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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255 vote 0 2015.05.16 (12:57:02)

     

    즐겁게 창조하자


    창조의 즐거움은 1을 투자하여 5를 얻는데 있다. 남는 장사다. 구조론은 뼈를 제공하면 살은 저절로 생긴다는 이론이다. 창조의 즐거움은 보너스를 두둑이 받는데 있다. 공기를 창조하면 소리는 덤으로 딸려 온다. 하느님이 소리를 창조하지 않았는데도 소리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빛을 창조했을 뿐 그림자는 창조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 하나를 창조하면 하나가 더 생긴다. 그 하나를 다른 하나와 짝지으면 여럿이 더 생긴다. 자꾸자꾸 생겨난다. 창조는 대박이다. 발견을 해놓으면 발명은 따라온다. 기능을 발명하면 성능의 혁신이 저절로 따라온다.


    성능을 올리면 효능은 보너스다. 어미를 창조해 놓으면 저절로 새끼를 친다. 주사위 눈은 여섯이다.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36개의 조합을 얻는다. 12개를 투자했는데 순익이 24개다. 집을 두 채 지으면 그 사이에 길이 생긴다. 사실은 반대다. 길 하나 뚫으면 양쪽 끝에 도시가 생긴다.


    씨앗 하나를 심었을 뿐인데 꽃도 즐기고 열매도 챙긴다. 꽃향기는 보너스다. 바다와 공기와 태양이 있으면 태풍은 만들지 않아도 저절로 생긴다. 무언가 잔뜩 생긴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일일이 창조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잡다하게 너무 많이 생겨서 오히려 처치곤란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창조론은 발생억제론이다. 그러나 실패한다. 풍선효과다. 이곳을 누르면 저곳이 삐져나온다. 그래서 진화가 일어난 거다.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진화가 매우 억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데 남녀성별과 같은 교묘한 조절장치에 의해 진화는 늦춰졌다.


    창조를 나한테 맡겨뒀으면 남녀 외에 제 3, 4, 5, 6, 7, 8, 9의 성별을 만들어 갖가지 조합으로 더 재미난 세상을 만들었을텐뎅. 


    창조는 잼있다. 그리고 쉽다. 또 유익하다. 더하여 찬란하다. 이 쉽고, 잼있고, 유익하고, 찬란해서 좋은 것을 왜 창조론자들은 꽁꽁 감추고 있지? 이 자랑스러운 것을 그들은 왜 자랑하지 않나? 자기들만 몰래 창조해 먹으려고 그러나? 창조론자라면 창조의 기쁨을 널리 선전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낱낱이 추구해 들어가면 전부 보너스다. 햇볕을 만들면 그림자가 따르는데 그 햇볕도 상부구조에 있는 무언가의 그림자라는 말씀이다. 그림자와 그림자를 엮어 또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무엇인가? 길은 집 사이에 있는데 집 역시 사람과 땅 사이에 있다.


    집은 방의 집합이고 방은 벽과 벽의 사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이가 아닌 것이 없다. 우리가 존재라 부르는건 외부에서 타격했을 때 반응하는 것이다. 가해진 힘이 거기서 방향이 꺾여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되돌아온다는 것은 되돌아오는 통로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존재는 곧 통로이다.


    대나무는 마디와 빈공간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마디를 존재로 여기지만 사실은 빈공간이 존재다. 컵이 있다면 속이 비어 있어서 거기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컵이라고 명명한다.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고 그것을 우리는 존재로 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돌은?


    돌은 속이 꽉 차서 아무 것도 담을 수 없지 않느냐고? 천만에. 돌은 질량을 담고 있다. 산은 나무를 담고 있고 바다는 물을 담고 있다. 모든 존재는 무언가를 담고 있다. 담고 있으므로 그릇이다. 사람 역시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텅 빈 존재다. 허깨비 같은 거다.


    나는 창조론자들이 사실은 가짜 창조론자이며 전혀 창조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창조의 방해자들이다. 그들은 창조를 두려워 한다. 그들은 창조는 아주 대단한 것이며 오직 하느님만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라고 여긴다. 사실은 벌레도 할 수 있는게 창조다.


    인간은 작은 벌레가 수십억 년에 걸쳐 꾸준히 자신을 창조해 온 결과물이다. 창조는 쉽다. 어떤 둘을 연결시키면 셋이 발생하여 다섯으로 조를 이룬다. 조와 조를 연결하면 또다른 단위가 만들어진다. 패턴이 복제된다. 반도체를 조합하면 컴퓨터 되고 유전자를 조합하면 생명체 된다.


    인간의 조상이 벌레라 해서 실망하지 말라.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림자를 빛에서 떼낼 수 없듯이 원본과 복제본은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길과 집을 분리하면 길도 죽고 집도 죽는다. 길 없는 집에 사람이 살 수 없고, 집 없는 길에 사람이 갈 수 없다. 입자 위에는 질이 있다.


    인간은 입자다. 인간입자 위에 질로서의 인간사회가 있다. 인간은 결코 자연과 분리되지 않는다. 무엇인가? 지구상의 수백만종 생명체가 모두 합쳐서 하나의 존재자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 존재는 아직도 창조중이다. 인간은 벌레의 후손이 아니다. 벌레로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왔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했다. 시작은 벌레의 모습이었으나 끝은 창대하다. 현재 진행중이다. 아직 인간은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그 조상 또한 완성되지 않은 것이며, 벌레는 바둑의 첫 한 수와 같다. 첫 단추 하나를 꿰어놓고 그 모습이 초라하다며 실망한다면 어리석다.


    진도는 계속 나가주어야 한다. 창조론은 창조가 과거에 끝났다는 주장이다. 천만에. 창조는 이제 시작이다. 문명은 아직도 걸음마다. 양의 문명은 1만년 전에 농경을 하면서 시작되었고, 운동의 문명은 중세에 말을 타면서 비로소 시작되었고, 힘의 문명은 총포가 쓰인 근대의 것이다.


    입자의 문명은 자동차와 함께 시작되었고 질의 문명은 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되었다. 아직 인간은 자기 자신을 충분히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 질적인 비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근대문명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반제품이다. 문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즐겁게 창조하자.


    DSC01488.JPG


    과학은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듭니다. 계산기를 쓰면 셈이 쉽습니다. 유전자를 쓰면 진화가 쉽고, 인간의 사회성을 쓰면 마음의 구조가 쉽습니다. 경제는 쉽게 돈 찍어내면 됩니다. 정치도 구조를 만들면 쉽습니다. 물론 존프럼교를 믿는 부족민들은 모든 것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통조림을 인간이 만들 수 있다고? 천만에. 통조림은 하느님만이 만들 수 있는 거야. 그들은 통조림공장을 견학시켜줘도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부족민을 지배할 수 있는 권세가 필요하니까요. 어렵다고 해놔야 그 통조림과의 연결창구를 자기가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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