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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725 vote 0 2015.10.22 (11:59:49)

    

    신과 사탄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다. 모든 문제에 명확한 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원래 답이 없는 문제가 있다. 신과 신이 바둑을 둔다면 무승부가 나야 한다. 문제는 흑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흑이 몇 점 유리할까? 덤은 원래 네집 반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은 7집 반까지 올라갔다.


    덤이 자꾸 올라가는 이유는 그동안 고수들의 기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고수는 흑을 선호한다. 덤을 주더라도 흑이 이길 수 있다. 신은 당연히 흑을 쥔다. 사탄은 백을 쥔다. 덤은 많이 올라간다. 덤이 열집 반을 넘겨도 아마 신이 이길 것이다. 무조건 공격이 유리하다.


    모순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창이 이긴다. 구조론의 정답이 그렇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라면 어떨까? 수비가 유리하다. 축구든 야구든 기본적으로 수비가 유리하다. 왜? 인간은 하수니까. 이창호는 스승 조훈현을 만방으로 이길 수 있지만 굳이 무리하여 이기지 않았다.


    다음날 신문에 ‘조훈현 개망신, 초반에 돌 던져!’ 이렇게 날까봐 조심스럽게 두어 반집승을 설계한다. 무엇인가? 신은 흑을 쥐고 대승할 수 있지만 그러다 한 번이라도 지면 ‘신이 사탄에게 만방으로 깨져. 럴수럴수 이럴 수가. 근데 신 맞나? 가짜 아냐?’ 곤란해질 수 있다.


    무엇인가? 이 세상은 잘게 쪼개고 들어가면 시간의 앞과 뒤, 공간의 좌와 우가 없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반드시 있어야만 존재가 성립한다.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 때문이다. 구조론은 전체≫부분이므로 전체가 앞선다. 시간의 선후는 전체가 아니므로 구조가 붕괴한다.


    세상이 작동하는 것은 50 대 50으로 교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51 대 49다. 톱니는 정확히 맞물리지 않는다. 미세하게 수비가 유리하다. 그러나 신은 공격을 선택한다. 왜? 신은 반칙을 하기 때문이다. 신은 외부환경을 이용한다. 그 환경의 이용은 반칙으로 보여질 수 있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다. 세상은 신의 홈그라운드다. 세상이 뉴턴의 기계론, 결정론적 세계로 세팅되어 있다면 신과 사탄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나게 되어 허무하다. 그러나 우주는 무승부가 되면 애초에 우주가 만들어질 수 없으므로 기본 수비가 약간 더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


    대신 공격은 약간의 반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신은 흑을 쥐고 반칙해서 이긴다. 반칙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조훈현은 일본에서 배워 온 새로운 수로 서봉수를 이겼는데 서봉수 입장에서는 반칙이다. 신은 신수新手를 둔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수를 던진다.


    세상은 대칭으로 조직된다. 대칭은 무승부를 낳으므로 대칭만으로는 세상을 건설할 수 없다. 세상은 동動이며 동은 비대칭을 쓴다. 공격은 동動이므로 비효율이고 수비는 정靜이므로 효율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간의 대결에서는 정이 이긴다. 수비가 이긴다. 수비가 효율적이다.


    축구시합이라 해도 공격수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패널티킥이라 해도 공격수는 실축할 가능성이 있지만 골키퍼는 실축이 없다. 키커가 공을 차려는 순간 물방귀가 나와서 골대를 맞히는 일이 있지만 골키퍼는 그런 일 없다. 무조건 수비 잘 하는 팀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대결이며 신의 대결로 가면 다르다. 신은 바람을 부린다. 바람이 공을 휘어들어가게 만들어서 골인을 시킨다. 신은 공격이 맞다. 왜냐? 신은 외부조건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살짝쿵 느리게 가도록 만들어 버리는 꼼수를 쓴다. 왜? 신이니까.


    정리하자. 세상은 뉴턴의 결정론, 기계론적으로 아귀가 딱 들어맞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다. 왜? 그 세계는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전략은 적을 속인다. 신은 속임수를 쓴다. 결정론적 세계는 전략이 없고 속임수가 없어 무승부가 난다. 우주는 무승부가 없게 세팅되어 있다.


    우주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사건을 이룬다. 계속 변화한다. 우주의 근본은 무승부가 없는 비대칭의 세계, 전략의 세계, 꼼수의 세계, 외부환경을 개입시키는 세계, 51 대 49의 세계이다. 세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인간과 인간의 대결에서는 무조건 수비를 잘 하는 쪽이 이긴다.


    수비가 효율적, 공격이 비효율적이다. 신과 신의 대결은 무조건 공격이 이긴다. 창과 방패가 대결하면 무조건 창이 이긴다. 당신은 인간이므로 방패를 선택한다. 그러나 신은 창으로 당신을 이긴다. 바둑의 고수는 흑을 쥐고 새로운 수를 두어 이긴다. 반드시 외부의 힘을 이용한다.


    왜? 세상은 전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 안에 칸을 딱 잘라서 여기만 하고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약 그런게 있다면 우주는 붕괴한다. 우주라는 건축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은 기초부터 기왓장까지 전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제든 외부에서 개입한다.


