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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017 vote 0 2017.09.22 (09:33:05)

 

    어제 팟캐스트모임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우정과 애정의 차이는 없다. 우정이든 애정이든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때 서로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어야 한다. 비로소 의사결정이 가능한 대기상태가 된다. 그럴 때 에너지가 업되는 것이다. 에너지의 조직이 중요하다.


    남자와 남자가 바둑을 둔다면 어떨까? 어느 한쪽이 계속 이긴다. 한쪽은 늘 지고 한쪽은 늘 이기면 의사결정이 필요 없게 된다. 균형이 깨진다. 우정에 금이 간다. 남녀관계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인 관계가 되면 애정이 사라지게 된다.


    남녀관계라면 비교적 균형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 9 대 1이라도 5 대 5가 된다.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에 기여한 정도가 아니라 의사결정에 가담하는 것이다. 어느 일방이 90퍼센트 문제를 해결하지만 상대방이 호출해줘야 하게 된다.


    거미가 나타났다고 치자. 여자가 비명을 지른다. 남자가 거미를 잡는다. 누구의 승리인가? 여자는 남자를 통제한 것이다. 남자는 거미를 제압한 것이다. 문제해결에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느냐 보다 서로를 통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여자가 호출했고 남자가 호응했으므로 통제된 것이다. 여자의 승리다. 남자는 거미를 이겼을 뿐이다. 문제해결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돈이 있으면 대략 해결된다. 중요한 것은 어느 일방이 호출했을 때 상대방이 즉시 응답하는가다.


    인간은 언제라도 호출과 응답이 가능한 대칭과 호응의 구조 안에 있기를 원한다. 그럴 때 마음은 대기상태가 되며 에너지가 업된다. 혈액순환이 빨라진다. 남자와 남자 혹은 여자와 여자라면 굳이 상대방을 호출할 이유가 없게 된다.


    서로를 호출할 수 있을 때 어느 쪽도 유감없는 윈윈게임이 된다. 남자와 남자가 사귄다면 윈윈게임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 여자와 여자라도 충돌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건물에서 공존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건 연구대상이다.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이상행동이다. TV 동물농장이라면 딸 개와 엄마 개가 난투를 벌이는 상황이 많다. 인간은 모녀충돌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야생에서 자식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당연히 내보내게 되어 있다.


    근처에서 계속 냄새를 풍겨대며 내 냄새를 지워버린다면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 입장에서는 자기 냄새의 보존과 유지관리가 중요한데 말이다. 인간이라면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시어머니든 며느리든 자기 분위기가 있는 거다.


    근처에서 얼쩡대며 애써 이룩해놓은 내 분위기를 계속 훼손한다면 스트레스 받는다. 공존하려면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그 균형은 승부의 균형이나 능력의 균형이 아니라 의사결정에서의 균형이라야 한다. 분위기를 존중해야 한다.


    어미와 자식의 관계라면 언제나 어미가 문제를 해결하지만 자식이 어미를 호출한 것이 나름대로 의사결정이 된다. 자식이 어미의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 그러나 자녀가 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열다섯이 넘으면 독립해야 한다.


    인간은 서로를 호출하고 호응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서 분위기와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하다. 그 분위기를 조직하고 그 분위기 안으로 상대를 끌어들여서 제압하고 통제한다. 즐겨 제압되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호응해주는 것이다.


    우정은 그런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애정은 호출과 호응의 균형이 쉽다. 그러나 본질은 같다. 인간은 언제라도 의사결정이 가능한 심리적 구조 안에 있기를 원하며 그럴 때 에너지가 업되어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발그레한다.


   제압이라는 표현이 거슬릴 수 있지만 신경쓰지 말자. 그냥 구조론 용어다. 유혹이라고 하든 사랑이라고 하든 상관없다. 호출하고 호응하는 에너지 회로의 가동이 본질이지 문제해결은 빌미일 뿐 중요하지 않다는게 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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