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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687 vote 0 2015.11.14 (20:59:42)

     

    구조론은 쉽다. 뭐든 구조탓을 하면 된다. ‘그게 왜 그렇지?’ 하고 물으면 ‘구조가 그래서 그런 거야.’ 하고 대답해주면 된다. 구조는 ‘의사결정구조’다. 의사결정구조는 ‘일 자체’의 돌아가는 방식이다. 우리말로는 ‘일머리’다. 일이 그렇게 되어서 그렇다. 일의 법칙이 있다. 일하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그런거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하려면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일을 지배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가는 길이 있다. 결따라 간다. 에너지를 적절히 통제하지 않으면 그렇게 할 의도가 없었는데도 어어 하다보니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는 이유는 미끄럽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왜 그랬을까? 나폴레옹이 특별히 착하거나 악해서가 아니다. 특별히 야망을 가져서도 아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일을 끌고 가지만, 다음에는 일이 사람을 끌고 간다. 일의 미끄럼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계속 가게 되어 있다.


    박정희는 왜 그랬을까? 히틀러는 왜 그랬을까? 빠져나올 수 없다. 일의 덫이다. 적당히 하다가 멈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을 핸들링 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다섯가지 일의 매개변수가 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일의 결을 결정한다.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량이다. ‘량이 왜 그렇지?’ 하고 물으면 운동탓을 하면 된다. ‘운동이 그래서 그런 거야.’ 정답이다. 운동을 물으면 힘을 대답하고, 힘을 물으면 입자, 입자를 물으면 질로 대답하면 된다. 최종적으로는 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왜 그러냐고? 질이 그래서 그런 거다.


    ‘왜 살지?’ ‘살다’는 동사다. 곧 운동이다. 운동의 원인은 힘이다. 힘은 비교우위다. 보다 잘 살려고 산다. 한 번 더 질문이 날아온다. ‘왜 잘 살려고 하지?’ 힘의 원인은 입자다. 입자는 내부에서 결정한다. 그것은 대칭이다. 자기다움이 답이다. 나와 타자의 대칭이다. 한 번 더 질문해야 한다. ‘왜 자기다우려고 하지?’ 입자의 원인은 질이다. 질은 밖에서 결정한다. 그것은 비대칭이다.


    최종적으로 인간의 위에서 나와 타자를 통일하는 것은 사회다. 인간의 사회성이 원인이다. 사회 자신의 치고나가는 속성이 있다. 사회화다. 나무가 자라듯이 사회가 자라는 것이 사회화다. 사회화 과정에서 나와 타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에게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므로 인간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곧 사회의 일하는 방식이 인간의 살아가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사회의 일하는 방식은 자연의 일하는 방식으로부터 연역된다. 자연은 일하여 진화한다. 그러므로 사회는 일하여 진보한다. 사회의 생장점으로 에너지가 쏠리는 구심력에 의해, 곧 사회의 진보하는 중심을 향한 에너지 쏠림에 의해 인간은 오늘을 살아간다.


    이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어떤 것의 배후에 일이 있고, 일의 배후에 구조가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된다. 구조적인 태도와 어리석은 태도의 차이만 알면 된다. 구조적이지 않은 접근은 선악의 논리나 의도와 목적의 논리, 참과 거짓의 논리, 옳고 그름의 논리 혹은 미추의 논리다. 대개 감정적 접근의 오류다.


    인간은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정서적으로 느낌이 와주면 답을 찾았다고 착각해 버린다. 답 근처에 가지도 못했지만 뇌의 게으름이 개입하여 턱없이 답을 찾은 걸로 치는 것이다. 선악으로 보는 심리적 이유는 곤란하다. 비과학적이다.


    의도나 목적을 들이대는 음모론적 접근법도 문제다. 겉으로는 뭔가 있어보이지만 역시 비과학적이다. 설사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표면의 이유일 뿐 진짜 이유는 아니다. 사람이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는 이유는 어떤 의도나 목적 때문이 아니라 미끄럼틀이 미끄러워서다.


    의도나 목적으로 포장된 표면의 이유는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다. 진짜 이유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에너지를 주어 뇌를 흥분시키고 가슴을 자극하여 가만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자다가도 배가 뜨거워지고 가슴이 벌렁벌렁하는게 진짜 이유다. 에너지가 들쑤셔서 사람을 일의 미끄럼틀에 가둬버린다.


    도둑이 훔치는 이유는 물론 훔칠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왜 그가 도둑이 되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에 문제가 있다. 사회가 그를 도둑으로 몰아간 것이다. 사회의 일하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개인이 나쁜 일을 한다. 곧 사회의 미학적 완성도가 떨어진 것이며 그 사회가 덜 만들어진 사회다. 이것이 구조로 보는 관점이다. 도둑 역시 미끄럼틀 근처에서 얼쩡거리다 걸려든 것이다.


