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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258 vote 0 2010.10.28 (15:48:42)

 

  마음의 병리


  마음이 병드는 이유는 정신, 의식, 의도와 같은 마음의 상부구조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과 감정의 하부구조에서 제자리 뺑뺑이를 돌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없이 내부 호르몬의 작용에 따른 단순반복 행동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뇌의 많은 부분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마음의 밸런스가 깨졌기 때문이다.


  정신, 의식, 의도와 같은 상부구조는 외부로부터의 위험에 대비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현대 산업사회는 현생인류의 300만년 진화사에 없던 새로운 환경이다. 지나치게 안전한 사회다. 물론 현대사회에도 많은 위험과 돌발상황이 있지만 대부분의 위험들은 간접적이고 추상적이다.


  지구온난화 위험이나 전쟁위험과 같은 위험들은 일상의 실생활과 거리가 멀다. 기껏해야 ‘연예인 아무개가 파티에서 어떻게 했다더라’ 하는 식의 자극이 대부분이며, 이런 식의 뉴스라면 뇌에 신선한 활력을 공급하지 못한다. 인간을 긴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원시사회와 달리 외부로부터 충분한 정신적 활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그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과정의 연속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그러한 구조는 파괴되었다. 이는 미학적 완전성의 문제다.


  매일 많은 노력을 들여 그날의 음식을 새로 장만해야 하고, 씨족 내에서 매년 새로 아기들이 태어나서 구성원이 새로 추가되고, 매년 새로운 위험이 닥치는 원시의 삶에 비해 현대의 삶은 터무니없이 단조로와졌다. 게다가 완성도가 떨어진다. 오늘 하루의 삶을 완성했다는 보람이 없다. 하는둥 마는둥 되었다.


  인간의 행복은 아침에 시작한 일을 저녁에 끝내고, 다시 새 아침을 맞이하는데 있다. 만약 밤이 없어서 하루 24시간의 순환이 없이 계속 낮만 이어진다면 어떨까? 일도 없고, 주도 없고, 월도 없고, 연도 없고, 사계절도 없다면 어떨까? 맺고 끊음이 없게 된다. 이 경우 삶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오늘 하루일을 잘해냈는지 평가할 수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반드시 오늘 내로 해체워야 한다는 다그침이 없다. 평가기준이 사라지면 불행해진다.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300만년 동안 적응해 온 원시채집경제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시인의 삶은 미학적 완성도가 있는 삶이었다. 매일 새로운 임무가 부여되고, 그것을 당일에 해치우며, 그에 따른 성적이 곧바로 평가되고 그만큼 보상받는 삶이다.


  매일매일 가득찬 삶이었다. 하루라는 바구니에 삶의 엑기스가 철철 흘러 넘치는 삶이었다. 죽음은 늘 가까이 있었고, 매일이 생존투쟁의 연속이었으며, 하루일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오늘 하루도 멋지게 살아냈구나’ 하는 쾌감이 있었다. 그럴 때 하루에 정신, 의식, 의도, 생각, 감정을 전부 사용하게 된다. 그것이 완성도 있는 삶이다.


- 정신 : 오늘 새로 해야할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 의식 : 오늘 내가 새롭게 준비하여 갖출 것은 무엇인가?

- 의도 : 오늘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역할은 무엇인가?

- 생각 : 오늘 일은 새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감정 : 오늘 일로 새로 무엇을 얻었는가?


  이 다섯 질문에 각각 긍정적 답변이 주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어떤가? 오늘 새로 해야할 특별히 중요한 것은 없다. 이웃 부족이 갑자기 습격하는 일도 없고, 움집 근처에 호랑이 발자국이 발견되는 일도 없고, 늑대가 새끼 양을 물어갈 일도 없고, 갑작스런 기후의 변화에 영향받을 일도 없다.


  그냥 어제 하던 일의 계속이다. 오늘 일에 별도로 내가 준비해야할 것도 없다. 오늘 맡은 새로운 역할도 없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오늘이라고 특별히 더 얻는 것도 없다. 월급날 되어야 얻는다.


