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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09 vote 0 2021.05.18 (12:30:18)

     세상은 마이너스다.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말이다. 닫힌계 안에서 플러스는 할 수 없고 마이너스는 할 수 있다.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무에서 유가 생겨날 수는 없으므로 플러스는 할 수 없다. 마이너스는 가능하다. 갖고 있는 것을 버리면 된다.


    연결된 것을 끊을 수는 있어도 단절된 것을 연결할 수는 없다. 연결하거나 끊는 데는 힘이 든다. 그 힘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다. 연결된 것은 연결되어 있는 회로를 이용하여 그것을 끊는 힘을 전달할 수 있지만 끊어져 있는 것은 연결하는데 필요한 힘을 전달할 수 없다. 회로가 없기 때문이다. 연결상태에서만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연결상태에서 의사결정은 끊는 것 뿐이다.


    산 것과 죽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산 것은 죽을 수 있지만 죽은 것은 살아날 수 없다. 산 것은 힘이 있고 그 힘을 죽는데 쓸 수 있다. 죽은 것은 힘이 없으므로 의사결정할 수 없다. 이것이 우주의 제 1 원칙이다. 모든 사유의 출발점이다. 살았느냐 죽었느냐.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 연결되었느냐 끊어졌느냐. 에너지의 확산이냐 수렴이냐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한다면 그 이유는 단지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세상에는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거기에 사건의 방향성이 있다.


    에너지는 언제라도 수렴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이유는 외부의 영향이 없는 닫힌계를 지정했을 때 에너지의 최초상태가 확산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가능한 어떤 변화는 수렴이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에너지의 방향성 판단이 상황을 단순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단순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세상이 복잡한 이유는 복잡한 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세상은 처음 단순하다가 갈수록 복잡해진다. 사건이 복잡해져 버리기 전에 아직 단순한 지점에서 대상을 통제해야 성공한다.


    세상은 대칭에 의해 작동한다. 사건의 촉발에 의한 에너지의 수렴이 계 내부에 대칭을 만든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에너지의 수렴이 사건의 각 단계에서 대칭을 만들게 되므로 사건은 1, 2, 4, 8, 16배 복잡해진다. 갈수록 태산이다.


    이미 복잡해졌다면 대상을 통제할 수 없다. 대칭이 사방으로 얽혀서 그만큼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외부의 도움 없이 문제의 자체해결로 비용제한을 걸면 그 상황에서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문제아는 세 살 때 교정해야 한다. 강아지는 생후 4개월 때 집중적인 사회성 훈련이 필요하다. 그 이후로는 각인효과로 인해 훈련이 잘 안 된다. 과일은 통조림이 되어 편의점에 진열되기 전에 조치해야 한다. 이미 편의점에 진열된 상태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전량 폐기해야 하므로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제조되기 전에 원료 단계에서 불순물은 걸러져야 한다.


    기승전결로 가는 일의 진행단계마다 두 배로 해결이 어렵다. 한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대칭을 거치며 두 배씩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엔트로피가 증가되어 구조손실이 일어난다. 주변과 더 많은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악이 환경 속으로 파고들어 뿌리내리기 전에 순수할 때 손을 대야 한다. 사건이 무르익어 주변 환경과 많은 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변화를 주려고 하면 그 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만큼 비용증가로 힘들어진다.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초기조건의 민감성과 같다. 사건은 초기에 해결해야 한다. 쇠뿔은 단김에 빼야 한다. 문제는 언제가 사건의 초기단계냐다. 닫힌계를 지정하여 사건을 초기화 시킬 수 있다. 힘의 공세종말점을 확인하면 된다. 합기도의 합기원리와 같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만든다. 인체의 모든 동작은 굽혔다가 펴는 것이므로 인체를 더 이상 펼 수 없는 상태로 유도하면 상대방은 힘을 전혀 쓸 수 없게 된다. 적군의 선두와 후미 간의 간격이 길게 늘어져서 신병과 보급품이 전장에 도착하지 않을 때가 공세종말점이다. 그 시점에 사건은 초기화가 된다. 그때가 반격개시 시점이다. 합기도 고수는 상대가 신체를 펼치도록 유도하여 신체의 공세종말점을 만든다. 공세종말점에 도달한 적군은 스탈린그라드의 독일군처럼 한 방에 무너진다. 합기도 고수는 손가락 하나로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 있다. 그곳이 특이점이다.


    특이점은 산의 정상과 같다. 정상에서 눈덩이를 굴리면 나비효과로 인해 사태는 점점 커진다. 정상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산기슭에서 거대한 눈사태를 만든다. 나비효과는 착각이고 그게 비탈효과다. 합기도 고수는 상대방의 신체를 늘여서 그러한 비탈을 만들어낸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를 비우고 나폴레옹군의 보급선을 늘여서 비탈을 만든다. 거기서 에너지의 확산은 수렴으로 바뀐다. 특이점을 만들지 않고 진행중인 사건의 중간 단계에 개입하면 복잡해져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착각하는 이유는 막연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판이 견고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뭐든 생각처럼 잘 안 된다.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 루프는 왜 안 되는가? 인공지능은 왜 가시적 성과가 없나? 원래 안 된다. 환경과의 얽힘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곳곳에 암초와 독초가 있다. 판이 복잡하게 짜여져 있다. 환경이 개입해 있다. 방해자가 무수히 많다. 그거 하나하나 풀기가 어렵다. 제트기는 고공으로 날아가므로 환경과 얽히는 정도가 낮다. 환경과 얽히는 정도가 0에 이르면 거기가 닫힌계다. 닫힌계는 최대한 펼친 상태다. 에너지는 접힌 것을 편다. 펼치면 더 펼 수 없다.


