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88 vote 0 2023.04.29 (11:22:33)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백 명의 적도 막을 수 있다. 전쟁은 산악과 하천의 지리적 구조를 이용한다. 산업 역시 지정학적 구조가 중요하다. 산업은 교통의 요지를 따라 전파된다. 누구나 알고 있다. 바둑을 두어도 포석이 있고 장사를 해도 목이 좋아야 한다.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다툼이 치열하다. 사회 역시 구조가 결정한다. 사람 사이에 의사결정의 지형이 있다.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것도 집단이 합의하기 좋은 의사결정의 구조를 다투는 것이다. 원인 측이냐 결과 측이냐다. 이상적인 합의라는 결과물을 중요시하는게 사회주의라면 원인 측에서 먼저 다수가 합의하고 승복하는 절차를 완성하려는 것이 민주주의다. 합의한 것을 지키라고 압박하는 것은 자본주의다. 


    좋은 합의도 중요하지만 일단 합의가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합의가 불가능한 지점에서 국경이 나누어진다. 평등은 좋은 합의를 하자는 것이고 자유는 합의가 불가능한 지점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사냥꾼은 지형을 이용하여 몰이사냥을 한다. 사람을 몰아붙여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하나의 결정을 다른 결정과 연동시킨다. 어떤 핵심을 차지하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도록 압박한다. 빠져나갈 길을 차단하고 선택을 강요한다. 권력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직하여 지형적인 장애물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자연도 구조를 사용한다. 에너지는 결집하여 흐름을 만들고 일제히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 성질이 있다. 에너지는 결 따라간다. 에너지가 치고 나가는 기세와 방향성이 있다. 에너지의 간섭하는 성질 때문이다. 닫힌계에 가두어진 에너지는 서로 간섭하여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고 간섭을 피하여 방해자가 없는 쪽으로 일제히 움직인다.


    결국 모든 것이 구조다. 설명되어야 하는 모든 것은 구조로 설명될 수 있다. 자연과 인간과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에 구조가 작용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일어나느냐가 본질이다. 의사결정은 궁극적으로 간섭의 산물이다. 성질이 다른 것은 서로 간섭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섭의 형태가 구조다. 구조론은 다섯 가지 간섭의 형태를 해명한다.


    물질과 성질, 세상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육체와 정신으로 되어 있다. 물질은 눈에 보이는 것이다. 봤기 때문에 보인다. 그것은 결과 측 사정이다. 원인 측의 성질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 일찍이 그것을 질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과 측은 관측자인 인간의 눈에 보이는 상대적인 값이다. 원인 측은 객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절대적인 질서다. 구조론은 원인 측에서 설명한다.


    성질은 어떤 둘이 만나는 방식이다. 세상은 만나서 얽히는 방식, 서로 짝짓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관계로 되어 있다. 그것이 간격을 만든다. 관계의 차이가 간격의 차이로 나타난다. 궁극적으로 세상은 어떤 둘의 간격이다. 그것이 구조다.


    간격의 차이에 따라 간섭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이 물질의 성질이다. 그 성질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결과 측에서 이미 확정되어 있는 간격을 측정하는 것이 수학이라면 원인 측에서 그 간격을 결정하는 것이 구조다.


    수학은 숫자를 사용한다. 누가 숫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숫자가 있다. 아무도 구조자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만들었다. 숫자는 양의 차이를 나타낸다. 반대로 질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구조자다. 수가 어떤 간격의 크기를 나타낸다면 구조자는 그것이 낱개의 수에서 스칼라, 벡터, 매트릭스, 텐서로 고도화되는 것을 나타낸다.


    세상은 서로 간섭하여 맞물려 돌아간다. 톱니가 맞물리는 방식은 다섯 가지다. 더 깊이 맞물리는가 아니면 살짝 걸치는가의 차이다. 부모와 자식의 친자관계가 깊이 맞물려 돌아가는 관계라면 모르는 사람의 남남관계는 살짝 걸쳐진 관계다. 우리는 관계의 깊고 얕은 정도를 분별하여 우주와 자연과 사회와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전쟁이라면 산악과 하천의 지형이 칼이 되고 방패가 된다. 그것이 국가의 영토를 합치거나 떼어 놓는다. 우주와 자연과 인간과 사회의 모든 것이 서로 합치거나 떼어진 정도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실이 복잡하게 얽혀도 실마리를 잡으면 풀 수 있다. 세상이 얽히고 풀리는 매듭의 방식은 다섯 가지다. 에너지는 들어오고, 만나고, 충돌하고, 헤어지고, 나간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366 원자폭탄 맞은 일본 1 김동렬 2023-06-20 4197
6365 보편원리[도서 확인 부탁) image 김동렬 2023-06-20 3311
6364 과학의 눈 1 김동렬 2023-06-19 3740
6363 문재인 침묵에 고통받는 조중동 김동렬 2023-06-18 4057
6362 청개구리 현상 김동렬 2023-06-18 3607
6361 게임의 세계관 image 김동렬 2023-06-18 2959
6360 구조론의 자부심 김동렬 2023-06-17 3447
6359 사이코패스가 돌아다닌다. 김동렬 2023-06-16 3701
6358 구조론을 이야기하자 image 김동렬 2023-06-15 3325
6357 한국의 전성시대 김동렬 2023-06-15 3988
6356 천재의 직관 김동렬 2023-06-14 3997
6355 진리를 이야기하자 1 김동렬 2023-06-13 3396
6354 유체의 성질 김동렬 2023-06-12 3271
6353 비트코인 유나바머 김동렬 2023-06-12 3789
6352 신과 인간 2 김동렬 2023-06-11 2969
6351 김동렬의 구조론 image 4 김동렬 2023-06-11 3452
6350 신의 이야기 1 김동렬 2023-06-11 3099
6349 정의당 말아잡순 진중권 김동렬 2023-06-10 3174
6348 이론적 확신의 힘 김동렬 2023-06-10 2338
6347 공유마의 법칙 김동렬 2023-06-09 3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