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사설] ‘집권 김칫국’ 마시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마치 집권당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국민이 떡을 주기도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예산삭감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부문에서는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증액을 요구해 전체 예산규모를 정부안보다 키워 놓았다. 상임위 차원의 심의에서 예산이 다소 늘어났다가 예산결산위에서 본격 조정되는 것이 그간의 관례이긴 하지만, 올해엔 한나라당의 예비집권당 같은 태도 때문에 증액폭이 예년보다 훨씬 커졌다.

특히 한나라당이 그동안 집중적인 삭감대상으로 삼아온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대목에서는 쓴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자신들의 집권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치더라도 어이없는 행태다.

한나라당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해 온 마당에 왜 청와대 예산을 늘려야 하며, 또 ‘정권홍보처’라고 규탄해 온 곳에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세금을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춘 홍보수요’ 운운의 논리를 폈다고 하니 그 속셈마저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자신하든 말든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아무리 국회의석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집권 가능성을 스스로 믿으며, 사람과 정보와 돈이 모인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엄연한 야당이다. 벌써부터 야당으로서의 원칙과 자세를 잃어버리고 집권의 꿈에 취해 있다면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이다.
-----------------------------------------------------------------------------------------------
[hint] 떡 썰며 아들 혼내준 한석봉 어머니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2197 레깅스가 민망하다? 1 김동렬 2019-04-07 3655
2196 초인을 기다리며 1 김동렬 2019-01-21 3655
2195 소박한 감상주의를 버려야 한다. 2 김동렬 2019-01-15 3655
2194 장이 정답이다 5 김동렬 2019-05-07 3653
2193 인생의 질문 김동렬 2023-10-30 3651
2192 수준이하의 과학자들 김동렬 2023-10-01 3651
2191 제자와 의리 김동렬 2021-09-15 3646
2190 정의당과 심상정의 오판 3 김동렬 2020-05-22 3646
2189 청개구리 현상 김동렬 2023-06-18 3645
2188 존재와 소유 3 김동렬 2023-10-11 3643
2187 기세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1-07-07 3640
2186 국가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06-05 3638
2185 질서도의 우위 김동렬 2022-08-11 3638
2184 생각을 잘하자. 9 김동렬 2021-09-14 3636
2183 두려운 이유 2 김동렬 2020-06-05 3636
2182 일본의 몰락과 한국의 전략 4 김동렬 2021-12-13 3634
2181 세상은 파동이다 김동렬 2022-08-30 3633
2180 이낙연 이재명의 급류타기 1 김동렬 2021-09-10 3633
2179 진보는 커피클럽이다 김동렬 2021-04-09 3632
2178 민주당이 고전하는 이유 3 김동렬 2021-03-26 3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