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309 vote 0 2014.11.25 (12:27:33)

 

    뇌와 인간


    지적설계설은 생명의 구조가 복잡하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그런데 사실은 생명이 전혀 복잡하지 않더라는게 구조론이다. 기본이 되는 전제가 틀렸으므로 지적설계설은 보나마나 허튼 소리다.


    복잡複雜은 중복된 복에 뒤섞인 잡을 더한 것이다. 철사줄이 꼬이면 복複이고 밥에 뉘가 섞이면 잡雜이다. 꼬인 철사줄을 풀고 섞인 뉘를 골라내면 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의사결정이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는 복과 잡이 제거된다. 복과 잡이 제거되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못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방법은 지나가는 사람의 귀싸대기를 쳐보는 것이다. 되돌아오는 것이 있다.


    대칭을 통해서 정체를 알아낸다. 나는 내가 대응하는 것에 대응된 것이다. 조선족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중국과 전쟁하는 것이다. 외국으로 튄 스티브 유는 한국인이 아니다.


    ◎ 판단을 방해하는 것은 복잡이다.
    ◎ 의사결정을 하면 대칭을 통해 복잡이 제거된다.
    ◎ 복잡이 제거되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못하고 붕괴한다.


    진보 지식인들이 잘못 판단하는게 이 부분이다. 어떻든 시도를 반복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야당의 난맥상과 같은 복잡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으면 계속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승부에 지는 것은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복잡이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복잡이 제거되지 않은 이유는 승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재는 구조라는 이름의 의사결정단위를 가지므로 기승전결로 이어가는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복잡이 제거된다. 생명은 구조가 복잡하지 않으므로 지적설계가 무색하게도 진화는 쉽게 일어난다.


    세상이 복잡한 것은 원리가 복잡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위해 성능을 높였기 때문이다. 라디오도 기본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좋은 음질을 원하므로 부품을 덧붙여 점차 복잡해진 것이다.


    32.jpg


    의사결정단위를 가진다는 것은 구조가 모듈화 된다는 것이다. 구글의 저가 모듈폰 Ara를 떠올려도 좋다. 축소된 컴퓨터다. 그런데 이는 거꾸로 모듈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떻게 모듈화 하지?


    ◎ 세상은 복잡하다.
    ◎ 그러나 알고보면 단순하다.
    ◎ 단순한 이유는 의사결정 모듈 때문이다.
    ◎ 의사결정하려면 모듈화를 해야 한다.


    모듈화 된다는 것은 일대일이 된다는 것이다. 내 뇌의 많은 영역들은 외부환경과 1대1의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눈, 코, 입, 귀, 몸은 빛, 냄새, 맛, 소리, 충격과 일대일의 대칭을 이루고 대응한다.


    인체의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몸이 부서별로 각각 따로 업무를 진행한다면 곤란해진다. 일대일이 되려면 회의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회의를 하지? 만약 회의를 하지 않으면? 복잡해진다.


    입은 맛있다고 삼키려 드는데 코는 냄새가 고약하다며 뱉으려 한다. 두리안을 먹어본 사람이 그러더라. 삼키든 뱉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입과 귀의 다툼을 중재할 것인가?


    도마뱀 뇌는 즉자적인 반응이다. 뱉거나 삼키거나 현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해마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과거에 눈 질끈 감고 삼켰더니 맛있더라 하는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면 삼키는 거다.


    변연계의 해마는 과거 데이터를 활용한다. 더 복잡한 경우가 있다. 입과 코의 회의만으로 부족하고 뇌 전체회의를 열어서 판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전두엽 형님이 나서줘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전두엽이 교통정리를 하므로 복과 잡이 제거되어 의사결정에 무리가 없다. 전두엽은 미래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미래의 기준에 복종하여 뇌 안의 코담당, 입담당, 귀담당 부서들이 참는다.


    그런데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일베충들이 미래를 생각했을 리가 없잖은가? 할배들도 미래가 없으므로 곤란하다. 그러므로 천국이라는 가상의 미래를 가정해야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신과의 일대일 개념은 미래를 만든다. 병렬회로를 만드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집 사이에 길이 있다. 길은 막다른 길에서 끝난다. 막다른 길은 나무의 가지 끝이다. 눈, 코, 입, 귀 담당 뇌영역이다.


    뇌 안의 나뭇가지 끝은 환경 안의 나뭇가지 끝과 일대일로 대칭된다. 뇌 안에 어떤 뾰족한 부분이 있으면 자연에도 맞서는 뾰족한 부분이 있다. 의사결정의 말단부다. 회사의 말단직원과 같다.


    그런데 눈과 귀를 담당하는 각각의 뇌 영역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 의사결정을 못하면? 이때는 수직계열화를 사용한다. 곧 저장된 과거의 정보를 동원하는 것이다. 보수꼴통들이 이 수법을 쓴다.


    세상이 변하므로 이 방법은 실패한다. 아직도 625때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 625때 써먹어서 효과를 본 방법이 지금 시대에 먹히겠냐고. 수직적 대응이 아니라 수평적 대응이 필요하다.


    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서 가상의 미래를 만들어두어야 한다. 사회의 이념을 제시하는 것이 그러하다. 종교의 방법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를 판단기준으로 세워놓는 것이다.


