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85 vote 1 2023.06.01 (18:21:43)

    인류가 모르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인류는 첫째, 원인을 모른다. 둘째, 힘을 모른다. 셋째, 이론을 모른다. 합치면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다. 원인은 내부에서 결정하고, 힘은 외부로 전달하고, 이론은 널리 복제한다. 마침내 우주를 가득 채운다.


    원인이 범인이라면 힘은 흉기와 같다. 이론은 현장검증이다.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여 사건을 재구성한다. 어떤 원인 말고 모든 원인의 원인, 어떤 힘 말고 모든 힘의 힘, 어떤 이론 말고 모든 이론의 이론을 알아야 한다.


    인류는 우주 안의 모든 사건이 공유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모른다. 도무지 의사결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른다. 문제는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결정자와 전달자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설명하는 것과 그것을 가리키는 것은 다르다. 결정자는 내부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해야 하지만 외부에 드러나 있는 전달자는 그냥 가리키면 된다.


    원인은 메커니즘이다. 의사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해야 설명한 것이다. 결과는 단순 전달자다. 심부름꾼이다. 전달만 하므로 위치만 찍어주면 된다. 결과는 손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충분하다. 문제는 가리켜놓고 설명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원인 - 내부에서 결정한다.

    결과 - 외부에서 전달한다.


    우리는 결정과 전달을 구분하지 못한다. 원인은 내부에서 결정하고 결과는 외부에서 전달한다. 결과는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원인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결과로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 전달자로 결정자를 설명하면 안 된다.


    기관차로 객차를 설명할 수 있지만, 객차로 기관차를 설명할 수 없다. 엔진으로 바퀴를 설명할 수 있지만, 바퀴로 엔진을 설명할 수 없다. 머리로 꼬리를 설명할 수 있지만, 꼬리로 머리를 설명할 수 없다. 전체로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미국으로 뉴욕을 설명할 수 있지만, 뉴욕으로 미국을 설명할 수 없다. 엔트로피의 비가역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움직인다. 뜨거운 것으로 차가운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차가운 것으로 뜨거운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단, 가리킬 수는 있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은 대칭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것은 차가운 것의 반대다. 그러나 그것은 설명이 아니다. 포지션에 불과하다. 뜨거운 것은 대류와 복사와 전도의 메커니즘이 있으므로 그것으로 차가운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차가운 것은 대류와 복사와 전도가 없으므로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빛으로 어둠을 설명할 수 있지만, 어둠으로는 빛을 설명할 수 없다. 빛은 입자가 있다. 어둠은 그 입자가 없다. 어둠은 빛을 전달하는 광자의 숫자가 적은 것이다. 빛은? 어둠을 전달하는 암자의 숫자가 적은 것인가? 아니다. 암자는 없다. 어둠으로 빛을 설명할 수 없다. 가리킬 수는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370 인간은 왜 멍청한가? 김동렬 2023-06-25 3804
6369 구조의 빌드업 김동렬 2023-06-22 4013
6368 최성봉의 죽음 김동렬 2023-06-21 4091
6367 상대성이론이 이상해? 1 김동렬 2023-06-21 3568
6366 원자폭탄 맞은 일본 1 김동렬 2023-06-20 4215
6365 보편원리[도서 확인 부탁) image 김동렬 2023-06-20 3327
6364 과학의 눈 1 김동렬 2023-06-19 3751
6363 문재인 침묵에 고통받는 조중동 김동렬 2023-06-18 4071
6362 청개구리 현상 김동렬 2023-06-18 3625
6361 게임의 세계관 image 김동렬 2023-06-18 2971
6360 구조론의 자부심 김동렬 2023-06-17 3468
6359 사이코패스가 돌아다닌다. 김동렬 2023-06-16 3713
6358 구조론을 이야기하자 image 김동렬 2023-06-15 3338
6357 한국의 전성시대 김동렬 2023-06-15 4000
6356 천재의 직관 김동렬 2023-06-14 4010
6355 진리를 이야기하자 1 김동렬 2023-06-13 3406
6354 유체의 성질 김동렬 2023-06-12 3279
6353 비트코인 유나바머 김동렬 2023-06-12 3796
6352 신과 인간 2 김동렬 2023-06-11 2975
6351 김동렬의 구조론 image 4 김동렬 2023-06-11 3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