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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68 vote 0 2015.11.27 (12:45:19)

     

    세상은 복제다.


    세상은 복제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원형에 에너지를 투입하면 반복적으로 구조가 복제된다. 복제의 원형이 구조다. 우리는 세상이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지만 착각이고 사실은 복제로 이루어진 것이다.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다. 집합은 플러스고 복제는 마이너스다. 배후에서 작동하는 에너지로 보면 세상은 언제나 마이너스다. 눈으로 관찰하면 실패다. 관측된 값을 따르지 말고 에너지 흐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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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들이 모여들어 가족을 이룬게 아니다. 어미곰이 새끼를 복제하여 집합을 이룬 것이다. 양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커다란 양떼가 이루어진게 아니라 새끼가 분가하지 않아 무리가 커진 것이다. 


    이는 국가의 탄생, 재벌의 탄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부여가 복제되어 고구려가 탄생했고, 고구려가 다시 백제를 복제한 것이다. 재벌들 역시 하나의 재벌가에서 분가하거나, 사원이 창업하여 독립하는 형식으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무에서 유가 생겨나지 않으니까.


    자연은 쪼개기로 복제한다. 형태는 에너지가 양자화 된 밀도에서 입체, 각, 선, 점으로 쪼개지고 사건은 일의성의 질에서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쪼개진다. 하나 안에 둘이 들어가 있을 때 외부충격을 받아 그 둘이 각각 떨어져 나오는 것이 복제다. 인간은 언어로 정보를 복제한다. 언어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깨달음이다.


    지휘관의 말 한 마디를 복제하여 동시에 여러 병사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복제가 연역이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연역할 수 있다. 무의식 중에 이미 연역하고 있다. 이미 깨달아 있다. 문제는 문법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어는 그냥 아는 것이다. 그냥 아는 것은 위태롭다. 그냥 아는 것은 낮은 수준의 복제이고 언어의 복제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제대로 알고 의식적으로 연역해야 깨달음이다.


    복제는 대칭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수평적 대칭은 잘 관찰된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있다. 누구나 보고 아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권력측의 수직적 대칭은 잘 포착하지 못한다. 입자가 수평적 대칭이라면 질은 수직적 대칭이다. 입자의 대칭은 아는데 질의 대칭은 모른다. 사람의 눈이 수평으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수평에서 수직으로 올라서게 한다. 국민과 권력측의 대립이 여당과 야당의 대립을 복제해낸다. 여당과 야당이 나눠지기 전에 국민이 나눠져 있었다. 여야의 대립은 국민간의 대립을 반영한 것이다. 야당의 내분도 마찬가지다. 특정 정치인이 분란을 일으키기 전에 국민의 이해가 대립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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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각으로 깨달아야 한다. 대칭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람에 남녀가 있고, 하루에 밤낮이 있고, 정치에 여야가 있고, 경제에 수요와 공급이 있다. 이런 수평적 대립을 수직적 대칭구조 안에 가두지 않으면 불안하다. 여기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대칭되면 흩어진다.


    통제되지 않는다. 남녀를 대립으로 보면 불안하지 않은가 말이다. 봉합해야 한다. 수직으로 보면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진보하는 방향성이 보인다. 그 수직구조 안에서 남녀의 수평적 대립은 해소된다. 의사결정단위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그리고 개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 일시적으로 남녀의 대립이 부각된 것이다. 그러므로 더욱 개인화 하면 해결된다.


    개인을 최종적인 의사결정단위로 삼으면 남녀가 대립할 일이 없다. 가사는 아내가 맡고 벌이는 남편이 맡는 식으로 가면 위태로운 것이다. 가사도 분담하고 벌이도 분담하면 해결된다. 사과를 그릇에 담듯 안전해진다. 편안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감동하는 것은 그러한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춘향 대 변학도의 수평적 대립을 암행어사 출도와 함께 뛰어든 민중들이 봉합한다. 춘향과 변학도의 수평대칭이 권력자와 민중의 수직대칭으로 바뀌었다. 민중이 게임에 가담하자 편안해졌다. 거기서 카타르시스 느낀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건축이든 문학이든 할것없이 모든 예술에 그러한 대칭≫비대칭구조가 숨어 있다.


    여야든 음양이든 좌우든 진보보수든 모든 수평적 대립은 수직적 구조의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수평적 대립을 강조하는 언어를 만나면 불안감을 느껴야 한다. 남녀라고 대립된 어휘를 써놓고 편안한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왜 ‘남’ 자가 앞에 오고 ‘여’ 자가 뒤에 붙느냐는 항의의 시선에 뒤통수가 따가워야 정상이다. 수평적 대립은 위태롭다. 안전하게 담아낼 그릇이 필요하다. 언어감각으로 느껴야 한다. 수직적 구조를 찾을때까지 사유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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