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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99 vote 0 2016.02.04 (11:10:52)

     

    자하가 묻기를
    시경에 '예쁘게 방긋웃음짓는 여인의 눈동자가 고우니 흰색으로 광채를 내는구나.' 한 것은 무슨 뜻인가? 공자 가로되
    "회사후소繪事後素라. 그림을 그리되 채색한 후에 흰색을 가하여 마치니 그림이 더 아름다워짐이다." 자하가 다시 묻기를
    "예가 뒤에 따른다는 말인가?
    공자 가로되
    "나를 일깨우는구나. 더불어 시를 논할만하다."


    유명한 회사후소繪事後素다. 두 가지 해석이 있는데 ‘그림은 흰 바탕을 먼저 얻고 뒤에 색을 칠하듯이, 예를 먼저 이루어야 덕이 쌓인다.’는 주자의 해석이 그동안 널리 알려졌다. 더 이전 시대인 한나라 시대의 해석은 ‘먼저 채색한 후에 흰 호분으로 마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자는 공자로부터 1500년이나 지난 시대의 사람이다. 지금부터 1천5백년 전이라면 신라시대다. 우리가 신라시대 역사를 모르듯이 주자가 춘추시대의 회화를 알 리 없다. 춘추시대에는 흰 비단이나 종이에 그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당시는 먼저 채색한 후에 흰색으로 파이널 터치를 했다고. 인이 먼저고 예가 따른다. 구조론으로 보면 일은 ‘복제, 조합, 연출’된다. 복제가 인, 조합이 의, 연출이 예다. 복제는 출발선상에서 너와 내가 동등해지는 것이며, 의는 시합에 들어가서 팀플레이를 하는 것이며, 예는 미학적인 연출로 마치는 것이다. 인이 먼저, 의는 다음, 예가 마지막이다. 인은 위대한 사상가의 덕목이며, 의는 보통 정치가의 덕목이고, 예는 일반대중의 덕목이다. 인은 공자의 것이고, 의는 자공의 것이며, 예는 힘 깨나 쓴다는 자로에게 필요한 것이다. 공자는 거듭 예를 강조하지만 사실 예는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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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손가의 물음에
    “방 가운데에 모신 신주 오奧에게 비느니 차라리 부뚜막 귀신에게나 빌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공자 가로되
    "그렇지 않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허울뿐인 임금보다는 실권있는 대신에게 아부하는게 더 낫다는 말인데 공자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오奧가 진보 합리주의라면 부뚜막귀신은 보수 실용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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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周가 두 왕조를 계승하여 번성하니 나는 주周를 따른다.


    공자는 하夏, 은殷, 주周 3대를 문명이 처음 시작하고, 발전하고, 번성하는 연속적 과정으로 보았다. 주역의 ‘원형이정’처럼 일의 발전단계를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에 비유하는 관점은 중국인에게 익숙하다. 하가 봄이면 은이 여름, 주가 가을이다. 춘추시대의 혼란상은 겨울이 와버린 것과 같다. 이미 겨울이 깊어버렸다면 이를 가을로 되돌리기보다는 다시 봄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이 맹자의 역성혁명이 아니겠는가? 공자는 주의 가을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고 믿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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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가 태묘에 들어가면 매번 물어서 일을 처리했다. 누가 이를 두고 공자를 비판하자 공자 가로되 “그것이 예다.”


    예禮의 핵심은 중요한 정보가 윗사람을 건너뛰고 아랫사람에게 곧바로 전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분란은 정보소외로 인해 일어난다. 누군가를 엿먹이고 싶어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모두 알리고 그 사람에게만 비밀로 하면 된다. 공자가 제사의 사회자 일을 맡아 뻔히 아는 순서를 질문한 것은 다음에 진행될 절차를 미리 알리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누굴 가르치려드나’ 하고 기분나빠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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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공이 제사의 희생양을 없애려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너는 양을 아끼느냐. 나는 예를 아끼겠다.“


    주周가 쇠퇴하자 제사는 형식적으로 변했다. 이에 자공이 양을 죽이지 않고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려 한 것이다. 공자 집단의 예법은 지금 기준으로는 지나친 것이나 당시의 혼란상으로 보면 이해할만 하다. 공자가 예를 강조하지 않았다면 공자의 가르침은 백년을 가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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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은 예禮로 신하를 부리고, 신하는 충忠으로 임금을 섬겨야 한다.”


