차대전의 전범국가로서 전쟁배상 책임을 충분히 이행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승산없는 도발을 감행했는가? 그 첫째 이유는 물론 왜가리들이 머리가 나빠서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는 이차대전의 승전국이 되지 못했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동서냉전.. 냉전에서 미국이 이겼다. 일본은 지금 미국에 붙어서 그 댓가를 얻어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러시아로부터 사할린 및 북방 도서를, 그리고 중국으로부터는 조어도를 빼앗아보려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로 이미 많은 영토를 잃었고 중국은 티벳문제와 대만문제로 이중의 약점이 있다.

독도문제는 여기에 묻어가는 것이다. 북한 역시 냉전게임에서 승자가 아닌 패자 쪽이 되니까 일본으로서는 해볼만한 배팅이 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본은 승리하지 못한다. 왜? 옐친의 러시아는 바보였지만 푸틴의 러시아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역시 대만이나 티벳문제에 양보한다면 공산당 정권이 엎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민주화 되면서 중국 안에서 내전이라도 일어난다면? 일본은 찬스를 잡는 거다. 러시아가 구소련의 붕괴로 영토를 잃었듯이 중국은 티벳과 조어도를 잃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또 북한과의 수교협상에 있어서도 배팅할 만한 카드를 하나 만든 셈이 된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급할 것이 없는 일본은 독도문제, 납치문제 등을 내세워서 시간끌기를 하면 다급해진 김정일이 대폭 양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물론 김정일도 벼랑끝 외교라면 한 벼랑은 하기 때문에 일본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지만 납치문제 자폭 등에서 보듯이 김정일이 행여 덜컥수라도 두면 일본은 챙길 것이 있다.)

그러나 이런건 자잘한 계산이고.. 이런 식으로 얄팍한 계산을 해서 재미본 나라는 없다. 문제는 첫째 고이즈미가 쪼잔한 인간이라는 거고 둘째 일본의 극우화 경향이다. 일본은 날로 극우화 되고 있다.

우경화 되고 있거나 앞으로 우경화 될 조짐이 있는 나라들의 특징은 첫째 큰 나라, 둘째 고립된 나라이다.

● 큰 나라의 우경화 경향..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 프랑스, 일본.. 우경화 되었거나 언제든지 우경화로 치달을 조짐이 있다.(독일도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 저지른 소행을 보면 그렇다.)

● 섬나라 및 고립된 나라의 우경화 경향.. 호주, 일본,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북한, 알바니아, 쿠바, 그리고 대부분의 독재국가들.(여기서 고립은 경제적 자급자족 혹은 문화적 고립을 의미한다.)

● 작은 나라 및 반도국가의 진보경향..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들은 항상 이웃나라와 보조를 맞추면서 적절한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왜 큰나라 혹은 섬나라는 우경화 되는가?

섬나라 및 큰 나라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가 되고 우주가 된다. 경제적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문화적인 자가발전이 가능하다. 즉 나라 안에 작은 나라가 생겨서 하나의 국가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세계 혹은 연합국을 자처하게 된 나라이다.

일본의 경우 막부시대 경제적 자급자족과 문화적 자가발전을 하면서 일본 안에서 작은 소국(다이묘) 수백을 거느리고 일본을 천하(天下)로 생각한 것이다. 이런 나라들은 필연적으로 우경화 된다.

미국이 우경화 되는 이유는? 미국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50개의 주(다이묘)가 연합국이 되어 미국 자체로 자급자족과 문화적 자가발전이 되는 하나의 천하(天下)를 이루고 있다.(여기서 말하는 자급자족은 무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

부시가 승리한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지만 뉴욕은 평균 아이큐112, 중서부는 평균아이큐 85의 나라이다. 나라 안에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필연적으로 우경화 된다.

일본 역시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자 세계이다. 미국인들이 자국 내의 프로야구니 미식축구에 열광할 뿐 월드컵이 올림픽에 무관심하고 외국영화를 쳐다보지도 않듯이 일본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소우주를 이루고 있어서 바깥세계에 대해서는 무관심 하거나 배타적이다. 도쿠가와 막부 200년간 쇄국했듯이 일본은 이미 정신적으로는 쇄국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중국이 세계를 학습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앞서게 되면 청나라 때 처럼 자기만족에 빠져서 심리적 자급자족 상태에 빠져, 중국을 전부로 알고 외부세계를 우습게 알게 된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큰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경제대공황 등 큰 위기를 맞으면 잠시 외부세계에 관심을 가질 뿐, 잠시 진보의 경향을 나타낼 뿐, 조금만 형편이 풀리면 외부세계를 우습게 알고 정신적 쇄국을 하게 된다.

반면 작은 나라 및 반도나라가 진보적인 경향을 가지는 이유? 진보는 곧 지식인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사회의 공론이 그 사회의 문화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작은 나라는 큰 나라들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로 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지식인이 득세하게 되고 공론이 역할하게 된다.

전형적으로는 스위스나 소국(小國)인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를 들수 있다. 그리고 국가 전체가 하나의 도시국가 처럼 되어서 상대적으로 지식인이 국민을 설득하기가 용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뉴욕 깍쟁이들이 삐딱하게 돌아앉아 함께 어울리기를 거부하고 자기네끼리 따로 놀겠다는 중서부 찌질이들을 설득하기는 불능이다. 중서부 찌질이들 입장에서도 잘난 체 하는 뉴욕 깍쟁이들에게 비위를 맞춰줄 이유가 없다.

● 지식인의 말빨이 먹히는, 혹은 지식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나라.. 작은 나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낀 반도국가, 열강의 틈새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나라, 국가 전체가 하나의 도시처럼 중앙에 집중된 나라.