  현대인은 하루 단위로 살지 않는다. 삶이 아침에 시작하고 저녁에 끝나지 않는다. 맺고 끊음이 없다. 똑 부러지는 뭔가가 없다. 적을 퇴치하고 삶을 보장했다는 기쁨이 없다. 저녁에 퇴근하는 이유는 일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퇴근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월급통장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설사 통장에 들어온다 해도 그것이 오늘 하루의 일당은 아니다. 오늘 어제보다 일을 더 잘했기 때문에 어제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은 없다. 입사하던 시점에 보상이 결정되어 버린다. 공무원이라면 보상은 시험 합격날에 정해진다. 오늘 하나 내일 하나 다를게 없다.


  매일, 매주, 매월, 매년, 매회에 걸쳐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고(정신), 그것이 내 힘으로 해결가능하며(의식), 거기서 내 역할이 있고(의도), 실제로 하는 것이 있으며(생각), 성과에 맞게 보상되어야 한다.(감정) 그럴 때 인간은 행복하다. 뇌 전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부구조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눈물에 나오는 조에족의 삶이 그러하다. 그들은 매일 사냥을 하러 가야 하며, 매일 다른 동물을 잡아오고, 노력함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사냥감을 못잡으면 굶어야 한다. 냉정하게 평가되는 거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돌아와야 하며, 하루 안에 해치워야 하고 매일 다른 일을 한다. 오늘은 강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고, 내일은 정글로 가서 원숭이를 잡고, 모레는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른다. 인간은 이러한 삶에 맞추어져 있다.


  현대인의 삶은 단순반복행동의 연속이다. 이 경우 뇌의 상부구조를 사용하지 않게 됨에 따라 병리가 나타난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서 뇌가 작동하게 되며 감정은 호르몬 작용이고, 지나치면 중독현상을 일으키며 뇌파괴로 치닫는다. 어린이의 틱장애나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단순반복 행동이 그러하다. 인간은 관계라는 이름의 동물원에 갇혀 있다. 관계라는 감옥에 갇혀 고립되어 있다.


  고립된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장철수 감독의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참고할 수 있다. SBS ‘긴급출동 SOS’의 ‘섬에 갇힌 사람들’편도 그러하다. 작은 섬마을에서 인권유린 만행이 일어난다. 해경이나 관청이나 마을주민들이 다 한통속이 되어 있어서 빠져 나갈 수가 없다.


  마음 안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진다. 마음의 바닥이 좁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를 열지 못하고 안에서 파괴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마음에 관한 여러 담론들은 대개 ‘참고 살자’는 식이어서 이쪽의 병을 저쪽으로 옮겨서 돌려막기 하는 편이다. 답은 항상 바깥에 있다. 마음의 영토를 넓혀가야 한다.

 

  마음에 병리가 있는 이유는 관계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신세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생각에 갇히고, 생각은 의도에 갇히고, 의도는 의식에 갇히고, 의식은 정신에 갇힌다. 가족관계로 갇히고, 부족내부의 갈등으로 갇히고, 잠재의식과 트라우마로 갇힌다. 관계의 억압을 끊어내고 더 높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


  방이 비좁으면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도시에 인구가 넘치면 외곽으로 신도시를 개발해야 한다. 방이 비좁은데 참고 산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도시에 인구가 넘치는데 주차단속만 강화하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심리치료에서 명상과 휴식을 강조하지만 대개 ‘참고 살라’는 식이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에너지에 따른 활력이 없이 내부에서 소모적으로 진행되는 명상이나 휴식도 일종의 억압일 수 있다. 내부적인 돌려막기로는 잠시 곤궁을 벗어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관계를 맺는 이유는 바깥으로 난 창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바닥이 좁으면 도리어 그것이 감옥으로 변해 버린다. 함부로 내 삶에 개입하려 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함부로 타인의 삶에 개입하므로 그것이 반사되어 전부 내게로 되돌아온다. 마음은 독립해야 하고 양팔간격으로 벌려야 한다. 좁은 세상 넓게 살아야 한다.


