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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74 vote 0 2016.02.10 (16:55:03)

 

      
    “자로야. 너는 어찌하여 공자는 한 번 꽂히면 식음을 전폐하며 한 번 즐거워하면 근심을 잊어버리니 늙어가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공자는 노력파가 아니다. 한 번 꽂히면 깊이 빠져드는 사람이다. 이는 천재의 특징이자 한 편으로는 깨달음의 특징이기도 하다. 공자는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생의 즐거움은 만남에 있다. 제법 말을 알아듣는 제자를 만나 즐거워한 끝에 오버하고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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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옛것을 좋아하여 재빨리 구하는 사람이다.”


    역설적 의미로 알아들어야 한다. 공자는 직관력이 발달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원래부터 아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옛 것은 일의 상부구조다. 결과보다 원인이 옛것이다. 성경이라면 창세기가 옛것이다. 옛것은 시스템적이고 체계적이며 원칙적인 것이다. 이는 직관으로 도달된다.


    시스템에 대한 감각이 발달해 있는 것이다. 인간이의 타고난 본성이 옛것이고 학습된 것은 새것이다. 겉으로 표방하여 내세우는 이성과 같은 인간의 본질보다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곧 실존이 옛것이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환경과의 상호작용능력 곧 감성이 이성에 앞선다.


    낭만이 고전에 앞선다. 오래 목은 옛것은 자연이다. 자연보다 옛것은 진리다. 그 진리의 주인이라 할 신神이다. 공자는 춘추를 편집하며 역사를 공부해서 일이 되어가는 흐름을 간파하고 일의 원리를 체득하였다. 원리를 알아채는 감각은 타고난 것이다. 겸양의 표현일 뿐 공자는 어떤 면에서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다. 근본을 아는 사람이 민첩하게 구한다. 모르는 사람은 구하고자 해도 두서가 없어 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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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는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


    괴怪, 력力, 난亂, 신神으로 네 글자를 각각 떼어서 풀이하기도 있는데 괴력과 난신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도자는 한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 ‘괴력을 가진 난신’으로 합쳐서 보면 더욱 좋다. 소인배의 특징은 종교와 정치와 경제를 겸하려는 것이다. 소인배가 돈을 벌거나 명성을 얻으면 곧 정치를 하려들고 거기에 더하여 종교적인 카리스마를 얻으려고 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이면서 한 편으로는 내면의 불안심리 때문이다. 자기를 중심으로 집단을 긴장상태로 몰아넣어 심리적으로 긴밀한 상태에 있어야 안심되는 것이다. 죽음의 두려움 때문이다. 이에 집단을 위기로 몰아넣는 종교행동을 하게 된다. 특히 소인배의 종교행동은 위험하다.


    집단에 일종의 유사종교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일단 거짓 위기를 경고하여 대중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괴력을 가진 난신을 초대해야 하는 것이다. 마녀사냥이 제격이다. 약탈, 살인, 식인, 문신, 변발, 전족, 카니발 등의 기괴함을 추구하는 일체의 행동은 부족민의 종교적 본능 때문이다. 소인배는 매카시즘을 발동시켜 종교가 필요한 상황을 억지로 연출하려고 한다. 집단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위기를 경고하고자 한다. 늑대가 나타났다. 땅굴이 나타났다. 빨갱이가 나타났다. 종북이가 나타났다며 외치려고 한다. 대중의 이목을 끌려는 일체의 억지행동이 괴력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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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사람이 함께 가면 반드시 그 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능력이 인仁이다. 세 사람이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다면 인仁은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신분이 다르고, 출신지역이 다르고, 말씨가 다른 사람과 공존할 수 있다면 인仁은 이미 그 안에 있다. 인은 어진 것이며, 어진 것은 모질지 않은 것이며, 모진 것은 마음에 모가 나서 상대방을 찌르는 것이다. 반대로 어진 것은 마음이 둥글어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곧 타자와 공존하는 능력, 환경과 교감하는 능력, 상호작용하는 능력, 소통하는 능력이 인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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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을 만나볼 수 없다면 군자다운 사람이라도 만나본다면 좋으리라. 선한 사람을 만나볼 수 없다면 한결같은 사람이라도 만나본다면 좋으리라.”


    공자는 대단한 탐미주의자였다. 그래서 미학의 기준을 성인의 수준으로 높인다. 성인은 당연히 없으므로 군자를 만나도 좋다. 그러나 군자도 없다. 왜냐하면 공자의 진짜 의도는 ‘만남’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만난다. 자연과 만나고, 진리와 만나고, 천하와 만난다.


    그 안에 지극한 기쁨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만나서는 설사 좋은 만남이라 해도 진리와 만나는 기쁨에 미치지 못한다. 선한 사람이야기는 이어지는 해설이다. 탐미주의가 기준이므로 선한 사람은 당연히 없고 한결같은 사람은 있다. 한결같은 사람은 진리의 의인화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진리를 만났으니 이미 좋은 것이다. 다만 진리를 알아보는 사람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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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를 하되 그물을 쓰지 않았고 사냥하되 잠든 새는 잡지 않았다.”