    인생의 승부는 두 번이다. 한 번은 소승으로 일어나고, 다음 번은 대승으로 일어난다. 한 번 은 개인전으로 일어나고 다음 번은 단체전으로 일어난다. 첫 승부는 시공간의 수직계열화로 일어난다.


    다음 승부는 이념 중심의 수평적 연대로 일어난다. 한 번은 항우의 실력으로 이기고 다음은 유방의 외교력으로 이긴다. 초반에는 관우와 여포의 개인전이고 막판에는 사마의와 제갈량의 세력전이다.


    항우와 이기던 시절, 여포와 관우가 힘을 쓰던 시절은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이긴다. 그러나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제갈량과 사마의가 대결하는 시대는 미래라는 좋은 이념을 제안하는 자가 이긴다.


    유방은 새로운 중국을 약속하여 항우가 봉건제후국으로 퇴행시킨 체제를 전복시켰다. 미래가 과거를 이긴 것이다. 힘대결은 과거에 모아놓은 자원을 쓰는 것이요 이념대결이 미래를 쓰는 것이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은 미래를 주장하지만 공허하다. 환경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약속도 200년 전의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


    미래를 고착시킨다면 위험하다. 천국을 약속하든 지상낙원을 약속하든 차별없는 세상을 약속하든 그것은 미래를 고착시키는 행동이므로 위험하다. 진정한 것은 나침반이다. 어디서든 방향이 맞다.


    그렇다. 미래의 정답은 치고 나가는 방향성일 뿐 고착된 어떤 것이 아니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신과의 일대일이다. 인간의 의사결정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모든 인간이 신을 대표하는 것이다.


    개인이 진리를 대표하고, 역사를 대표하고, 문명을 대표하고, 자연을 대표하고, 진보를 대표할 때 위대해진다. 문제는 해결된다. 뇌 안에서 벌어지는 부질없는 투쟁은 멈추게 된다. 의사결정한다.


   33.jpg


34.jpg


35.jpg


36.jpg

37.jpg


 111.JPG



    우리는 내가 그냥 있다고 믿지만 뇌가 전체회의를 열어서 외부환경에 대항할 때 비로소 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마음의 전쟁이 일어나야 합니다. 전쟁이 터지면 조선족들도 입장을 정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차차로 내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소년의 전쟁은 첫사랑 때 일어납니다. 뇌 안의 모든 자원들이 쟁투하다가 전체회의를 열어, 사랑하든가 사랑하지 않든가 입장을 정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종교나 정치의 이념에 세뇌되어 미리 전체 입장을 정해두면 됩니다. 모태신앙처럼 입장이 굳어져 있는 거죠. 이 경우는 중요한 문제에서 오판할 위험이 있습니다. 환경은 변하는데 그 종교나 정치의 입장은 과거가 정한 것이니까요. 답은 전쟁입니다. 어떻게 마음의 전쟁을 열어 내 안의 전체회의를 소집할 것인가? 신과의 일대일입니다. 가만있는 신의 뒤통수를 한대 세게 후려치면 됩니다. 그럴 때 반드시 되돌아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진정으로 나를 밑바닥에서 형성합니다. 필요한 때마다 자동으로 신의 뒤통수를 한대씩 때려주는 것은? 그것이 신과의 일대일입니다. 뇌의 자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그 순간의 미래를 도출하는 방정식입니다.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14.11.25 (15:01:46)

시도 시행착오 복잡제거

공대교수들이 시스템풀때 하던방법의 발전형태. 그들은 시스템안에서 푸니까.

문제는 동적 시스템. 시도 시행착오의 에너지 손실을 만회할 후방부가 승부의 관건.
[레벨:16]id: momomomo

2014.11.26 (12:16:44)

'합의가능한 미래' 란 역시 밝고 사랑스럽네요.^__^

의사결정학으로 설명해 주신 뒤로 구조가 좀더 손에 잡히는 듯......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4.11.27 (13:50:50)

이야기가 재미집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307 존재의 최종근거는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4-07-08 7316
» 나를 건설하는 절차 image 3 김동렬 2014-11-25 7309
3305 유시민과 역이기의 삽질 1 김동렬 2018-07-19 7307
3304 지식의 출발 image 1 김동렬 2015-01-28 7275
3303 구조론이 좋은 이유 6 김동렬 2014-03-23 7275
3302 대중은 원래 비겁하다 image 김동렬 2016-09-22 7262
3301 거꾸로 생각하라. image 김동렬 2015-03-06 7258
3300 깨진 유리창 이론[추가됨] image 1 김동렬 2015-02-02 7257
3299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image 김동렬 2015-08-18 7255
3298 식민사관 본질은 인종주의다 image 11 김동렬 2016-05-18 7247
3297 구조론의 정수 image 1 김동렬 2015-06-10 7244
3296 인간은 왜 공부하는가? image 김동렬 2016-08-18 7242
3295 너희는 진리를 사랑하라 image 김동렬 2016-09-06 7222
3294 존엄이냐 행복이냐 image 3 김동렬 2014-12-13 7221
3293 구조론은 의사결정학이다 image 1 김동렬 2014-04-21 7218
3292 철학에서 미학으로 image 2 김동렬 2016-08-31 7216
3291 구조론 쉽게 익히기 image 4 김동렬 2014-07-27 7215
3290 자본은 왜 발전하는가? image 김동렬 2016-09-10 7206
3289 석가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image 김동렬 2016-08-30 7206
3288 간은 무한이다 image 6 김동렬 2014-11-04 7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