    일이 결정한다. 일을 하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어가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된다. 남으로 창을 내는 것은 남쪽이 이뻐서가 아니라 그쪽에 햇볕이 들기 때문이다. 수레에 둥근 바퀴를 쓰는 것은 둥근 공처럼 원만하게 살자는 도덕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래야 바퀴가 구르기 때문이다. 총을 쏘는 것은 인간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총이 칼을 이기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나 목적이나 신념을 따르면 가짜고 일 자체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일이 저절로 그 방향으로 굴러간다. 그게 이유다.


    방귀를 끼는 것은 누군가를 골탕먹이기 위함이 아니라, 장에 개스가 차서 그런 거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흉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말로 밥먹는 사람인데 말하는 기술이 형편없다. 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것은 흉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고상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다.


    일본이 발전한 것은 일본인들이 특별히 근면해서가 아니라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로에 국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쪽에 항로의 미끄럼틀이 형성되어 있어서 미국배들이 그쪽으로 잘 미끄러진 것이다. 중국이 낙후한 것은 인종이 열등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자인 왕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석유가 많이 나는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돈을 벌자 게을러져서가 아니라 일의 흐름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월요병과 같다. 원래 한 번 발동이 꺼지면 뭐든 잘 안 된다. 일의 결이다.


    심리적인 이유는 감상적이고 유아틱한 태도이다. 의도나 목적의 강조는 음모론적인 태도이다. 중2병이다. 상대방을 집요하게 갈구면 아쉬운 쪽이 답을 내겠지 하는 건데 이는 책임을 상대방에게 미루는 꼼수다. 미성숙한 자의 관점이다. 사회에 대한 어리광이다.


    인간은 일을 따른다. 자연도 일을 따른다. 일은 기승전결로 간다. 단계가 있다. 그 단계가 잘 맞아떨어지면 흥하고 어긋나면 망한다. 혁명을 하는 이유는 착취나 억압 때문이 아니라 생산력 때문이다. 노예보다 자유민의 생산력이 높다. 주인이 매질을 하므로 얼핏 노예가 더 많은 일을 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천만에. 노예시대에 미국인은 하루 14시간씩 소처럼 일했지만 노예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자유민 흑인보다 노예 흑인의 생산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링컨진영의 논리였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어쩌다 일이 이어지는 흐름을 탔기 때문이지 특별히 근면해서가 아니다. 일을 많이 해야하는 쪽으로 미끄럼틀이 형성되어 있어서 일더미 속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19세기 미국인은 일곱 살 꼬마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지금의 한국인보다 훨씬 더 많이 일했다. 지금은 소비가 경제를 끌고가므로 일을 줄여야 경제가 돌아가는 나라가 되었다. 그들은 미끄럼틀을 바꾸었다.


    일이 돌아가는 법칙이 있다. 일이 가는데로 인간이 간다. 한국의 프로야구나 축구가 안 되는 이유는 코치나 감독들이 비과학적으로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을 할줄 모른다. 일머리가 없다. 선수들 역시 선수층이 얇아서 경쟁이 없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시키기 않으면 열심히 하지 않는다. 병역문제나 MLB 진출, 혹은 FA로 당근이 걸리면 미친 듯이 한다. 역시 일 자체의 돌아가는 방식이 결정한다. 적절한 당근과 채찍으로 일을 설계하면 성적을 낼 수 있다. 열심히 하는 쪽으로 미끄럼틀을 설계해서 선수들이 그쪽으로 미끄러지게 만들면 된다.


    ◎ 유아적이고 감상적인 선악논리, 도덕논리를 버려라.
    ◎ 의도나 목적의 논리는 음모론에 걸려드는 중이병이다.
    ◎ 옳고 그름의 논리는 단편적 사실에 집착하는 지식인병이다.