    깨달음은 일의 되어가는 흐름을 깨닫는 것이다. 원인에서 결과까지 치고나가며 기승전결로 연결되어 가는 일의 순서와 방향을 깨닫기다. 일은 결대로 되어가기 마련이다. 공자의 낚시와 사냥은 일의 결을 깨닫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소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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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속이 거친 호향互鄕 사람들은 대화하기 어려운데 그곳의 한 어린이가 공자를 만나러 오자 제자들이 꺼리는 중에 공자 가로되
    “사람이 배워서 진보하려 할 때에는 그 진보를 받아들일 뿐, 그 사람이 퇴행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 그의 진보를 도울 뿐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아니다.”


    공자는 절대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다. 호향 사람의 지나간 잘못을 구태여 따지지 않는 것은 공자가 관용을 베풀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이미 지나간 일이므로 굳이 들추어 일이 커지게 하지 않는 것이다. 공자를 이해하려면 ‘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은 성공 아니면 실패다. 호향사람의 진보를 돕는 것은 새로 일을 벌이는 것이다. 공자는 그 일을 성공시키고 싶어한다. 호향사람의 과거를 들추는 것은 이미 실패한 일을 다시 건드리는 것이다. 실패한 일을 건드려봤자 두 번 실패하게 될 뿐이다. 일이 잘못되면 저지른 잘못을 변명하기보다는 걷어치우고 새 일을 시작하여 성공시킴으로써 만회하는게 낫다. 축구시합에서 실수하여 한 골을 먹었다면 잊어버리고 잽싸게 두 골을 성공시켜야 한다. 실패한 수비수를 응징한다고 해서 시합을 이기게 되는 것이 아니다. 공격수의 득점으로만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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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仁은 멀리 있는가? 내가 인仁을 하고자 하면 仁에 이른다.”


    공자는 인을 매우 어려운 가치로 설명하고 있다. 인에 이른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인을 매우 쉽게 말하고 있다. 이는 모순처럼 보인다. 그것이 미학의 특징이다. 미는 어려우면서 쉽다. 아기는 웃음만 지어도 아름답다. 미인은 가만 있어도 아름답다.


    자연은 산책만 해도 즐겁다. 하늘은 맑기만 해도 아름답다. 단풍은 물들기만 해도 완벽하다. 그러나 이것이 천하의 일로 범위가 확장되면 매우 어렵다. 나라에서 선거를 아름답게 치르는 일처럼 참으로 어렵다. 공명선거는 굉장히 어렵다. 미는 의사결정의 미다. 의사결정은 쉽다.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자는 것이 미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그러할 뿐 여러 사람 사이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머니에 두둑한 황금을 갖고도 호텔종업원 앞에서 우쭐대지 않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그릇된 유혹에 빠져서 새누리를 따라가고 안철수를 따라간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군중심리에 치여서 얼굴빛을 위조하고 말씨를 꾸미게 된다. 보통은 군중에 아부한다. 갑자기 무대에 오른 아마추어처럼 허둥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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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가 병들자 자로가 천신과 지신에게 기도하기를 청했다.
    "나는 기도한지가 오래됐느니라."


    평소에 ‘신과의 일대일’에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런 기도가 필요없다. 깨달음이 곧 기도다. 깨달음은 만남이다. 진리와의 기쁜 만남, 자연과의 즐거운 만남, 신과의 일대일에 머무르는 사람은 일을 당하여 유난을 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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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치하면 불손하고 검소하면 고루하다. 불손할 바에 고루한 것이 낫다.”


    공자는 세련된 탐미주의자다. 예술을 사랑하고 멋내기를 좋아하며, 인생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다만 스스로 경계하여 이를 들키지 않게 조심할 뿐이다. 깨달음은 본래가 탐미주의다. 다만 졸부들이 돈의 힘으로 예술을 모방하여 세련된 사람인 척 행세하며 판을 흐리므로 주의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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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쿨하고坦蕩蕩 소인은 찌질하다長戚戚.”


    군자는 의사결정능력이 있고 소인은 의사결정능력이 없다. 군자는 단번에 의사결정하고 소인은 걱정이 늘어져서 안철수, 정동영처럼 좌고우면한다. 군자는 새로 일을 벌이므로 의사결정이 쉽고, 소인은 성과를 취하므로 결정이 어렵다. 군자의 씨뿌리기는 그냥 밭에다 막 뿌리면 된다. 소인의 수확은 신중하게 살펴서 잘 익은 과실을 골라서 챙겨야 한다. 같은 의사결정을 해도 군자의 결정은 바둑의 첫 한 점을 두는 것이요 소인의 결정은 마지막 끝내기 한 점을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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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논리를 이해못해서가 아니라 관점이 없고, 언어가 없고, 미학이 없어서입니다. 이 셋을 세트로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돈오 다음에는 수행을 하는게 아니라 미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공자의 깨달음은 인지가 발달하지 못했던 2500년 전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이 셋을 세트로 조직하기에 부족했기 때문에 옳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2500년간 헛다리를 긁게 된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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