    동전을 잃었다면 동전은 그 근처 어딘가에 있다. 동전이 굴러갈 수 있는 최대거리가 공세종말점이다. 거기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동그라미의 외곽에서부터 안으로 좁혀 들어와야 외부환경의 교란을 막을 수 있다. 안에서부터 수색하면 어떻게 될까? 운이 좋으면 1초 만에 찾을 수 있지만, 운에 기대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안에서부터 수색하면 땅을 헤집어 놓으므로 동전이 파묻혀져서 수색이 안 된다. 수색활동에 의해 환경과 더 많이 얽혀버린다. 음의 피드백이다. 수색이 수색을 방해한다. 방해자를 차단하려면 외곽에서부터 조여오는 마이너스 법을 써야 한다. 소거법이다. 양의 피드백을 만든다. 여기에 방향성이 있다.


    수색영역의 마이너스냐 아니면 수색대상의 플러스냐다. 답은 마이너스다. 수색대상을 늘여가는 플러스법은 실패하고 수색범위를 좁혀가는 마이너스법이 성공한다. 수색대상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수학으로 말하면 발산이다. 발산되면 망한다. 수색대상이 서로 침범하여 일은 복잡하게 꼬여버린다. 대상을 버리고 영역을 취하라. 대상은 플러스고 영역은 마이너스다.


    무슨 일을 하든 차근차근 조리있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출발점을 찍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복잡해서이고 복잡한 이유는 닫힌계를 정하지 않아서다. 기승전결로 가는 사건의 방향성 판단이 안 되고 있다. 기에서 출발하여 승으로 가야 한다. 기가 엉킨 실의 머리 곧 일을 풀어가는 실마리다.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막연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다. 어어 하다가 망한다. 순식간에 배는 침몰해 버린다. 구경만 하고 있다가 비난을 듣는다. 인간은 막연히 플러스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나무를 베는데 6시간을 준다면 4시간은 도끼날을 가는데 쓰겠다고 말한 사람은 링컨이다. 당신이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보스가 당장의 성과를 재촉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도끼날만 만지고 있으면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질책이 날아온다. 조급해져서 플러스법을 쓰므로 실패한다. 도끼날을 가는 것은 마이너스다. 언제라도 마이너스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성과를 플러스할 것이 아니라 방해자를 마이너스해야 한다. 무딘 도끼날이 방해자다. 집부터 지으면 안 된다. 현장정리부터 잘해야 한다.


    세상은 단순하다. 상황을 단순화 시켜야 한다. 닫힌계를 지정하여 사건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공세종말점에 닫힌계를 정해야 한다. 산의 정상에서 눈덩이를 굴려야 한다. 정상은 단순하다. 세상은 에너지에 지배되고 에너지는 언제라도 제한이 걸려 있다. 에너지의 최대한에 공세종말점을 설정하여야 한다. 그곳을 에너지 확산으로 놓고 수렴을 찾으면 된다. 닫힌계를 지정하여 범위를 압축하면 등잔 밑을 밝혀서 답을 찾는다.


    마이너스는 역발상이다. 김어준이 잘하는 역발상 말이다. 사실이 달라지는건 아니다. 같은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이다. 그래야 대상을 통제할 수 있는 키를 찾을 수 있다. 진화는 미생물이 포유류 동물로 커지는 플러스 과정이 아니라 환경이 유전자로 수렴되는 마이너스다. 눈과 귀가 돋아서 진화한게 아니라 자연의 빛과 소리가 유전자로 수렴되어 동물이 되었다. 상황을 반대로 뒤집어보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다양한 환경을 집약한다. 숲과 사헬과 사막과 초원을 두루 장악한다. 다양한 요소가 인간 하나에 압축되는 마이너스다. 그런데 같다. 자연의 마이너스가 인간의 플러스로 바뀐다. 관측자의 위치가 다를 뿐 사건은 동일하다. 아버지 월급이 자녀의 용돈이다. 그 돈이 그 돈이다. 돈은 같은 돈인데 아버지 관점에서 보면 언제나 지출되는 마이너스다. 아들 관점에서 보면 달달이 용돈이 들어오는 플러스다. 아버지의 지출 관점에서 봐야 통제된다. 고정으로 지출할 것을 먼저 정해놓고 남는 돈을 쓰는 것이 마이너스법이다. 일단 쓰고 보는 플러스법으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 그러다가 거지 되는 수가 있다.


    세상은 언제나 마이너스로 통제되어야 한다. 뭐든 궁극적인 단계까지 추궁하면 결국 에너지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에너지만 넉넉하다면 아프리카 빈국들도 진작 부자가 되었다. 미국이 잘 사는 이유는 에너지가 많아서다. 아프리카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플러스 해봤자 실패다. 환경을 바꾸면 된다. 휴대폰이 잠든 아프리카를 깨운다. 단절을 마이너스 시키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초반에 10여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 뒤 하나씩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보나마나 범인은 초반에 죽은 사람을 가장하고 용의선상에서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인물이 하나씩 제거될 때마다 긴장이 고조된다. 극의 짜임새는 탄탄해진다. 반대로 이야기가 느슨해질 때마다 새 인물을 투입하는 플러스 수법도 있다. 김성모 화백이 잘 쓰는 기술이다. 그 경우 이야기가 산만해져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비중 있게 소개된 인물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새 인물이 들어올 때마다 기존 인물이 밀려나며 그때마다 독자는 허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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