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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20 vote 0 2005.03.08 (11:40:33)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악역을 맡은 주인공 ‘한니발 렉터’ 박사는 미친 천재 과학자로 묘사된다. 자기 환자 9명을 살해하고 죽은 시신의 살을 뜯어먹은 죄로 수감된 전직 정신과 의사이다.

천재이고 과학자라면 사회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지식인이다. 그런데 미쳤다? 놀랄 일은 아니다. 학자의 연구는 세상과 담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깊이 몰입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럴수록 미칠 확률이 높다.

한승조는 미쳤을까? 그렇다. 그는 미친 것이 아니라 실은 충분히 계산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는데 틀렸다.(예컨대.. 하재근님의 칼럼이 그런 맥락으로 읽힐수도.)

김동길의 글을 보라. 80년대 한창 잘나갈 때 그는 수천명의 제자를 두어서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그의 강의는 인기가 있었고 그의 저서는 많이 팔렸다. 필자도 그의 책을 무려 한권이나 읽은 적이 있다.

지금 그가 자기 사이트에 쓰고 있는 글을 과거에 그가 쓴 글-유머와 위트가 살아 있었던-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이건 완벽하게 미친 글이다. 지금은 초딩 수준도 못되는 저능아의 글이 되었다. 분명히 그의 지적 수준은 크게 떨어졌다. 구사하는 어휘도 조잡해졌다.

그는 미친 것이 분명하다. 양들의 침묵에서 묘사하고 있는 한니발 렉터 박사가 미쳤듯이 그는 확실히 미친 것이다. 알아야 한다. 모든 미친 사람이 벽에 똥칠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츠 하이머 병에 걸려야만 미친 것은 아니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지 않아도 미칠 수 있다. 겉으로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미쳐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과학자가 종교를 가지는 것은 하등 이상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종교를 신앙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50프로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과학자가 돌연 맛이 가서 갑자기 휴거를 주장한다거나, 혹은 종교의 편견을 담은 괴상망칙한 논문을 발표한다면? 그건 미친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생활과 실험실에서의 연구생활을 완벽하게 구분하고 있다. 교회에서는 완벽한 신앙인이고 연구실에서는 무신론에 기초한 완벽한 이론가일 수 있다. 그런데 드물지만 미친 과학자도 있다.

‘밤퇴계 낮퇴계’라는 말이 있다. 퇴계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칠 때는 그렇게 엄격할수가 없었는데, 밤에 침실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일로 부인이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핀잔을 준 일도 있다고 한다.

침실에서 하는 행동과 제자들 앞에서 할 행동은 달라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분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분별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독재자들의 행동이 그러하고, 제왕의 행동이 그러하다.

왜 히틀러는 유럽을 침공했을까? 재미있는 것은 히틀러가 전쟁을 벌인 이유가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히틀러의 진짜 적은 영국이나 프랑스가 아니라 범슬라브주의와 범게르만주의로 발칸반도에서 맞서 있었던 러시아였다.

그가 영국과 프랑스를 공격한 것은 유태인의 세계정복 음모(?)에 맞서고 있는 나치당을 서유럽 전체가 대대적으로 환영할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건 미친 생각이다.

히틀러가 무모한 전쟁을 벌인 이유는 러시아의 공산주의를 유태인의 세계정복 음모로 보고 유태인의 세계정복 전략의 일환(?)인 공산주의와 맞서고 있는 자신을 영국과 프랑스와 미국이 지원할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정치적 판단 미스가 아니라 미친 것이다. 그는 명백히 편집증과 유아적인 자기도취와 자기기만에 빠져 있었다. 다만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미친 넘이 정치가로 성공한다면?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그리고 많은 지식인들이 미쳤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얼마전 겉으로 활력있고 유능한 경영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친 CEO들에 관한 책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들은 가벼운 뇌기능의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치료받아야 한다.

히틀러도 확실히 뇌의 일부분에 기능적인 이상이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그는 제법 그림을 팔아먹은 적이 있는 재능있는 화가였는데도 사람을 전혀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단지 건물만을 그릴 수 있었는데 분명히 뇌기능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한다.

일에 미쳤다거나 혹은 인터넷에 미쳤다거나 혹은 음악에 미쳤다면 양호한 편이다. 진짜로 미친 인간이 있다. 나사가 하나 쯤 빠진, 확실히 분별력을 잃은, 뇌기능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자신의 결정이 어떤 후과를 가져올지 판단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데도 이 사회가 안전한 것은 이들이 정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를 한다면? 그의 미친 점이 곧 드러나서 약점을 잡힌 결과로 정치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고 만다.

한승조와 지만원, 이영훈, 조갑제들은 미쳤다. 그런데도 그들의 미친 상태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정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어느 사회이든 이들 미친 자들을 억제해주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이후 전여옥이 무당을 뛰고 조영남이 추임새를 넣는 와중에 미친 이들이 돌출하여 튀어나온 것이다.

알아야 한다. 이들은 미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확실히 미쳤다는 사실을. 분명히 뇌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조갑제나 한승조, 지만원, 이영훈들은 분명히 정신과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정신병에 대한 태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기피한다. 외국이라면 다르다. 그들은 약간의 문제만 있어도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

결벽증이나 강박증 혹은 편집증이나 의처증, 도벽이나 변태적 가학심리.. 범죄자들 특유의 잔인성.. 이것들도 일종의 정신병리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살인마 유영철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분명히 미친 것이다.

미친 놈들은 우리의 주변에 흔히 있다. 이들은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심리치료사도 양성해야 한다. 한국 만큼 심리치료가 발달해 있지 않은 나라가 있는지를 보라. 외국이라면 정치인들도 주변에 그 방면의 조언자를 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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