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3919 vote 0 2002.09.25 (11:33:19)

"편견과 고정관념을 깬다."

사람들이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두고
그 정반대의 시각도 있음을 노출시켜서 염장을 팍팍 지른다.

그건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마늘이나 후추, 혹은 고추장, 겨자, 와사비 이런 따위다.

독한 술을 처음 먹어봤을 때가
초등 3학년때 쯤이지 싶다.

"어른들은 미쳤나 봐! 이런 것을 왜 먹지?"

와사비를 처음 먹어봤을 때
(멋도 모르고 한 숟갈을 푹 떠먹는다. 완자인줄 아는가벼)
으악~~!

미쳤나벼.
이와 비슷한 것이다.
외국인이 처음 고추장 한 숟갈을
토마토캐첩인줄 알고 먹었을 때의 반응이 어떠할까?

"한국인들은 미쳤나벼~!"

'성소'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지켜보니
그들에겐 "캐첩인줄 알았는데 고추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180도로 뒤집어보는 정반대의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두가지 반응이 있다.

하나는
"미쳤나 벼"

하나는 "....!!!"

다 그렇다치고 멸치젓갈만큼은 정말
"미쳤나벼!"
였다.

김장을 담글 때 쯤 되면
멸치젓(왕멸치다. 어른 손가락만한 멸치)이 그릇 째 밥상위에 오른다.
나는 맨밥에 김치 하나 얹어서
대문간까지 튄다.

반경 20미터 안에서는
오버이트를 참지 못해서 밥을 먹을 수 없다.

그로부터 20년후 나는 어른 손가락만한 멸치젓갈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청국장은 안된다.

언젠가 일주일가까이 연속으로 청국장을 먹으며
나는 나 자신을 세뇌시켰다.
"음 이 고약한 냄새! 바로 이맛이야. 정겨운 고향의 맛!"
그러나 질려버렸다.
마음은 받아들이는데 몸이 받지를 않는다.
체한다.

청국장 끊었다.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취미에도
한계는 있다.

어쨌거나 나는 말한다.
"한번쯤 그대가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인거 같소"
이상의 날개에 이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하여간 나도 많은 사람의 염장을
팍팍팍
질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채기에 새살 돋기 바란다.
ㅎㅎㅎ


-------------------------------------------------------------------------------------

성소는 극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영화로 이해해줄 것

필자는 성소에 호소력있는 보편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독자들의 반응을 지켜본 결과를 말씀드리면, 아마도 성소는 극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영화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획의 잘못이다. 성소에서 기획의 잘못은 매우 많다. 우선 10대의 눈높이로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구도영화를 만든다는 것부터 넌센스다. 십대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며 일부러 허접하게 만든 것이 마이너리티의 높은 수준에 익숙한 10대들을 더 짜증나게 했을 수도 있다.

다찌마와리 식의 장면들은 사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기로 하고 보면 이해못할 것도 없는데, 성냥팔이 소녀의 무게감이 다찌마와리식의 코미디와는 맞지 않았다. 감독의 의도는 롤플레잉의 연극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관객이 있겠는가?

"생각하지 말고 즐겨라"라고 감독은 말하지만, '성냥팔이 소녀'라는 제목의 무게감부터 즐기기보다는 생각하기를 요구한다. 컨셉이 안맞는 거다.

필자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것은 그러한 감독의 의도를 사전에 눈치채고, 그런 어색한 장면은 무시하기로 하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극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영화일 수 밖에 없다. 마니아를 위한 영화에 100억 씩 꼴아박은 것은 잘못이다.

필자의 성소시리즈는 마니아의 관점에서 보면 굳이 이해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2619 사랑의 정석 60, 세계시민권을 팔자 image 2 김동렬 2016-02-24 4595
2618 사랑의 정석 53, 부름에 응답하라 image 1 김동렬 2016-02-15 4589
2617 구조론 사전 1 김동렬 2016-01-06 4585
2616 사랑의 정석 21회 김동렬 2015-12-29 4585
2615 사랑의 정석 5회 1 김동렬 2015-12-02 4567
2614 질을 이해하라 4 김동렬 2018-09-12 4565
2613 이낙연 배후는 동교동? 5 김동렬 2021-01-02 4564
2612 사랑의 정석 40, 일이 깨달음이다 image 1 김동렬 2016-01-26 4563
2611 사랑의 정석 18회 1 김동렬 2015-12-24 4561
2610 사랑의 정석 3회 1 김동렬 2015-11-30 4561
2609 사랑의 정석 56, 길 끝에서 만난다. image 1 김동렬 2016-02-18 4546
2608 사랑의 정석 25, 왜 사는가? 1 김동렬 2016-01-04 4538
2607 사랑의 정석 52, 고빗길 넘어가기 image 1 김동렬 2016-02-12 4534
2606 박원순과 살인 기레기들 7 김동렬 2020-07-10 4530
2605 사랑의 정석 49, 도망치지 말라 image 2 김동렬 2016-02-05 4517
2604 사랑의 정석 42, 부드러운 이륙 image 2 김동렬 2016-01-28 4517
2603 욕망을 이겨야 이긴다 2 김동렬 2018-09-28 4512
2602 이준석의 몰락 김동렬 2022-08-13 4507
2601 이재명 윤석열 그리고 강한국민 1 김동렬 2021-06-16 4507
2600 구조냐 창조냐 그것이 문제로다. image 김동렬 2015-12-08 4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