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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327 vote 0 2015.10.02 (11:41:52)

     

    관점의 오류


    관점은 오류가 있다. 사건의 원인측이 아닌 결과 포지션에 서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든 일단 오류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일이 무난하게 굴러간다면 위험이 잠복해 있는 단계로 보면 된다. 관점의 오류를 해결하는 것은 추론이다. 추론에 쓰이는 도구는 언어다.


    관점을 반영하는 언어 역시 오류가 있다. 다만 언어는 오류를 시정하는 수단이 있다. 그것은 대화다.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걸러진다. 그러나 역시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문법이다. 단어는 오류투성이지만 문장은 오류가 없다. 그래도 불완전하다.


    말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메커니즘을 반영하여 말해야 한다. 대화를 극복해야 한다. 대항하려는 마음을 극복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의 교정이 필요하다. 갑이냐 을이냐다. 대화어는 을의 포지션이다. 자기 안에 에너지가 없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친다.


    말대꾸다. 상대가 시비를 걸어오면 내가 응수하여 맞받아치려는 마음이다. 자기 에너지를 상대방에게서 조달한다. 그러므로 실패한다. 이를 역이용하여 조삼모사 수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게 없는데도 원숭이는 큰 승리를 얻은 줄로 착각한다.


    그렇다. 인간은 조삼모사로 다스려지고 있다. 다스려지는 자에서 다스리는 자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간다. 관점은 부분을 입수하여 전체를 추론한다. 애초에 글러먹었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기 때문이다. 엔트로피에 의해 원래 안 되는 거다.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는 방법은? 복제다. 복제본은 원본과 연결되어 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통짜덩어리로 존재한다. 그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내 안에 두 개의 사건을 가져야 한다.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도를 죄악시한다. 순수타령을 늘어놓는다.


    순수예술? 그런거 없다. 의도가 있어야 예술이다. 순수문학? 그런거 없다. 의도가 있어야 문학이다. 문학과 예술의 본질은 이념을 제안하여 인류 전체를 한 방향으로 바라보게 할 꿍꿍이에 있다. 고흐도 그러했고 베토벤도 그러했다. 왜말로 ‘아싸리’ 판을 연출하려 한 것이다.


    전통적인 문학의 형식은 복수극이다. 두 개의 사건이 있어야 담론이다. 첫 번째 사건은 누가 나의 아버지를 죽인다. 두 번째 사건은 아버지를 죽인 자를 죽인다. 복수극의 구조다. 첫 번째 사건을 상대방이 일으킨다.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내가 첫 번째 살인을 해야 한다.


    내 안에 두 개의 사건이 조직되어야 완전하다. 징기스칸의 첫 번째 살인은 배다른 형 벡테르를 죽인 것이다. 두 번째 살인은 자무카를 죽인 것이다. 이것이 맞는 이야기 구조다. 첫 번째 살인은 아버지를 죽이는 것이다. 알렉산더다. 물론 실제로 알렉산더가 죽인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즉시 칼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지는 말라. 자신의 앞길을 막는 어떤 한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아버지 필립이 천하를 모두 정복하면 자신에게는 정복할 남은 땅이 없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두 번째 살인은 친구 헤파이스티온을 잃은 것이다.


    실제로 죽인건 아니다. 보통 이 구조로 간다. 처음에는 수직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주변의 가족과 끊어야 하며 두 번째는 수평적으로 한계를 정하는 친구와 끊어야 한다. 두 번의 살인으로 하나의 이야기는 완성된다. 복수극은 외부에서 찾아와서 누가 아버지를 죽여준다.


    고맙다고 절해야 할 판이다. 이야기가 망했다. 이건 아니다. 의도가 있어야 한다. 의도를 세우는 즉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 노무현은 형이 죽으면서 야심을 얻었고, 유비는 관우가 죽으면서 야심을 버렸다. 복수극을 극복해야 한다. 누구에게 맞서려는 태도를 극복해야 한다.


    가족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이 동기가 되지만 동시에 한계를 정한다. 그 한계를 넘을 때 친구를 얻는다. 친구 앞에서 우쭐대려 하는 마음이 동기가 되지만 동시에 한계가 된다. 그 친구를 넘었을 때 이야기는 완결된다. 자기 존재는 사멸하고 자신은 천하의 공유물이 된다.



DSC01488.JPG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친구들은 새누리당으로 가버렸죠. 항상 이런 식입니다. 그 친구를 죽여야 합니다. 그것이 인생의 비극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친구를 죽여야 천하인이 됩니다. 사도는 아버지를 죽이지 못했고, 에드셀 포드는 헨리 포드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잡스는 워즈니악을 죽였죠. 아버지는 원래 죽었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워즈니악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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