    예禮가 임금의 덕목이라는 점이 각별하다. 우리는 예禮를 아랫사람의 덕목으로 잘못 알고 있다. 임금은 단지 너그럽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틀렸다. 윗사람이 먼저 아랫사람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충은 중심中心 곧 core를 의미한다. 가득채운다는 충充의 뜻도 있다. 무겁게 처신하는 중重이기도 하다. 충은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나의 전부를 올인하여 상대의 전부를 끌어내는 것이다. 1로 거래하여 2를 남겨먹으려는 간사한 생각을 버리고, 나의 전부를 투자하는 것이 충이다. 작은 지분을 투자하여 최대의 이익을 챙기려는 간철수의 간보기정치가 대표적인 불충행동이다. 비단 군신관계 뿐 아니라 남녀관계라도 충이 있어야 한다. 작게 주고 많이 받는 관계는 충이 아니다. 많이 주고 많이 받는 관계도 충이 아니다. 큰 일을 함께 하며 먼 길을 함께 가는 동업자 관계가 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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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경의 시詩 ‘관저’는 즐겁되 음탕하지 않고 슬프되 마음 상하지 않는다.” 


    공자는 거듭 즐거움을 강조한다.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윗길이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거워하는 것이 더 윗길이다. 아는 것은 혼자서 가능하고, 좋아하는 것은 둘이서 가능하며, 즐거워 하는 것은 분위기를 띄울 제 3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는 것은 악기의 쓰임새나 아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은 악기를 연주할줄 아는 것이고, 즐거워 하는 것은 악기를 들고 무대에서 함께 공연하는 것이다. 공연해야 완전하다. 상호작용해야 완전하다. 내가 북을 울릴 때 북은 내 마음의 심금을 울린다. 그것이 상호작용이다. 내가 사랑으로 너를 변화시킬 때, 너는 사랑으로 나를 변화시킨다. 둘이 함께 변해야 즐겁다. 아는 것은 아직 변한게 아니다. 좋아하는 것도 제대로 변한 것이 아니다. 즐거우면 변한다. 완전하다. 공자는 예술의 완전성에서 진리를 찾았다. 공자는 탐미주의자에 스타일리스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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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여가 말하기를
    "하夏는 사직단에 솔을 심었고, 은殷은 잣을 심었고. 주周는 밤栗을 심었으니 이는 백성들로 하여금 전율戰栗하게 하려는 것이다.” 공자가 듣고 가로되
    "일어난 일은 말하지 말고, 벌어진 일은 간하지 말고, 이미 지나간 허물은 탓하지 않는다.“


    논쟁하기 좋아하는 재여를 꾸짖어서 하는 말이다. 재여의 쓸데없는 비교가 비록 허튼소리이나 지나간 일이므로 굳이 탓하지는 않겠다는 거다. 일의 우선순위로 일이관지하는 공자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일의 되어가는 흐름으로 보지 않고 사안별로 일일이 따지려고 하면 재여처럼 오판하게 된다. 노선타령에 빠진 무뇌진보가 대표적이다. 옳고 그름은 제기된 사안별로 정해지는게 아니라 기승전결로 이어가는 일의 흐름이 정하는 것이다. 노무현의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지만 한국전쟁으로 정해진 한미관계를 노무현이 자의로 뒤집어 버리는 것은 무리수다. 일의 근본을 보지 않고 지엽말단에 집착하는 행태가 일머리를 모르는 지식인의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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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의 시작은 소리를 합침이며, 다음은 조화됨과 명료함이며 마지막은 나지막히 풀어내어 끝낸다."


    연주의 처음은 여러 가지 악기의 소리를 합쳐 화음을 보여주고, 다음은 몇 가지 악기의 조화됨을 보여주고, 다음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로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주고 마지막으로는 나즈막한 소리로 여운을 끌며 마친다. 이는 현대의 연주도 마찬가지다. 초반의 제시부는 곡의 주제를 제시해야 하므로 악곡 전체를 집약해서 보여준다. 다음 전개부에 이르면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처럼 ‘콰콰콰쾅’하고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극한을 보여준다. 극명한 대비로 청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줘야 한다. 마지막 종결부에 이르면 청중들이 가쁜 호흡을 가라앉히도록 여운을 길게 끌며 나즈막하게 끝낸다. 공자는 음악의 연주를 통해 일의 기승전결을 알아채고 이로써 일이관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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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관원이 공자를 만나고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왜 벼슬없음을 근심하고 있소? 천하에 도가 없어진지 오래이니, 하늘이 장차 선생을 세상의 목탁으로 삼을 것이오."


