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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750 vote 0 2004.04.26 (19:15:09)

노회찬과 정형근의 토론에서 정형근은 영국의 예를 들어 민노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낀 우리당의 미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중요한 지적이다. 그러나 본질을 봐야 한다. 영국에서 노동당은 노조와 제휴하고 있고 보수당은 교회와 제휴하고 있다.

서구는 대개 교회를 낀 정당과 노조를 낀 정당간의 대결구도로 되어 있다. 여기서 교회와 노조라는 분명한 실체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국에서 자유당이 망한 것은 노조든 교회든 실체가 있는 집단을 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앞으로는 인터넷을 껴안는 정당이 먹는다는 말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50 대 50의 구도’로 간다. 유권자의 균형감각이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동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수지지자들의 응집력 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우리당은 네티즌세력의 골밑슛 지원으로 승리했고, 한나라당은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다국적군의 외곽포에 의존하고 있다. 그것이 서구에서는 노조와 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교회는 좀 아니다. 몇몇 대형교회가 시청 앞에 3만 교인을 모아 반북집회를 여는 등 세과시를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진보성향의 교회도 많다.(특정 종교가 독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민주발전을 위한 축복)

한나라당과 제휴하고 있는 재벌, 관료, 조중동들은 대개 퇴물이어서 응집력이 약하다. 민노당과 제휴하고 있는 노조와 학계 또한 큰 힘이 없다. 한국에서는 당분간 인터넷과 제휴하는 세력이 잡는다.

결론적으로 우리당이 장기집권체제로 가는가, 혹은 정형근의 예언대로 되는가는 첫째 우리가 인터넷을 조직화할 수 있는가, 둘째 우리당이 인터넷세력과의 제휴를 지속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은?
흔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 혹은 햇볕정책에 대한 태도, 혹은 민족주의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곤 한다. 그러나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물적토대’에서 찾을 수 있다.

물질이 규정한다. 곧 시장이 규정하는 것이다. 진보냐 보수냐는 근본 ‘적극행정이냐 자유방임이냐’로 구분된다.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의 대립에서 수요측면에 치우치느냐 아니면 공급측면에 기우느냐로 갈라진다.

● 진보 = 수요측면의 강조 》적극행정
● 보수 = 공급측면의 강조 》자유방임

이것이 본질이다. 그 외의 여러가지 사항들은 가변적이고 불분명하다. 박근혜당이 돌연 북한퍼주기에 찬성하는데서 보듯이, 또 독일의 기민당이 동서독통일을 망설이지 않았듯이 물적토대에 기반하지 않은 부분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혹자는 우리당이 이념적으로 잡탕이라고 말한다. 유럽의 계급정당들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개 잡탕이다. 본질은 적극행정이냐 자유방임이냐, 또 수요측면이냐 공급측면이냐이다.

최용식님의 21세기경제학에 의하면,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이 균형을 맞추되 수요측면이 약간 큰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한다. 수요가 앞서가고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는 상태에서 이상적인 경제발전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조중동 수구들은 시장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수요측면을 경시하므로서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시장기반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해왔다. 역대선거에서 민정당과 한나라당이 승리할 때 마다 주가폭락이 있어왔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요측면에서 볼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교육과 사회보장 그리고 여가생활이다. 교육과 사회보장과 문화분야가 안되면 수요기반이 원천적으로 붕괴한다. 그 결과는 시장의 파탄으로 나타난다.

이는 시장주의라 불리는 것들이 실제로는 반시장주의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는 언제라도 균형을 추구한다. 이 균형이 반드시 기계적 평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는 생물이다. 유기체적인 균형, 활력있는 균형, 역동적인 균형, 호흡하고 숨쉬고 맥박이 뛰는 균형을 추구한다.

극좌와 수구들의 공통점은 분배 혹은 생산에서 기계적인 평형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무엇인가? 진보는 신념이 아니라 과학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학이 요구하는 바는 역동적인 균형이다.

그것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되, 수요측면이 공급측면 보다 5프로 앞서가며 시장을 견인하는 형태이다.

왜 수요측면이 중요한가? 예컨대 사회보장이 안되면 미래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안하면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수요가 사라지고 만다. 소비하지 않는데 물건이 팔릴 리가 없다. 불경기다. (한국의 과잉된 사교육비 지출도 사회보장의 부진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 때문에 생겨났다)

단순화하면 진보와 보수의 구도는 결국 수요자의 논리와 공급자의 논리 간의 대결로 볼 수 있다. 답은 신념이 아닌 과학이 제시한다. 문제는 진보를 과학이 아닌 종교로 만들려고 하는 좌파 일각의 잘못된 태도다.

공급측면은 단순하다. 공장을 짓고 생산을 늘리면 된다. 수요측면은 상당히 복잡하다. 주 5일근무제를 통한 여가활동, 공동체의 발전을 통한 다양한 문화생활, 각종 사회보장제도,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측면들이 있다.

그러므로 진보주의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하다. 100년 후에도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수요기반의 확충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를 독려할 것이다.

필자의 개인의견이 되겠지면 .. 경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총 활동량의 증대여부가 결정한다고 본다. 총 활동량의 증대가 곧 수요기반의 확충이 된다. 활동량의 증대는 사회보장, 교육, 의료, 문화, 공동체의 발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수요측면과 공급측면과 있다. 공급측면은 기업책임이고 수요측면은 정부책임이다. 그러므로 적극행정이 중요하며, 정치발전은 적극행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결정하는데 있다.

우리가 토론하는 것도 결국은 적극행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특정하고 정부의 개입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본질이고 나머지는 곁가지다. 우리당은 잡탕이 아니라 이 하나의 본질을 견지하기 위한 다양한 입장들을 망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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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상단에서 정형근의 발언을 노회찬의 발언으로 착각했던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독자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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