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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610 vote 0 2016.02.24 (13: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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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사람은 자기를 위해 공부했고, 지금 사람들은 남을 위해 공부한다.”


    자기를 위한 학문은 인문학이고 남을 위한 학문은 자연과학이다. 자기를 위한 공부는 깨달음이요 남을 위한 공부는 지식이다. 자기를 위한 공부는 자연에서 뺏어오는 능력이요 남을 위한 공부는 있는 것을 조합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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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 가로되
    “군자의 도道에 세 가지가 있다. 어진 사람은 걱정하지 않고, 아는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용기 있는 사람은 겁내지 않는다. 나는 이중에 능한 것이 없다.”
    자공이 말하기를
    “공자의 자기 자랑이다.”


    자공이 꽤 예리하다. 어진 사람은 안회, 아는 사람은 자공, 용기있는 사람은 자로다. 공자는 이 셋을 두루 갖추었다. 일은 복제, 조합, 연출된다. 복제는 종교, 조합은 정치, 연출은 경제와 문화, 예술 따위다. 복제는 부족주의다. 철학은 부족주의를 개혁하여 민족주의를 넘어 인류주의로 끌어올린다. 


    이 경지에 오르면 호연지기를 얻어 천하인이 되므로 걱정이 없어진다. 신과의 일대일이다. 조합은 가족주의다. 가족은 살림살이를 잘해야 한다. 그러므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지혜가 소용된다. 연출은 개인주의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하게 의사결정해야 한다. 


    한국인들처럼 남이 본다고 극장에 따라가서 천만관객 채워주고, 남이 입는다고 패딩 입고, 등산복 입는 것은 문학작품을 읽지 않아서 개인주의가 결핍된 것이다. 이렇게 본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버릇이 쌓이면 겁쟁이가 된다. 소인배는 종교적 부족주의에 매몰되어 귀신의 잠입을 걱정한다. 정치적 유혹에 넘어가서 새누리에 투표한다. 미학적 개인주의가 없으므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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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잘 하지 못함을 걱정해라.”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70억 인류가 연결되어 하나의 독립적 인격을 획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류 중에 한 명이 깨달으면 모두가 깨달은 것이다. 그 한 명과 마음이 통하면 그 뿐이며, 남이 나를 알아주든 말든 상관없다. 어차피 ‘일’은 한 명에 의해 시작된다. 


    누군가에 의해 ‘일’이 이미 시작되었거든 나는 개인주의로 달려가서 내 스타일의 삶을 완성하면 된다. 일은 복제, 조합, 연출된다. 남이 이미 복제와 조합을 해치웠다면 나는 내 삶을 연출하면 된다. 나의 일이 그 위대한 일을 처음 시작한 자와 호응하면 된다. 잡스가 이미 스마트폰을 만들었다면 구태여 내가 하나를 더 만들 이유는 없다. 나는 그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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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 사는 은자인 미생무가 말하길
    “공자는 어찌 그리 싸돌아다니는가? 세상에 아부하는 짓이다.”
    공자 가로되
    “아부가 아니라 이건 내 스타일이다.”


    미생무는 노자와 같은 도교 사상가로 볼 수 있다. 공자가 헤매고 다니며 임금에게 유세하여 벼슬을 따려고 기를 쓰는 것을 보니 가엾기 짝이 없다. 공자를 자신과 같은 은자그룹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거다. 그러나 공자는 이미 스승이 되어 있었고 제자가 따르므로 벼슬을 따든 말든 상관없게 되었다. 가던 길을 계속 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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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마는 그 힘 때문이 아니라 그 덕德 때문에 칭송받는다.”


