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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017 vote 0 2013.08.05 (17:30:38)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근대철학의 본령은 주체의 영역을 해명하는데 있다. 내가 이것을 사과라고 선언하면 이것은 곧 사과인가?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객관적 현실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사과는 마음 속에 있으며,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습다. 마음에 있다면 현실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음으로의 도피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고 뾰족한 수는 없으며 인간은 그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왕은 왕으로 태어나고, 신분은 고정되어 있으며 전복의 가능성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란 도무지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철학의 자기부정이다. 설국열차의 설정처럼 각자 정해진 위치를 지켜야 하며, 주체의 영역은 원래 없는 것이라면 철학은 필요없다. 그러므로 철학자들은 어떻게든 ‘이것은 곧 사과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철학의 무슨 주의들은 온갖 방법으로 이를 시도한 기록들이다.

    사과에는 사과 자체의 어떤 본질이 있으며 그 정수를 접수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인간이 인간인 데는 그것이 이성이든 절대정신이든 영혼이든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 특별한 것을 통제하는 절대권을 얻으면 만사 해결된다는 식이다. 이는 얄궂은 게임의 제안이다. 7이라는 숫자가 있다. 7의 본질은 7 자체에 고유하다고 말한다. 천만에! 7은 6과 8 사이에 있다. 답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 그 특별한 무언가는 없으며 사과는 지금 이 순간에 내가 그것을 사과로 불러줄 때, 너와 나의 상호작용에 의해 사과일 수 있다. 영월의 한반도 지형은 원래 이름없는 지구의 일부였으나, 누가 그것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여주자 비로소 우뚝한 한반도지형이 되었다. 이는 현대의 사유다.


    내가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거기에 주체의 설 자리가 있다. 문제는 선제대응이다. 7 스스로는 7이 될 수 없으며, 반드시 6과 8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밟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음은 화음의 일치에 의해 비로소 음악이 되고, 그림은 구도의 일치에 의해 비로소 그림이 되고, 말씀은 맥락의 일치에 의해 비로소 말씀이 된다. 이미 연주는 끝났는데, 이미 버스는 이미 떠났는데 '그래도 나는 사과로 한 번 밀어보겠소.' 하고 고집을 피운다면 곤란하다. 좋은 팀을 이루어야 한다. 6과 8을 꼬셔놓아야 한다. 서로 사랑하게 해야 한다. 눈빛이 마주쳐야 한다. 내가 이것을 사과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사과가 되지는 않으며, 원래 사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너와 나의 눈빛이 통할 때 비로소 한 알의 사과로 완성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확률이 개입한다. 눈빛이 통했으나 삑사리가 나서 사과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은 선제대응하여 준비된 팀을 가동함으로써 그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 만남의 한 순간에 조응이 필요하다. 일치가 필요하다. 일의성에 의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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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 팟캐스트 5회입니다.


 

    http://gujoron.com/xe/gujo_podcast/375109


프로필 이미지 [레벨:11]불그스레(旦)

2013.08.05 (23:19:04)

너무 간략

너무 대강

너무 확실

너무 완벽

너무 쉬움

너무 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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