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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50 vote 0 2023.08.07 (21:03:21)

    전국에 무한동력 아저씨가 1천 명 이상 활동하고 있고, 매년 40여 건의 특허출원이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20년 전에 들은 말이고 요즘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나무위키는 영구기관이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써놨지만 의미 없다. 열역학 법칙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무한동력 아저씨도 무한동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열역학이 어쨌든 상관없는 것이다. 그딴거 무시하면 된다. 


    호르몬 나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무한동력이 시도되는 이유는 지구인 중에 에너지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의 어떤 급소를 봐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흥분하게 된다. 약한 고리를 본 것이다. 이겨먹고 싶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버려진 에너지를 상자에 차곡차곡 담으면 되지 않을까? 상자에 담는데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게 열역학 2법칙이다. 지구에 10만 명 넘는 무한동력 아저씨가 있고 10만 명을 한 사람씩 붙잡아 앉혀놓고 설득하기 힘들다.


    비용이 더 든다. 역시 엔트로피 증가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제대로 가르쳤어야지. 타이밍 놓쳐 버린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성인으로 갈수록 교육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에너지는 밸런스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자발성의 힘이다. 


    저절로 작동하는 에너지를 쓸 수 있다. 그것은 계에 갇힌 에너지다. 계가 깨져서 저절로 새 나오는 자발적 에너지를 쓴다. 무한동력 아저씨는 에너지를 구슬 같은 것으로 여긴다. 구슬을 상자에 모으면 좋잖아. 필요할 때 꺼내먹으면 되잖아. 


    우주 안의 모든 거짓말은 같은 기술을 쓴다. 10만 무한동력 대군이 있다면 10만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게 아니라 한 가지 진실의 10만 가지 오해가 있다. 에너지라는 말은 뭉뚱그려진 말이다. 우리는 결정자와 전달자를 잘 구분하지 않는다.


    활은 결정하고 화살은 전달한다. 위치에너지는 결정하고 운동에너지는 전달한다. 둘은 다른 것이다. 에너지라는 단어에 함정이 있다. 계 내부의 자발적 에너지라고 해야 한다. 쓸 수 있는 에너지라는 말을 무한동력 아저씨가 알아듣나? 


    에너지는 밸런스의 복원력이다. 이러한 본질을 모르는 한 열역학 법칙은 의미가 없다. 귀를 틀어막으면 그만이다. 로또가 꼭 일등에 당첨된다고 사는 것도 아니고. 보편원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 문제다. 거짓도 하나고 진실도 하나다.


    무한동력 아저씨는 왜 멍청한 짓을 할까? 그들은 의지하고 싶다. 보편원리를 찾고 싶은 것이다.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버려진 아이는 양부모를 의심한다. 나를 버릴 거지? 날 버릴 거잖아. 그러다가 미움받아 버려진다.


    아저씨들의 본심은 무한동력의 불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반대편에서 절대적인 무언가를 찾아 의지하는 것이다. 그들은 인류 문명의 약점을 봤고 그래서 흥분한 것이며 엎어진 호르몬을 주워담지 못한 것이다. 결국 호르몬이 해결한다. 


    왜 무한동력을 하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왜 재미가 있는가? 흥분했기 때문이다. 왜 흥분했는가? 호르몬이 나왔기 때문이다. 왜 호르몬이 나왔는가? 인류 문명의 어떤 약점을 봤기 때문이다. 문명의 약점은 무엇인가? 보편원리의 부재다.


    초전도체 소동도 같다. 보편원리에 대한 갈망이 삽질을 낳는다. 서구 과학에 대한 갈망이 일제강점기에 강증산 계열 각종 사이비종교를 낳은 것과 같다. 내심으로 서학을 부러워하지만 접근할 길이 없으니 서학과 맞선다며 동학을 하는 거. 


    최제우가 일본에 태어났다면 영국에 유학을 갔을 것이다. 전봉준은 사카모토 료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극에서 극으로 반대되지만 에너지 본질은 같다. 흥분한 것은 같다. 호르몬이 나와준 것은 같다. 형편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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