    일은 기승전결로 이어간다. 일의 성과는 다음 단계에 가서 얻어진다. 자신이 잘났다고 우쭐대는 것은 현재단계를 타인과 비교하여 그 비교유위를 자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진정으로 감동하는 장면은 그 일의 다음 단계가 펼쳐질 때 그 자리에 초대받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계속 가 주는 것이 덕德이다. 강정호가 넥센에서 40 개의 홈런을 쳤다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에 메이저리그로 갈 것이기 때문에 칭찬받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특히 그러하다.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비난받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다음 단계의 비전을 미리 제시하지 않으면 당연히 돌이 날아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에게 박수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만 다음 단계의 무대에 초대받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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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묻기를
    “덕德으로 원망을 갚으면 어떠한가?”
    공자 가로되
    “원망을 덕으로 갚는다면 덕德은 무엇으로 갚겠는가? 곧음으로써 원망을 갚고 덕으로써 덕을 갚아야 할 것이다.”


    대칭성으로 진리를 해명하려는 노자 부류의 태도는 위험하다. 진리는 일방향성을 가진다. 상대성은 전체가 아닌 부분에만 성립한다. 그러므로 나쁜 것은 단호하게 쳐내야 한다. 단 하부구조가 아닌 상부구조를 건드려야 한다. 


    곧음으로 원망을 갚는다는 말은 복수하되 부분이 아닌 전체에 갚고,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갚고, 졸개가 아닌 두목에게 갚고, 결과측이 아닌 원인측에 대응하라는 말이다. 소인배의 원망은 단호하게 제압하고 군자의 덕은 당연히 갚아야 한다. 원수를 은혜로 제압한다. 오른쪽 뺨을 때리는 자는 인내심으로 제압한다. 소인배는 반드시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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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하늘을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탓하는 것도 아니다. 낮은 인간의 역사를 배워 높은 하늘의 진리에 이르렀다만,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 뿐이구나.”


    군자는 국가를 대표하여 외교협상을 벌일 수 있는 인격자다. 더 나아가 인류단위의 대표성을 얻어야 한다. 마침내 신과의 일대일에 도달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만난다. 그리고 큰 일을 벌인다. 일은 내가 벌이지만 그 일을 완수하는 것은 하늘이다. 천하에 한 톨의 불씨를 던져놓고 떠난다. 그 불이 어디까지 옮겨붙을지는 천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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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문에서 묵을 때 문지기가 물었다. 자로가 답하길
    "우리는 공씨의 사람이다."
    문지기가 말했다.
    "아, 그 안되는 줄 알면서 행하는 사람?“


    당대에 안 되면 후대에 된다. 정치로 안 되면 교육으로 된다. 레드오션에 블루오션이 숨어 있다. 어떤 일이 잘 안 되는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면 그것을 살짝 틀어서 다른 각도에서 되게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아이디어는 30년 전부터 있었지만 잘 안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었다. 자판과 펜을 없애고 손가락으로 디바이스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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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예를 좋아하면 백성이 따른다.“


    윗사람이 솔선수범하면 아랫사람이 따른다는 정도로 좁게 해석하면 답답한 거다. 예禮는 예악禮樂이다. 문文이라고도 한다. 곧 예술과 문화다. 현대라면 영화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하고 교양을 쌓고 인문학을 배우는 것이 예다. 세련된 삶의 스타일을 가꾸는 것이다. 


    노무현이 봉하마을에 지붕이 낮은 집을 짓고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듯이 말이다. 인문학을 진흥시키고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차별하면 아는 사람으로 대접받기 위해 점잖게 행동하는 것이다. 인문학과 문화예술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경마장이나 로또복권이나 카지노, 성인업소 따위로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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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5편 위령공衛靈公


    “자공아.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나는 일이관지一以貫之 하였다.”


    구조론이다. 모든 것을 꿰어내는 한 가지 이치는 ‘일’이다. 일은 단계적이며 체계적이어야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알면 잘 모르는 분야라도 쉽게 적용하여 알아낼 수 있다. 공자는 시詩와 악樂의 예술작품을 통해 일의 원리를 알았다. 주역의 밸런스 개념과 역사의 교훈도 도움이 된다. 


