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792 vote 0 2014.08.26 (15:54:46)

 

    구조론은 한 방이다


    의사결정학이 중요한 이유는 존재의 비가역성 때문이다. 존재는 사건이며 사건은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라 에너지가 가는 한 방향으로만 간다. 처음 시작단계에서 한 번 큰 방향이 정해지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에너지 입력부는 하나이므로 중간에 방향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서고금의 모든 철학사상들은 큰 틀에서의 방향판단에 주의를 둔다.


    방향은 둘이다. 몰아서 한 방에 크게 먹을 것인가, 아니면 잘게 쪼개서 야금야금 먹을 것인가다. 여기서 가는 길이 갈리는 것이며 에너지가 단절되므로 둘을 겸할 수는 없다. 크게 먹으려면 밖을 봐야 하고, 작게 먹으려면 안을 봐야 한다. 밖이든 안이든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계속가게 된다. 그러므로 애초에 올바른 전략을 세우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하고 사상이 필요하다.


    밖에서 크게 승부할 것인가 아니면 안에서 작게 승부할 것인가? 구조론의 정답은 밖에서 크게 승부하여 한 방에 크게 먹는 것이다. 그런데 밖에서 승부하려면 혼자서는 안 되고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서구 구조주의는 다르다. 그들은 내부구조만 본다. 그들은 안에서 소박하게 간다. 틀렸다. 안에서는 구조를 볼 수 없다. 밖의 거센 바람이 안쪽의 뼈대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구조는 밖에서 안으로 복제해 들여오므로 에너지가 있는 밖을 봐야 진짜를 알게 된다.


    철학은 인식하고 사상은 행동한다. 구조론이 철학이면 의사결정학은 사상이다. 인식이 다르면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구조론과 서구 구조주의는 애초에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고, 그러므로 서로간에 인식내용이 다르고, 따라서 행동도 다르다. 사상이 다르다. 180도로 가는 길이 다르다. 인생의 전략이 다르다.


    기독교의 창조론, 마르크스의 혁명론, 필자의 구조론, 불교의 대승불교, 성철의 돈오돈수는 모두 한 방에 크게 먹자는 주의다. 반대로 다윈의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서구 구조주의 철학, 포스트 모더니즘, 소승불교와 점오점수는 잘게 쪼개서 야금야금 먹자는 거다. 대개 이렇게 나눠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사상이 같아도 해석이 제각각이라 사회주의 안에도 한방파와 야금야금파가 대립하고 있고, 자본주의 안에도 개방파와 보호주의가 대치하고 있다. 어느 집단이든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런 식의 대립구도가 있다. 어차피 길을 정하려면 대칭구도를 만들어야 하므로 저절로 이렇게 된다.


    뒤집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 보수는 야금야금 가자는 거고 진보는 확 바꾸자는 노선이다. 그런데 진보 안쪽을 들여다 보면 ‘확 바꾸자’는 급진세력이 도리어 풀뿌리 운운하며 야금야금 전략을 쓰고, ‘조금 바꾸자’는 노빠들이 오히려 정권획득을 노리고 무지막지한 세몰이를 시도한다. 포지션이 바뀌어 있다. 이는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어서 일어나는 난맥상이다.


    사실이지 대한민국은 한 방에 성공해 왔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가봉의 봉고대통령 외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중국, 러시아, 동구권과 수교한 결과 대한민국이 한 방에 뜬 것이다. 세계시장으로 진입하기만 하면 된다. 근래에도 현대차와 삼성폰 덕분에 졸지에 선진국이 되었다. 앞으로도 러시아 천연가스 한 방으로 뜬다. 국가의 운명은 한 방에 결정된다.


    지식인들은 한 방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점진적으로 성공한 예는 단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스페인은 남미에서 해적질 한 방으로 떴고, 영국은 그 스페인 해적을 등쳐먹는 해적털이 한 방으로 떴다. 조금씩 진보해온 나라는 눈 닦고 봐도 없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안 되게 되어 있다. 진보는 시스템의 진보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갈 때 에너지가 단절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수리하는 정비공은 시동이 꺼진 자동차를 고친다. 그러나 사람을 수리하는 의사는 시동이 걸린 채로 자동차를 수리한다. 거기서 의사와 자동차 정비공의 임금차이가 결정된다. 그런데 문명의 진보는 죽여놓고 고치는 자동차 수리가 아니라, 살아있는채 고치는 외과의사의 수술이다. 조금씩 진도나가자는 주장은 사람을 죽여놓고 수술하자는 자동차 정비공 생각이다. 에너지는 단 한 순간도 단절시킬 수 없다. 병원에는 단 1분도 전기가 나가면 안 된다.


