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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8976 vote 0 2012.10.21 (18:25:43)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언어적인 혼선’ 때문에 일어난 문제를 사람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있다’라는 단어를 다른 뜻으로 쓴다.

 

◎ ‘만물은 모두 불성이 있습니까?’ ‘그렇다.’
◎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이거 모순이 아니냐고 따지면 한 대 맞는 수 있다. ‘있다’라는 말의 뜻을 다르게 썼다. 우주 안의 불성이 개라는 스크린에도 비추어져 있지만, 거기서 개 하나만 따로 떼놓고 보면 암것도 없다.

 

0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0은 있다. 0은 크기가 없지만 포지션이 있다. 그런데 0은 크기가 없지만 크기가 없다는 것도 크기이므로 0은 크기가 있다. ‘그럼 도대체 어쩌라구요?’ 하고 대들면 안 된다.

 

그러므로 구조를 알아야 한다. 상대어를 쓰지 말고 절대어를 써야 한다.

 

상부구조도 있고 존엄도 있다. 다만 그것이 특정 시공간의 지점에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 형태로 잠재되어 있는데 그것도 ‘있다’에 포함된다. 지금 없어도 있는 거다.

 

남의 집에 와서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하고 물으면 화를 낸다. ‘나는 아무도 아니라는 건가?’ ‘내가 있잖아.’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느냐고 물어야지.’ 자꾸 이런 소리 하면 ‘문장길게만들기협회’에서 나온 사람으로 오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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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님의 구조론 심리학으로 보면 맨 위에 있는 것은 ‘관계’다. 그냥 관계가 아니라 관계의 장(場)이다. 자기장처럼 장이 존재한다. 그 장에 들어오는 모두는 기울기를 얻어서 보이지 않게 영향을 받는다.

 

보통 역사적으로 행세하는 사람은 그 ‘관계장’의 이름을 정한 사람이다. 오세님은 아직 이름을 짓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맨 위에 있는 것은 항상 그렇듯이 이름이 없는데, 그것은 커다란 ‘낳음의 자궁’이다.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명명한 사람이 대가로 되어 권세를 휘두른다.

 

관계는 하나의 상자와 같다. 상자에 뭐를 넣으면 뭐가 나오는데, 그 들고 나는 것이 일정하면 그것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들고나는 것을 종잡을 수 없으면 존재를 인정받을수 없다.

 

이때 그 상자에 집어넣는 입력측을 장악하면 시스템이고, 그 입력측을 장악하지 못하고 누가 밖에서 기름을 넣어주고 시동을 걸어줘야 겨우 그것이 작동하면 그것은 메커니즘이다.

 

상자가 없고 그 들고 나는 것을 판정하는 부분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면 구조, 스트럭처다. 그 판정부분이 축과 대칭이다. 그 구조로 판정되는 YES나 NO의 한쪽만을 가리키면 포지션이다.

 

YES와 NO는 짝이라서 항상 같이 다니는데 그 YES나 NO를 별도로 분리해 놓으면 그게 패턴이다. 그 다음은 없다. 구조론은 이 다섯의 작동순서를 알고 이를 적용하여 모든 존재하는 것에 알맞는 값을 찾아준다.

 

‘정신, 의식, 의도, 생각, 감정’에서는 정신이 시스템이고 질이고 자궁이다. 의식은 형태가 있는데 정신은 분명한 형태가 없다. 그러나 형태가 있다. 정신차렸는지 아닌지는 사열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상부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부구조라는 단어가 헷갈림을 유발하는데 ‘정신, 의식, 의도, 생각, 감정’의 상부구조가 아니라, 개인을 넘은 공동체를 의미한다. (보통 이거 때문에 쌈이 남.)

 

구조 위에 또 구조가 있다. 개인으로 보면 정신은 무형적이나, 공동체로 보면 정신은 유형적이다. 그러므로 정신은 특수부대의 베테랑 요원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면서 동시에 군기 바짝 든 이등병과 같은 것이다.

