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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099 vote 0 2014.12.25 (13:49:13)

     

    깨달음의 모노리스는 무엇인가?


    인류멸망의 위기를 당하여 남녀 한 사람씩 두 사람의 인간만 살아남게 되었다고 하자. 그들에게 딱 한 가지 지식만을 남길 수 있다면 인류는 그들에게 무엇을 전해야 할까? 파인만은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지식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식만 얻으면 어떻게든 문명을 설계하게 된다고.


    음악가들은 바흐의 평균율만 있으면 서구음악이 모두 망했다 해도 무너진 음악을 재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흐의 평균율은 곡에다 양식적인 통일성을 부여하여 하나의 곡으로 독립시키게 한다. 미학적 완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떤 기본이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체적으로 완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다양하게 가지를 친다. 무질서하게 사방으로 뻗어있는 도로망에 외곽순환도로를 뚫어줌으로써 독립된 도로체계로 기능하게 하는 것과 같다. 하나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단위를 이룬다. 서울 지하철은 2호선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2호선이 몸통이고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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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모노리스’가 등장한다. 사각형의 검은 돌기둥 같은 것인데 자연물은 아니고 인공물임을 주장하는 형태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박아놓은 모노리스에 의해 원숭이들의 진화가 촉진되었다고 한다. 모노리스가 원숭이들의 뇌를 조종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자연의 진리에도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는 딱 하나의 어떤 강력한 단서, 모노리스와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인과’다. 인과법칙만 알면 우주가 모두 무너져도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인과법칙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누구나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경험해보고 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주장하는가이다. 그냥 경험으로 어렴풋이 아는 것과 그것을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다르다. 모노리스는 각변의 비율이 1:4:9인데, 이건 1,2,3의 제곱수로 자연에서 저절로 나오기 어렵다. 즉 의도를 읽히는 것이다. 무엇인가? 인간은 인과법칙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있다.


    바흐의 평균율 이전에도 비슷한게 있었다. 중국에도 16세기에 주재육이 이미 이 체계를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충 하면 안 되고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 자체 의도를 드러내야 한다. 확장성이 필요한 것이다. 인과를 확장하면 기승전결이 된다. 기승전결만 알면 어떻게든 작시할 수 있다.


    대충 라임만 알아도 랩을 할 수 있다. 라임은 반복된다. 반복의 1 단위가 있다. 그것이 모노리스가 되고, 평균율이 되고, 원자가 되고 지하철 2호선이 된다. 2호선 덕에 버스없이 지하철만으로 왕래할 수 있다. 그것은 구조다. 구조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의 l 단위다. 여기에 확장성을 부여해야 한다.


    구조의 반복이다. 그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독립적인 사건의 1단위다. 원자가 모여서 물질이 되고, 세포가 모여서 사람이 되고, 구조가 모여서 시스템이 된다. 의사결정이 모여서 복제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완벽하다. 자체적으로 닫혀 있다. 완결성이다. 완결성은 반복되어 확장되는 것이다.


    ◎ 구조 – 쪼개면 의사결정의 1 단위에 도달한다.
    ◎ 시스템 – 확장하면 사건의 1 단위에 도달한다.


    바흐의 평균율은 파인만의 원자 개념을 떠올리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르다. 원자는 딱딱하고 평균율은 무르다. 바흐의 평균율이 가지는 의미는 역시 복제되는 것이다. 영화라도 그렇다. 이야기를 완결시키는 방법을 알면 복제할 수 있다. 반면 완결시키는 방법을 모르면 표절하라고 해도 못한다.


    그런데 원자는 복제되지 않는다. 스스로 주장하지 않는다. 자체 의도를 알 수 없다. 확장성이 없다. 왜냐하면 원자는 쪼갠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레고블럭은 쪼개는게 아니라 조립하는 것이다. 파인만의 원자개념과 바흐의 평균율개념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이는 구조와 시스템의 차이와 같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 단위에 확장성을 부여하면? 구조론은 이를 질과 입자로 구분한다. 입자는 쪼갤 수 없는 한계이고 질은 확장되는 한계이다. 입자는 영화 안의 여러 에피소드들이고 질은 이들을 한 줄에 꿰어내는 영화 전체의 완결성이다. 확장성을 얻어 복제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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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원자가 어떻게 복제되는지 모른다. 원자의 자궁을 모른다. 수학이면 여기에 해당되는 개념은 집합론이다. 잘게 쪼개서 얻어지는 원자가 있다면 다시 크게 확장하는 집합이 있는 것이다. 벽돌이 원자라면 건물은 집합이다. 그 집합을 어떻게 얻어내는가이다. 그냥 집합이라 우기면 곤란하다.


    가족의 집합은 섹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회사의 집합은 이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국가의 집합은 전쟁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상호작용이다. 원자는 상호작용의 1단위다. 집합은 추상화된 수학적 개념이고 물리학적인 근거로는 상호작용이 정답이다.


    구조는 의사결정의 일단위다. 원자는 상호작용의 1단위다. 상호작용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의사결정 역시 대칭을 필요로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집합이다. 그러나 집합은 모임이 아니라 꼬임이다. 파인만은 원자만 알면 문명을 재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부족하다. 완전성을 알아야 한다.