  마음의 병리가 많지만 둘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외로움이고 하나는 귀찮음이다. 전자는 소통의 단절이고 후자는 부당한 개입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꼴도 보기 싫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거다. 외로움은 부모가 자식 때문에 마음 상하는 것이고, 귀찮음은 자식이 부모 때문에 마음 상하는 것이다. 결국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은 보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마음의 다스림이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보는 방법은 역시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공간적으로도 밖으로 나가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공부를 해야 한다. 인격을 닦아야 한다. 지성의 세력에 가담함으로써 인류의 진보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높은 세계를 알아가야 한다. 그 에너지의 흐름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인격은 소통의 레벨이다. 인간은 각자 소통의 코드가 있어서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만 소통한다. 수구꼴통들이 목청을 높이지만 설사 그들이 말싸움에서 이긴들 젊은이들이 그들과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승리는 공허해진다. 이겨도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이 싸워서 부모가 이기면 자식이 입에다 자물쇠를 채우고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는 이겨도 얻는게 없는 거다. 자식은 부모의 곁을 떠나 따로 독립해 버린다. 부모는 외로워진다. 그러므로 부모는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결국 부모가 공부를 해서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사와 가치관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아이폰인지 아이패드인지 나왔다면 젊은이보다 먼저 공부해서 그것으로 젊은이와 소통하는 수 밖에 없다. 홍대 앞에서 젊은 남녀가 부둥켜 안고 있는 장면을 보더라도 골내지 말아야 한다. 민감한 센서를 켜서 그러한 변화 안에서 나타나는 역사의 신호음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상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인격이다.


  나무는 계속 자라야 하고 인간은 계속 진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몸을 올려태워야 한다. 세상은 진보한다. 그것을 자신의 진보로 받아들여야 한다. 낙오되면 외로워진다. 트렌드와 유행과 시대정신이라는 마음의 자식들을 내 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개입 때문에 불행해진다. 과도하게 개입하는 이유는 역할나누기 때문이다. ‘난 요것만 하면 돼’ 하며 자기 역할을 좁히고 나머지를 상대방에게 떠넘긴다. 그러므로 서로 개입할 이유가 많아진다. 서로 좋아하면 개입해도 무방하겠으나 꼴도보기 싫은 사람이 계속 개입하면 피곤해진다. 부당한 개입이 범죄라는 것을 한국인들은 너무 모른다. 자신의 사소한 개입이 상대방에게 치명타가 된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은 모른다.


  인간은 관계맺기를 통해 외부로 나가는 출구를 얻지만, 동시에 그 관계의 감옥에 갇혀버린다. 병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관계의 규모를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관계에 안주하지 말고 더 높은 레벨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도시의 공기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만, 동시에 도시의 삭막함에 갇혀버린다. 도시 외곽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도시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다. 마음의 도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자신의 독립적인 영역을 개척하여 자유롭게 되지만, 동시에 그 사랑하는 사람을 구속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부부관계에 머물러 있다면 불행하다.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부부이면서 친구가 되어야 하고, 부부이면서 동지가 되어야 하고, 부부이면서 인생의 동업자가 되어야 한다. 뭔가 지속적으로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격을 상승시켜가야 한다. 창조자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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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김미라

2010.10.28 (21:52:51)


"병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관계의 규모를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관계에 안주하지 말고 더 높은 레벨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치료 (care)라는 것이, 보살핌(care)라는 것이
바로 여기에 초점이 있는 것이였군요.

어떤 심리치료기법을 쓰던
어떤 이론에 바탕을 두던,
심리치료의 현장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지향할 바는

'치료'라는 인위적인 관계를 통해서,
내담자도 상담자도 서로
관계의 양과 질을 넓히고 높이는 것...

선생님의 관점에서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이론이나 기법들..
그리고 내담자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아야 겠습니다.

되돌아보게 하시고, 도전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0.29 (14:06:36)




반복이 인간의 뇌를 망가뜨리는 것은...
반복된 잔소리, 반복된 술버릇, 반복된 회사 생활. 반복된 생활 패턴, 반복된 습관, 반복된 징징댐, 반복된 어리광...반복반복... 끝없이 반복이 진행되는 것...
이것이 사람을 돌게 만드는 원인.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 시키는 것은 반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인간이 미치는 것.
그래서 일신우일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반복에서 벗어나서 매순간 새롭게 접해야 하는 것.
인간이 삶의 현장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매순간 새롭게 만나기 때문.
뭔가가 답답하다는 것은 계속 반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같은 일을 하더라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마음으로 접해야 창의성이 생기는 것.

한가지 생각해 보면 ... 아이들의 교육도, 사람의 만남도, 관계도 반복에서 벗어나는 것이 활력을 주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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