 

◎ 개인 – 정신 안 차리고 여유만만한 것이 정신차린 것이다.
◎ 집단 – 이등병처럼 정신 바짝 차린 것이 정신차린 것이다.

 

엊그제 서양인과 동양인이 같은 것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는데 (http://gujoron.com/xe/286008) 딱 들어맞는 예다. 히딩크는 정신을 개인 기준으로 보고 한국인은 집단 기준으로 본다.

 

히딩크가 말하는 정신력은 모든 것을 마스터한 프로의 여유만만한 태도를 말하고 한국인들이 말하는 정신력은 이등병처럼 바짝 굳어 있는 것을 말한다. 악으로 깡으로 용을 쓰는게 정신이라는 식이다.

 

같은 단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기 때문에 쌈 나는 것은 필연. 그러므로 논쟁 붙으면 상대를 제압하여 이기려 하면 안 되고, 상대에게 맞는 포지션을 지정해 주는 것으로 정리해야 한다.

 

사이비 명상파들이 퍼져서 헬렐레 하고 있는 것을 깨달음의 경지라고 말하곤 하는데 얼빵한 소리다. 선장은 하시라도 천하의 기운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원들 앞에서 표정이 굳어있으면 곤란하다.

 

위로는 긴장하고 아래로는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 리더의 태도다. 국민들 허리띠 졸라매라고 긴장시키고 자신은 술퍼먹고 있다면 한심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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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는 눈동자가 작다. 조폭은 사백안이라고 해서 눈의 흰자위가 눈동자의 사면에서 보인다. 반면 소는 눈동자가 커서 0백안이다. 눈의 흰자위가 거의 없다. 눈이 크면 겁이 많다.

 

눈동자가 작다는 것은 표적의 주변까지 본다는 거다. 상대의 동작을 읽는다. 고수들은 표적을 볼 뿐 아니라 표적이 놓인 주변환경까지 보고 그 환경에는 자신까지 포함된다.

 

하수는 단지 표적만을 본다. 표적의 동작을 읽지 못한다. 주변 환경까지는 시선이 갈 겨를이 없다. 정신이 없는 거다. 정신차린다는 것은 표적과 그 표적이 놓여있는 바운더리와, 그 표적의 움직임과, 자기 자신과, 자신과 표적의 관계까지 전체를 한 줄에 꿰어서 보는 것이다.

 

 

키가 큰 사람은 상대방을 깔아보므로 실제보다 작게 본다. 실제로 작게 보인다. 눈에 대상의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자신의 시선을 똑바로 전개하여 그 위치보다 높으면 커 보인다.

 

키가 작은 사람은 상대를 자기보다 크게 보는 것이다. 겁이 많은 사람, 눈동자가 큰 사람, 표적만을 보는 사람도 역시 상대를 실제보다 크게 본다. 그 반대의 경우는 작게 본다. 양아치들의 표정에 다 나타난다.

 

양아치들은 본능적으로 표적이 놓인 공간 전체를 읽고 상대의 동선을 헤아리기 때문에 표적이 작게 보이는 것이다. 건물은 실제보다 커 보인다. 눈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다.

 

평지의 10미터와 건물층수의 10미터는 체감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실제로 사람들을 시켜 평지에 2미터를 그려라 하고 다시 수직막대에 2미터를 표시하라고 하면 다르게 표시한다. 물론 수직막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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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관점의 문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원효다. 원효의 화쟁론은 말하자면 언어 안의 소실점을 발견한 것이다.

 

◎ 안에서 보면 형체가 없고 밖에서 보면 형체가 있다.

 

열심히 싸우는 사람을 붙잡고 바라보는 방향만 슬쩍 바꿔주면 바로 화해가 된다. 안에서 보는 사람과 밖에서 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므로 투쟁이 있는 것이다.

 

근데 서양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보고 동양사람은 상대방 혹은 집단 기준으로 본다고 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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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ujo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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