   DSC01488.JPG


    수비가 유리하므로 수비만 하겠다는 집단이 보수라면, 외부의 힘을 끌어들여 공격으로 이기는 세력이 진보입니다. 진보는 젊은 물을 끌어들여 외부 힘으로 이깁니다. 노무현이 인터넷으로 이긴게 대표적입니다. 오바마는 이민자를 끌어들여 외부 힘으로 이깁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의 보수화는 지리적 격리와 고립으로 끌어들일 외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지식인들의 자폐증 진보주의는 죽음으로 가는 특급열차입니다. 진보는 외부와 폭넓게 연대하지 않고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무조건 개방만이 진보의 살길입니다. 진보는 세계의 모든 나라와 친해야 합니다. 시장과도 친해야 하고 자본을 적대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신의 방법입니다. 이기려면 모두 이용해야 하니까 친해두어야 한다. 


[레벨:11]큰바위

2015.10.23 (06:39:51)

신은 지 꼴린대로 한다는 말. 

세팅이 이기는 걸로 되어 있다는 말.


결국 신은 끝까지 가는 놈/팀을 델고 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0.23 (10:19:17)

인간과 로봇의 대결로 보면 

인간은 로봇과 달리 사기를 칩니다. 


전략을 써서 먼저 한 게임을 져주고 나머지 두 게임을 잡습니다.

이런 수법을 쓰려면 반드시 팀을 끼고 있어야 합니다.


즉 로봇도 팀을 이루면 사기를 칠 수 있죠.

로봇끼리 회의를 열어서 다수결로 정한다든가.


그러나 로봇은 이미 상대방의 마음을 훤히 읽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달리 회의를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회의는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모른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지라

즉 인간끼리도 서로 속인다는 전제로 회의가 가능한 것입니다.


결국 인간이 로봇을 이기는 원리는 불확정성이라는 거죠.

마찬가지로 신이 인간을 이기는 원리는 게임 룰의 불확정성이라는 거죠. 

[레벨:11]큰바위

2015.10.24 (06:18:17)

비유로는 알아들었으나, 비유의 한계는 고무줄처럼 해석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능하다는 거죠. 

비유의 핵심은 늘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맞닿아 있기에 논리의 전제를 파악하지 않으면 핵심을 놓치기 쉽죠. 


신(인간)-인간(로봇)

비유가 좀 헛갈리게 시작되어 있어요. 


인간은 로봇과 같이 신에 비해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비유의 전제가 로봇은 프로그램 되어 있다는 거.


신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거는 인간이 신의 능력을 뛰어 넘을까봐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을 두려워하는 것은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까봐


그러나 거꾸로 설명은 안됩니다.

인간도 신을 두려워하는데, 이것은 신이 인간을 버릴까봐....

로봇이 인간을 두려워할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로봇이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면, 로봇을 너무 잘 모르는 건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0.24 (09:20:39)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

이건 신이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작동원리는 게임의 법칙이며

게임의 법칙은 상대를 완벽하게 지배하는게 아니라, 살짝 이기는 구조이며

이기는 방법은 첫게임을 져주는 것이며

그러므로 완벽한 지배나 통제는 우주에 원천적으로 없으며

만약 그런게 있으면 크기를 만들수 없어서 세상은 붕괴된다는 말입니다.

크기와 순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말입니다.

여기서 신 인간 로봇 이런 단어를 썼다고 해서

신이나 인간, 로봇에 대한 설명인줄 안다면 심히 골룸합니다.

 

예컨대 사람의 왼발과 오른발 중에서 하나가 크다면 걷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완전히 같다면 역시 걷기 어렵습니다.

오른팔과 왼팔은 비슷하되 오른팔 혹은 왼팔이 약간 세야 합니다.

이는 모순을 보정하기 위한 상부구조가 항상 따라다닌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다수의 인간에게는 진다는 말이죠.

우주는 다단계적 문제해결 방법을 쓰는 것이며

한 단계 안에서 완벽한 해결방법이 있으면 우주는 붕괴합니다.

연환계로 엮여있어야만 작동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에는 완전한 하나가 아니라

불완전한 여럿의 집합으로 되어 있고 이들 여럿은 서로를 알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내가 동지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면 킬러가 둘 다 죽일테니까 이길 방법이 없지요.

절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은 분산저장하되 둘이 만나야만 비번이 풀리는 구조입니다.

 

[레벨:11]큰바위

2015.10.25 (16:51:18)

출장을 갔다와서 이제 글을 보았습니다. 

자연의 법칙에 대한 설명은 알아먹었습니다. 

단 비유 설명에 있어서 비유의 핵심이 읽는 사람에게 궁금증을 더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 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0.24 (17:04:12)

터미네이터 5탄인가에서 

스카이넷은 과거 PC통신처럼 중앙서버를 두었다가 망하죠.


넷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넷의 성질을 살리지 못하고 

지휘부가 폭파되지 파멸하는 원시적인 구조. 단세포 동물인가?


인터넷은 소련의 핵공격에 대비한 알파넷을 변용한 것인데 어떻게든 살아남는 구조입니다.

신이든 인간이든 최강자는 서버를 IDC센터에 몰아놓으면 안 됩니다.


지휘부는 여러개여야 하며 서로 간에 단절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휘부 중 한 곳을 털어서 나머지 곳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며


한 곳이 파괴되면 곧 한 곳을 새로 생성하는 형태여야 합니다.

지휘부 간에도 서로 믿지 못하고 내부경쟁을 하는 구조라야 살아남습니다.

[레벨:11]큰바위

2015.10.25 (16:53:03)

그렇지요. 

항상 비밀스러운 건 따로 저장해 두죠. 


하나가 들키더라도 또 다른 곳에서 비밀의 실마리를 찾아 낼 수 있도록.


이정도 머리가 안되면, 아예 구조론 이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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