    문명이 길을 바꿀 때는 상민이 양반으로 신분을 바꾸듯 바꿀 때는 확 바꾼다. 소년은 만 19세의 1월 1일이 되자마자 마트에서 담배를 살 수 있다. 미성년자가 결혼하면 어른대접을 받듯이 단번에 바뀐다. 여야가 정권교체하듯 단번에 바뀐다. 진학하면 바뀌고, 승진하면 바뀌고, 취직하면 바뀌고, 결혼하면 바뀐다. 한 순간에 인생이 통째로 바뀌는 거다.


    구조는 갈림길 앞에서 분기하는 것이다. 이 길 아니면 저 길이고 예외는 없다. 길을 바꾸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며 중간은 없다. 전쟁이 나면 연합국 편에 붙든가 아니면 추축국 편에 붙든가다. 중립국이 되고 싶지만 벨기에처럼 실패하기 십상이다. 동서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제 3세계를 표방해봤자 그냥 잊혀지고 만다. 양차 세계대전에 가담했던 나라들만 지금 선진국권에 들어 있다.


    팀플레이로 이기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한 방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한 방으로 끝낼 수 있는 급소를 모르기 때문이다. 로또를 계속 긁고 있는건 한 방이 아니다. 그건 그냥 미련한 거다. 한 방의 정답은 팀플레이다. 사실이지 쉽지는 않다. 한 방을 위해서는 동적균형이 필요하고, 1인칭 주체적 관점이 필요하고, 전체를 한 줄에 꿰는 소실점의 장악이 필요하고, 선제대응이 필요하고, 확률승부가 필요하다.


    해적선을 띄우면 된다. 해적선이 보물을 싣고 돌아올 확률은 1/10이다. 그러므로 한 방을 노리다가 한 방에 갈 확률이 90퍼센트다. 지식인은 당연히 ‘한 방을 꿈꾸지 말고 네 분수를 알아라.’ 하고 핀잔을 던진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바보들에게는 좋은 충고일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한 나라들은 모두 한 방에 성공했다. 왜? 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방에 간다고? 리스크를 회피하면 된다. 10곳에 분산투자하면 된다. 협동조합을 조직하면 된다. 보험제도는 해적선에 투자할 때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 척만 돌아와도 나머지 9척의 손실을 메꾸고 남는다. 황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00명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100명 중에 한 명이 황금을 발견하면 나머지 99명과 나눠갖는 거다. 그런데 다들 99명을 죽이고 황금을 독차지할 생각만 하고 있다면?


    정답은 한 방인데 서로간에 신뢰가 없어서 한 방에 죽는거다. 한 방으로 이기려면 신뢰에 기반을 둔 팀플레이로 가야 한다. 당연히 한 방만 노리고 도박에 골몰하는 인간은 그 팀에 끼워주지 않는다. 자기만의 한 방이 없어도 팀에 끼워주지 않는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범생이보다, 자기만의 특별한 한 방을 갖춘 사람이 이기는 팀에 드는 것이다.


    아무나 이 방법으로 성공하는건 아니다.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면 팀을 꾸릴 수 없다. 무조건 큰 물로 나와야 한다. 대처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남들이 공부할 때, 사람 사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들이 전과목을 노릴 때, 한 과목에 특화해야 한다. 남들이 한우물을 팔 때, 열 우물을 파서 성공의 확률을 높여야 한다. 단 자신은 한우물만 파고 아홉우물은 동료에게 맡겨야 한다.


    프로야구만 해도 넥센은 홈런 한 방으로 성공했다. 어떻게 홈런을 치느냐고? 벌크업 한 방으로 성공했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밸런스 한 방으로 성공하고 있다. 정답은 있고 그것은 한 방으로 가능하며, 그 한방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인생은 한 방이다.


    왜 한방인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은 에너지가 있는 상부구조에서 일어난다. 상부구조를 건설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완성되면 한 방이다. 그러다가 실패하면? 보험에 들어두면 된다. 보험은 역시 팀플레이다. 확률 속에 숨으면 된다. 확률은 역시 팀플레이다.


    모든 사람이 한 방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간다에서는 절대로 안 된다. 고립되어 있으므로 팀을 결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 방을 노렸을 때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했다 재기할 수도 있지만, 조금씩 가서 성공하는 경우는 역사상 단 한 건도 없다는 거다. 