    이는 공자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글자 아는 사람은 원래, ‘내 생각은 이런데..’ 하며 섣불리 감상을 노출하여 자기 수준을 들키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안철수처럼 자기 입으로 개혁하겠다며 떠들고 나서면 초딩이다. 이명박처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야.’ 하는 자기소개식 어법을 구사하면 초딩이다. 박근혜식 ‘베이비 토크’를 졸업해야 한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실현시키는 문재인 방법이 옳다. 공자는 처음부터 벼슬하고 싶어했지만 끝내 벼슬하지 못했다. 사실은 벼슬 욕심이 없었던 거다. 큰 일을 벌이고 제자들에게 그 일을 승계하게 하는게 중요하다. 제자인 자공은 여러나라에서 벼슬을 했고 맹자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임금을 압도할 정도가 되었다. 공자도 천하에 명성을 떨쳤지만 임금들이 공자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자가 구차하게 벼슬에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자들에게는 벼슬시키고 싶어했다. 일은 계속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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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임금의 소악韶樂은 미美와 선善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주무왕의 무악武樂은 미美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 선善의 지극함에는 이르지 못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연주자나 장인이 자기 재능을 드러내려 할수록 참뜻을 잃게 된다. 인상주의 회화와 같다. 그림은 구성이 단순해야 한다. 단순하면 작곡가의 뜻이 살아나지만 대신 연주자의 재능은 감춰진다. 고흐의 그림이라면 화가의 붓질하는 기교가 감추어지고 대신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연주자가 재능을 발휘할수록 작곡가의 의도는 가려진다. 영화감독이 놀라운 반전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할수록 작품의 수준이 낮아진다. 요리에 양념이 더해질수록 저급해진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 숫자와 소금이 들어간 량은 정비례한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공자는 연주자의 기교를 줄이고 작곡가의 뜻을 다치지 않도록 균형을 취해야 함을 말하고자 했다. 뉘라서 알아듣겠는가?


    ### 제 4편 이인里仁


    “어진 마을이 아름다우니 어진 곳을 가려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겠는가.”


    인간의 일은 의사결정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상부구조에서 일어난다. 개인의 상부구조는 집단이다. 마을의 일이 개인에게 연결된다. 좋은 일을 하는 마을에 살아야 한다. 보수마을에 살면 꼴통을 면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의원들처럼 양주나 쳐먹고 얼굴이 썩어서 아름다워질 수 없다. 진보 마을에 살아야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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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진 사람은 가난을 견디지 못할 뿐 아니라 즐거움 속에도 오래있지 못한다. 어진 사람은 사랑을 편안히 여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사랑을 이득으로 여긴다.”


    깨진 돌처럼 마음에 모가 난 사람이 모진 사람이다. 반면 조약돌처럼 모가 닳아서 마음이 둥글게 된 사람이 어진 사람이다. 둥글면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 어진 사람은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사람이며, 모진 사람은 타자와 공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모진 사람은 타인과 공존하지 못하므로 심지어 나쁜 짓도 오래하지 못하고 금새 감옥에 가서 앉아있게 된다. 어진 사람은 타인과의 공존을 편안하게 여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그러한 공존을 큰 이득으로 여긴다. 돈을 벌고 명성을 떨치고 높은 지위를 얻어야만 이득인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곧 좋은 것이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기만 해도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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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진 사람만이 타인을 좋아할 수 있고 타인을 미워할 수 있다.”


    모진 사람은 깨진 돌처럼 마음에 모가 나 있다. 모진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모서리가 깨진다. 누군가를 미워해도 마찬가지로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다. 모진 사람이 누구를 미워하면 서로 싸우다가 다치거나 죽게 된다. 반면 어진 사람은 모서리가 닳아서 둥글어진 돌과 같으니 남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은 어진 사람과 모여서 큰 세력을 형성한다. 모진 사람은 거기에 끼지 못하니 어진 사람의 존재는 모진 사람의 존재 역시 두드러지게 한다. 마을에 착한 사람이 생기면 나쁜 사람도 함께 유명해진다. 착한 노무현이 나쁜 이명박을 더 나쁘게 하고, 착한 문재인이 나쁜 안철수를 더 나쁘게 만든다. 어진 사람이 어진 사람을 끌어모으니 모진 사람 역시 모진 사람과 모여서 국민의당을 작당하나 모서리와 모서리가 충돌하므로 오래는 못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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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도 한 성깔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운 것은 미워하라'고 가르치는 점에서, 원수를 덕으로 갚으라는 노자나 왼쪽뺨을 돌려대라는 예수와는 다릅니다. 깨달음은 칼과 같습니다. 어린이의 손에 함부로 칼을 쥐어주지는 않습니다. 그 칼을 받아낼 수 있는 무사가 깨달음의 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칼을 받아내지 못하겠거든 도망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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