이런 나라들은 국민의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고 진보가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긴장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식인으로부터 배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적인영역 보다는 사회의 공론을 중시한다.

예컨대 벨기에라면 프랑스어를 쓰는 등 프랑스 문화권에 속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벨기에 입장에서 프랑스는 매우 신경이 쓰이는 피곤한 존재다. 24시간 감시체제다. 그러므로 지식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 지식인의 말빨이 먹히지 않는, 지식인의 역할이 그다지 필요없는 나라.. 큰 나라, 중앙과 지방이 분리되어 따로 노는 나라, 강대국, 고립된 섬나라(중국이나 러시아는 대륙이지만 섬과 같은 고립특성-내부에서 문화적, 심리적 자급자족이 가능한-이 있음.)

우리나라와 같은 무역국가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다. 일본도 무역국가이지만 압도적인 경제력의 우위 때문에 이제는 눈치볼 이유가 없어졌다. 일본은 점차 문화적인 자급자족 및 자가발전으로 자기네끼리 돌아가는 폐쇄국가로 변질되고 있다.

지만원류 정신병자들의 헛소리는

식민지가 도움을 주었다는 지만원류 헛소리에 대해.. 이건 논할 가치도 없지마는 한국이 식민지가 안되었다면 훨씬 더 성장하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건 그 빌어먹을 도움(?) 때문에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빵을 얻었는지 모르나 그 때문에 고기잡는 기술을 배울 기회를 잃어버렸다. 우리의 힘으로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해가면서 스스로 산업화에 성공했다면? 지금보다 훨 나았을 것이다.

한 동안 뒤처졌다가 금새 추월한 아일랜드의 경우에서 보듯이 준비만 잘 갖춰지면 경제는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다. 문제는 준비다. 많은 것이 일본에 의해 이식되었기 때문에 기초가 부실해서 후유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다. 밑에서 부터 지반을 다져놓고,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가며, 한계단씩 쌓아올라가며 스스로 자강하지 않고 중간에 덩어리를 이식하면 필연 몸에 병이 난다.

식민지로 인한 상처, 콤플렉스로 인한 자신감 상실, 남북분단 등 내부문제에 발목을 잡혀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욱일승천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한걸음 나아갈 때 마다 한번씩 자빠지는 것이 다 식민지의 후유증이다.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박정희의 독재가 없었다면? 초반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신 지반이 단단해져서.. 내부혼선으로 인한 시간낭비 없이 단숨에 비약해서 지금보다 두배는 더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이건 확실하다.

문명의 흐름으로 보라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문명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동양의 앞선 문명이 십자군 이후 서구에서 르네상스로 부활하여 다시 서세동점의 형세로 밀려오게 되었는데 전진기지가 된 것이 남쪽의 일본이다.

이 부분은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서쪽에서 온 문명이 일본 열도를 거점으로 삼아 반도에 상륙하고 대륙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구 전체로 보면 일본도 없고 한국도 없다. 문명의 흐름이 있을 뿐이다.

문명은 그 자체의 필요에 의해 일본을 선택했고, 또 그 자체의 내적인 에너지의 응집된 힘에 의해 스스로 용틀임하며 넘쳐나서 한반도에서 또 한번 점프를 하는 것이다. 일본은? 역할을 다한 것이다.

동쪽과 서쪽의 문명을 중계했던 그리이스, 남쪽과 북쪽의 문명을 중계했던 카르타고가 한 번 반도국가 로마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난 다음에 다시는 부활하지 못했듯이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왜 그리스와 카르타고는 부활하지 못했는가? 태풍의 눈과 같은 문명의 눈이 서북쪽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즉 미개했던 갈리아 지방이 새로운 문명의 배후지로 기능하면서 그들은 역할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일본의 역할은 서쪽에서 온 것을 대륙에 이식하는 동안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머무르는 정거장이다. 대륙에서 문명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이 사이클은 최소 500년은 가는 사이클이 되는데 그렇다면 한반도의 시대는 향후 최소 200년 이상 간다.

최근 일본의 영토분쟁 공세는 이러한 문명사적 대전환을 일본이 피부로 느끼고 당황해서 ‘당췌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일단 아무데나 툭툭 집적거려 보는데 따른 것이다.

● 조용한 외교냐 아니면 총력전이냐? 작은 불은 손으로 끄고 큰 불은 소화기로 끈다. 더 큰 불이면 맞불을 질러야 한다. 전쟁이면 들판을 태워버리는 청야작전이 된다. 이는 싸움의 규모와 관련이 있다.

이미 싸움이 커져 버렸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지금, 일본은 지금이 아니면 영토문제를 국제사회에 말해볼 기회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맞불을 놓을 수 밖에.

일본 이차대전을 부정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일본이 2차대전으로 하여 형성된 전후질서를 흔들었다는 인상을 주는 단계까지 확전을 하면 일본의 참패로 된다. 싸움이란 것은 원래 그렇다. 이 정도에서 멈추고 싶어도 상대방이 폭주를 해버리면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조용한 외교는 어차피 그 단계 까지는 안한다는 전제 하에서의 전략이라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싸움은 그 단계(2차대전으로 성립된 전후질서) 까지 기계적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확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패배가 뻔한 미친 짓을 할 것인가? 할 수 있다. 왜?

일본과 같은 큰 나라는 나라 안에 작은 나라가 있는 셈이어서 외환(外患)으로 내우(內憂)를 치료하는 이득이 있기 때문에 고이즈미가 정권안보용으로 도발할 수 있다. 일본은 망가져도 고이즈미는 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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