    구조의 장벽 때문이다. 구조는 골조가 단단하다. 조금씩 때려서는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단 한번에 모든 힘을 모아서 급소를 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조금씩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 또한 한 방을 노리면서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결국은 한 방이다. 그냥 한방으로 끝내든가 아니면 조금씩 동료를 모아서 결국 한 방으로 끝내든가다. 어느 쪽이든 한 방이다.  

   


[레벨:5]msc

2014.08.26 (18:42:51)

김선생님...!  구조론이  한방,,,,털이,,,과격합니다,,,,,,저야 뼈속 깊숙히 시원하지만,,,,독자들이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8.26 (19:17:12)

자동차를 수리하는 정비공은 시동이 꺼진 자동차를 고친다. 그러나 사람을 수리하는 의사는 시동이 걸린 채로 자동차를 수리한다. 거기서 의사와 자동차 정비공의 임금차이가 결정된다. 그런데 문명의 진보는 죽여놓고 고치는 자동차 수리가 아니라 살아있는채 고치는 외과의사의 수술이다. 조금씩 진도나가자는 주장은 사람을 죽여놓고 수술하자는 자동차 정비공 생각이다. 에너지는 단 한 순간도 단절시킬 수 없다. 병원에는 단 1분도 전기가 나가면 안 된다.


부분보충했는데 중요한 내용입니다. 

[레벨:5]msc

2014.08.27 (07:48:24)

전체를 바라보는 제생각이 부족했습니다,,,,,감사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4.08.26 (20:01:58)

"한 방을 위해서는 동적균형이 필요하고, 1인칭 주체적 관점이 필요하고, 전체를 한 줄에 꿰는 소실점의 장악이 필요하고, 선제대응이 필요하고, 확률승부가 필요하다."


이것을 개인이, 조직이, 공동체가 국가가 인식하는 순간 이미 존재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것...


[레벨:11]큰바위

2014.08.26 (21:59:11)

구조론은 한방이다.

인생도 한방이다. 


가슴도 한방에 뚤어야 시원해진다. 

후련합니다.


[레벨:3]파워구조

2014.08.28 (14:37:28)

서구 구조주의는 다르다. 그들은 내부구조만 본다. 그들은 안에서 소박하게 간다. 틀렸다. 안에서는 구조를 볼 수 없다. 밖의 거센 바람이 안쪽의 뼈대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구조는 밖에서 안으로 복제해 들여오므로 에너지가 있는 밖을 봐야 진짜를 알게 된다.

구조론과 구조주의의 차이를 '한 방'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레벨:3]파워구조

2014.09.04 (06:47:24)

선생님, 며칠동안 생각해보았습니다.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은 한국형 영웅 캐릭터로 적합할까요? 완빤치도 없고 말만 많아서 아무래도 안 될까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007 구조론의 정수 image 2 김동렬 2014-12-19 6232
3006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정의 image 2 김동렬 2014-12-17 6953
3005 존엄에서 행복으로 image 1 김동렬 2014-12-16 6321
3004 존엄이냐 행복이냐 image 3 김동렬 2014-12-13 7227
3003 사람을 사랑하는게 정답 image 15 김동렬 2014-12-12 8637
3002 존엄의 의미 image 3 김동렬 2014-12-11 6471
3001 행복의 비밀 image 11 김동렬 2014-12-10 7663
3000 명상하는 방법 image 5 김동렬 2014-12-09 8122
2999 마음의 구조 image 9 김동렬 2014-12-08 7095
2998 질≫입자≫힘≫운동≫량 image 1 김동렬 2014-12-07 6120
2997 존재의 중첩을 이해하라 image 1 김동렬 2014-12-07 5793
2996 구조로 보아야 역사가 보인다 image 2 김동렬 2014-12-04 6740
2995 구조론 요약 image 3 김동렬 2014-12-03 5845
2994 이상주의란 무엇인가? image 2 김동렬 2014-12-02 8497
2993 세 번의 YES와 두 번의 NO image 3 김동렬 2014-11-30 6340
2992 북, 북소리, 연주 image 2 김동렬 2014-11-29 5790
2991 인간은 두 번 승부한다 image 4 김동렬 2014-11-27 7459
2990 너 없이 나 없다. image 5 김동렬 2014-11-26 6507
2989 나를 건설하는 절차 image 3 김동렬 2014-11-25 7314
2988 나自我ego는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4-11-24 6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