    선악논리는 유아적이고, 의도나 목적의 논리는 중이병이며, 팩트논리는 지식인병이다. 극복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옳으니까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설득력이 없다.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퇴행한 것이 그렇다. 민주주의가 이기니까 싸워서 이겼고, 이겼기 때문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다.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숫자가 재벌 숫자보다 많으므로 투표하면 이긴다. 민주국가 생산력이 독재국가 생산력보다 높으므로 자본주의 생산력 경쟁에서 이긴다. 국민 백퍼센트를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민주주의가 더 동원능력이 높기 때문에 이긴다. 외교적 동원력에서도 민주주의가 이긴다. 민주주의는 외부의 힘까지 이용한다. 민주주의가 일을 잘해서 더 잘 산다. 결정적으로 민주주의를 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물질의 생산력만큼 정신의 생산력도 중요하다. 곧 의사결정능력이다. 민주국가 사람들이 말을 더 잘하고, 회의를 더 잘하고, 예술을 더 잘하고, 팀플레이를 잘하고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더 잘한다. 판단을 더 잘한다. 독재국가는 일단 여성과 소수자를 의사결정에 배제하므로 의사결정이 비뚤어져서 망한다. 특히 선진국은 의사결정능력으로 먹고사는 만큼 민주주의가 밥이다. 예술과 문화는 민주주의가 만든다.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주므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랍이나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부족이 많아서 말이 안 통하므로 민주주의로 의사결정이 안 된다. 집단의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진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중핵인 팀플레이를 할 수 없다. 변방의 고립된 나라는 독재세력이 이길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스마트 시대라면 세계가 한 가족이 되어 독재세력이 외교전에서 밀린다.


    민주주의는 이웃나라와 팀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옳으냐 그르냐가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의사결정능력이 있는가 혹은 집단의 의사결정능력을 키워갈 제반 환경적 조건이 갖추어져 있느냐가 중요하다. 역시 일이 결정한다. 민주주의도 일이다. 일하는 방식이다. 일시적으로는 독재가 효율적일 수 있으나 지속가능하지 않다. 민주주의가 더 일을 잘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일을 잘해서 증명해야 한다.


   DSC01488.JPG


    미끄럼틀이 있습니다. 미끄럼틀에서는 당연히 미끄러집니다. 그래서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러므로 미끄럼틀을 고쳐야 합니다. 다른 잡다한 이유들은 무시되어야 할 곁가지입니다. 일의 마끄럼틀을 고쳐서 일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자연이 일하는 방법을 따라야 하고, 역사가 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팀플레이가 일의 정답입니다. 깨달음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아나키

2015.11.16 (14:16:30)

노예해방을 주장한 링컨 진영의 논리가 생산력 증대를 꾀하려는 의도였다니, 도덕적 선악 논리의 순진한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1.16 (14:29:03)

'의도나 목적의 논리'는 거짓이라고 본문에 분명히 써놨는데도 

생산력 증대를 꾀하려는 '의도'였다니 하고 '의도'를 주장하면 곤란하죠.


자연스러운 일의 흐름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지 

링컨 진영이 작위적인 의도를 가지고 작업한건 전혀 아닙니다. 


의도는 항상 있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닙니다. 

핑계가 필요해서 그냥 생각해낸 거에요.


당시 노예제를 두고 논쟁이 많았는데 

지금 우리가 생각하면 백 대 빵으로 노예폐지가 


토론에서 이길거 같지만 언제나 현실은 시궁창인 법.

토론하면 변희재가 진중권을 이깁니다.


남부의 백인 농장주들은 다양한 통계를 들고나와서 

팩트가 있는데 농장에서 면화 따는 남부의 노예흑인이 


공장에서 일하는 북부의 자유흑인보다 더 잘 먹고 잘 살더라는 증거를 들이댑니다.  

토론하면 본질을 떠나 논의가 산으로 가는데 거짓말 하는 쪽이 이깁니다.


이때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북부에서 주장한 것이

왜 자유흑인이 노예흑인보다 더 일을 잘할까 하고 '존엄'의 증거를 들이댄 거죠. 


행복기준으로 보면 남부 노예가 북부 노동자보다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존엄으로 보면 전혀 다른 관점이 도출됩니다. 


남북전쟁의 본질은 노예해방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미국의 멕시코침략 때 남북전쟁은 예비된 것이며


전쟁맛을 본 미국인들이 아무나 한 백만명쯤 죽여버리기로 작정한 것이 본질입니다.

남북전쟁의 진짜 중핵은 근대무기에 의한 최초의 민간인 대량학살이었다는 거죠.


전쟁광들이 노예제를 걸고 '전쟁하는 나라 미국'의 정체성을 주장한 거죠.

나폴레옹의 정복전쟁에 치를 떨며 조용한 은둔자의 나라를 주장하는 남부와 


유럽의 전쟁에 개입하여 세계사를 주무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소총은 총알은 쏟아내는 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아나키

2015.11.16 (19:06:42)

의도+목적=본질에 가깝다 라는 습관적 생각을 깨부수는 글  감사합니다.

인간에 욕망, 그 욕망을 충족 시키기 위해 의도나 목적을 표방한다.

전쟁 맛 + 근대무기의 비약적 향상 +  패권의 야욕 = 기관총 세례(욕망의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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