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42 vote 1 2024.01.15 (19:58:26)

    인간은 출신성분을 속일 수 없다.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단, 캐릭터는 자신이 정한다. 항우는 귀족 출신이고 평민을 경멸하여 마음껏 죽였다. 장비는 귀족 출신이고 초기에 유비 삼형제는 장비 돈으로 거병했다. 장비는 평민을 경멸하여 부하를 마음껏 때렸다.


    반면 권세 있는 자 앞에서는 깍듯이 예의를 지켰다. 사실 장비가 셋 중에서 가장 지식인이다. 돗자리 짜던 유비는 지식인이 아니다. 왜? 자신의 캐릭터를 그렇게 정했다. 유방의 후손이므로 길거리 깡패 출신인 유방의 흉내를 낸다고 시를 쓰거나 문장을 짓지 않았다.


    관우는 범죄자 출신이다. 소금장사 하던 염적 혹은 수적이었다. 관우는 부하들에게 관대하고 귀족을 혐오했다. 관우는 조조나 손권을 거리의 잡배로 취급했다. 이는 장비의 태도와 정확히 반대되는 것이다. 왜 관우는 조조를 떠났을까? 캐릭터로 결이 맞지 않아서였다.


    조조 앞에서 군신의 예의를 지키자니 배알이 꼴려서다. 조조를 패버릴 수도 없고 말이다. 고제 유방은 선비를 혐오했다. 그를 따르는 부하들과 욕설 배틀을 벌이기도 했다. 위표는 그런 유방을 혐오하여 유방을 배신했다.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팽성대전 이후 도망쳤다. 


    항우가 유방을 못 죽인 것은 그를 존경했기 때문이다. 유방을 죽이면 황제가 된 것을 누구에게 자랑하리? 조조가 유비를 죽이지 못한 것과 같다. 유비를 죽이면 누구에게 자랑하리? 유비 넌 졌어. 내가 이겼어. 캬캬캬. 이런 마음이 조조를 약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항우와 조조는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다. 자신의 승리를 뽐낼 대상을 죽이지 못한다. 항우는 유방과 내통한 항백도 살려두었다. 삼촌을 죽이면 누구한테 자랑하랴? 인격이 미성숙한 것이다. 심리적으로 제압되어 있다. 윤석열이 김건희에게 제압되어 있는 것과 같다. 


    항우의 많은 죄는 범증의 죄다. 범증은 항우 이상으로 포악해서 유방을 죽이려고 했다. 둘이 성격이 비슷했기 때문에 항우는 범증을 싫어한 것이다. 성격이 자신과 정확히 반대되는 유방을 좋아한 것이다. 조조가 자신과 정반대 위치의 유비를 좋아한 사실과 통한다.


    유비, 관우, 장비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좋아했다.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사람으로 여겼다. 신분은 캐릭터로 굳어진다. 캐릭터는 자신이 정한다.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가상적이 있다. 


    이겨먹으려는 대상이 있다. 유방과 관우는 평민들의 존경을 받으려고 했고 항우와 장비와 조조는 천하 영웅들의 존경을 받으려 했다. 곽거병은 황족 출신이라서 병사들의 안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자병법의 오기는 병사의 무릎에 난 종기를 입으로 빨았다.


    병사를 진심으로 대했다. 히틀러는 자기 주변의 하인들에게 친절했다. 대신 유태인은 씨를 말렸다. 스탈린도 점잖은 사람이다. 대숙청을 시작하자 멈추지 못했을 뿐. 패튼은 병사가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다. 롬멜은 병사들과 같이 밥을 먹었다. 병사를 사랑했다.


    우리는 노무현이 왜 민중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그의 캐릭터였다. 우리는 한동훈이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있다. 그는 민중을 두려워한다.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은 마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본능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며 호르몬이 나와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캐릭터다. 누구에게 각을 세우는가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 김종필이 박정희에게 고개를 숙일 때 제압된 것이다. 한동훈이 윤석열에게 고개를 숙일 때 제압된 것이다. 자신이 못 가진 것을 가진 사람에게 제압되면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2375 민도가 천도다 4 김동렬 2020-07-12 3881
2374 한국에서 진정한 보수는 가능한가? 14 김동렬 2021-09-02 3880
2373 비오는 날의 동화 3 김동렬 2018-09-19 3878
2372 거짓말쟁이를 봤다. image 김동렬 2021-04-12 3877
2371 구조론의 기본 전제와 기본 자세 image 1 김동렬 2020-07-24 3877
2370 박하사탕은 똥이다 5 김동렬 2019-07-10 3876
2369 섹스와 흥분 김동렬 2023-05-31 3875
2368 유발 하라리의 오판과 진실 5 김동렬 2020-03-16 3875
2367 비트코인 유나바머 김동렬 2023-06-12 3874
2366 제프 쿤스 그리고 4 김동렬 2019-05-18 3874
2365 박근혜와 문재인 5 김동렬 2020-12-03 3873
2364 이재명 윤석열 둘 다 초보 김동렬 2021-08-09 3872
2363 진보의 본질은 지정학이다 김동렬 2023-07-12 3871
2362 인간은 왜 멍청한가? 김동렬 2023-06-25 3871
2361 지능이 낮으면 방법이 없는가? 1 김동렬 2022-10-16 3870
2360 제대로 하자. 대한민국 image 1 김동렬 2022-08-02 3869
2359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3 김동렬 2018-10-15 3867
2358 한동훈의 이재명 죽이기 김동렬 2023-09-19 3866
2357 수준이하의 과학자들 김동렬 2023-10-01 3863
2356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1 김동렬 2019-02-20 3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