    완전성은 쪼개지는 원자가 아니라 합쳐지는 집합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아직 집합을 모른다. 집합은 복제다. 복제에 의해 확장성을 얻었을 때 비로소 완전해지며 비로소 하나의 단위가 되며 비로소 드라마는 완결되고 소설은 완결되고 시는 기승전결로 완결되고 음악도 완결된다.


    ◎ 틀린 생각 – 세상은 쪼개지지 않는 원자의 집합이다.
    ◎ 바른 생각 – 세상은 쪼개지고 합쳐지는 완결성의 무한복제다.


    세상을 규율하는 근본은 대칭성이다. 그 대칭성이 비대칭의 방향성을 얻을 때 완전해진다. 원자개념은 주인공은 강하다는 한 가지 아이디어로만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 많은 영화들에서 주인공은 어떤 이유로 힘을 얻는다. 돈을 갖고 튀어라처럼 갑자기 돈을 줍거나 권총을 줍는 일도 있다.


    이몽룡도 과거에 합격했기에 큰 소리 한 번 친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악당을 만나야 한다. 주인공이 악당을 이기는 걸로 끝내면 뒤가 허전하다. 악당이 무인도에서 3년 수련하고 와서 재도전 한다. 교착된 대칭의 출구를 열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모노리스는 인간을 진화시킬까?


    모노리스 덕에 인간은 전쟁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인류는 파멸되고 만 것이 아닐까? 영화를 끝내는 방법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 ‘석양의 무법자’처럼 The Good과, the Bad와 the Ugly를 축과 대칭으로 만들어 교착을 타개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야기 안에 또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이다.


    타란티노가 즐겨 쓰는 방법이며, ‘주유소 습격사건’의 시나리오를 쓴 박정우 작가의 전매특허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복제할 때 완결된다. 확장성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민중을 참여시킨다. 암행어사 출두장면에서 구경하는 백성이 대칭과 투쟁을 목격하고 보고하는 the Ugly 역할이다.


    the Bad는 죽이지만 the Ugly는 살려줘야 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를 천하에 퍼뜨려줄 목격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격자에 의해 사건이 복제됨으로써 이야기는 완결된다. 증인이 필요한 것이다. 대칭구조에 에너지가 투입되면 구조가 복제된다. 복제의 1단위가 사건의 1단위이며 비로소 완전하다.


    우리는 세상이 원자와 집합으로 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자연에 그냥 집합되는건 없다. 대칭에 의해 꼬여서 집합된 것이다. 꼬임에서 집합이 나왔다. 스승과 제자가 꼬이면 교실이 되고, 사장과 부하가 꼬이면 회사가 된다. 볏짚이 꼬여 밧줄이 되고 밧줄이 엉켜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 틀린 생각 – 세상은 원자의 집합이다.
    ◎ 바른 생각 – 세상은 구조의 꼬임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원자는 공간의 존재일 뿐 시간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을 공간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꼬임과 풀림에는 시간이 걸린다. 밧줄을 꼬려고 해도 한 참 꼬아야 하고 시계태엽이 풀려도 한 참 풀려야 한다. 그러나 원자는 그냥 집합된다.


    원자의 집합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가짜다. 인간의 오류는 대개 비용이 없다고 착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서 좌절하는 형태다. ‘민주화 하자!’ ‘좋다. 근데 비용은?’ 이렇게 된다. 민주화 과정에 드는 비용을 상쇄할 수단을 얻을때까지는 민주주의를 이해한게 아니다.


    민주주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지도자 양성이다. 우리는 언론과 문화와 패션과 드라마와 인터넷으로 카리스마를 만들어 대중의 이목을 한 지점에 모으는 수단을 획득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불완전하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활개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정답은 무엇인가? 시스템에 의한 구조의 복제는 에너지를 절감한다. 포드시스템에 의한 대량복제와 같다. 에너지 효율성에 의해 마침내 대칭의 교착이 풀리고 치고나가는 방향성을 얻어 조직발전의 생장점을 이룬다. 대칭은 둘의 꼬임이고 원자는 그 둘 중의 하나이므로 원자로는 불완전한 것이다.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다달았을 때 단 하나의 지식을 살아남은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우리는 인과율을 전해주어야 한다. 그 인과는 대칭으로 꼬여있고 에너지를 투입하면 기승전결로 풀린다. 자기복제의 에너지 효율성에 의해 만물이 꼬이고 풀리며 작동하는 이치를 알 때 비로소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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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원자의 집합이 아니라 '완전성 단위의 집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대칭원리에 의한 꼬임과 풀림의 단위이며, 에너지의 효율성을 얻게 하는 자기복제의 단위입니다. 세상이 완전한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화려하게 빛나는 것일지라도 모두에게 해롭다면 그것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이유는 복제되기 때문입니다. 세종의 한글처럼 아무나 가져다 써도 됩니다. 거기에 소승에서 대승으로 가는 확장성이 있습니다. 조직의 생장점을 가집니다. 대칭의 교착을 타개하여 치고나가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레벨:10]다원이

2014.12.25 (20:58:28)

성냥개비 마냥 팍 그으면 불이 이는 격발장치라 해야 하나요. 첫번째 도미노라 할까요. 모든 것의 승-전-결을 촉발하는 '기'라 할까요. 씨앗이라 할까요. 읽을 때마다 감동입니다.
[레벨:14]해안

2014.12.26 (03:09:10)

동렬님,


올 한해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새해도 건강하시고, !!



[레벨:30]이산

2014.12.26 (10:32:59)

좋은글 읽을때마다 감동입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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