    공자는 배움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습할 콘텐츠가 빈곤했기 때문에 스펙 쌓으러 온 제자들이 3년도 채우지 않고 취업전선으로 달려가 버렸다. 공자의 진정한 가르침은 죽간에 씌어져 있는 지식이 아니라 일이관지할 깨달음이었다. 제자 중에 제대로 깨달아서 후대에 전한 사람은 없다. 유가의 가르침은 곧 밀려나고 도교와 불교가 번성해서 중국은 쇠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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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대화할만한 식견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대화할만한 식견이 없는데도 말을 하면 언어를 잃는다. 아는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언어도 잃지 않는다."


    수준이하는 상대해주지 않는 것이 제대로 대접해주는 방법이다. 깨달음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데 말을 보태면 말이 왜곡될 뿐이다. 단칼에 쳐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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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사志士와 어진 사람은 목숨을 버려 인을 이루니 살신성인殺身成仁한다.”


    지사는 독립지사나 혁명가와 같이 나라를 구할 큰 임무를 가진 사람이다. 윤봉길의사와 같고 전태일열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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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이 일하기 앞서 연장의 날을 예리하게 갈아두듯이, 군자는 일하기 앞서 나라의 대부 중에 현명한 사람을 찾고, 선비 중에서도 미리 어진 사람을 사귀어두어야 한다."


    일의 수순을 말하고 있다. 공자가 일의 원리로 깨달았음을 알 수 있다. 역시 구조론과 통한다. 일은 사전조치가 중요하고, 승부는 선제대응이 중요하다. 먼저 외부에 강력한 긴장을 걸어 내부를 긴밀하게 한 다음, 피아간에 대칭을 꾸리고 토대를 장악하며 축을 움직여야 한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aDSC01523.JPG


    안 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제대로 이룬다. 레드오션 속에 블루오션이 있다. 구조론은 간단히, 한 단계로 보이면 실제로는 다섯단계라는 거다. 그러므로 일은 생각처럼 잘 안 된다. 무작정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먼저 되도록 조치해야 되는 것이다. 그 조치는 상부구조에서 행해져야 한다. 결국 안 되는 것은 윗사람의 잘못이라는 거. 공자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때는 뜻을 살짝 굽히면 된다. 그러나 공자는 굽히지 않았다. 안 되는 이유가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아챈 것이다. 그래서 역으로 뜻을 더 키웠다. 대부에게 굽히지 않아 실패하자 뜻을 더 키워 제후에게 도전했고, 제후에게 굽히지 않아 실패하자 듯을 더 키워 왕에게 도전했고, 왕에게 굽히지 않아 실패하자 뜻을 더 키워 천하에 도전했다. 그는 천하인이 되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6.02.24 (17:17:31)

이번 글은 
제가 논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들 입니다.

그 중에
미생무와 공자의 대화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微生畝 謂孔子曰 "丘는 何爲是栖栖者與오? 無乃爲佞乎아?" 
孔子曰 "非敢爲佞也라. 疾固也니라."

미생무가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구(공자의 이름)는 어찌하여 바쁘고 편안하지 않는 것인가?
아무래도 아첨하려는 것이 아닌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감히 아첨하지 않는다. 
고집불통을 미워하는 것이다."

栖栖: 바쁘고 편안하지 않음
無乃~乎?: 아무래도  ~가 아닌가?
疾: 여기에서는 동사로 미워하다
固: 하나에 집착하여 통하지 않는 것

"내 스타일이다"라는 번역은 상당한 센스가 있지만
몇몇 고루한 사람들은 틀림없이
원문을 훼손했다고 트집잡을 것입니다.

만약 출판을 하게 된다면 원문과 1차 번역을 실어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2.24 (17:31:47)

원문 그대로의 해석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좋은 번역은 이미 시중에 수도없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굳이 여기에 와서 제가 사흘만에 해석한 것을 볼 이유는 없습니다.

논어는 분량이 많으므로 제가 전문을 해석하려는 것도 아니고


이 시대에도 말이 되어주는 일부만 구조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 시대의 글은 그 시대로 돌아가서 읽어야 이해가 됩니다.


세월이 2500년 흘렀는데 직역해봤자 그게 오히려 왜곡하는 것입니다.

'謂曲則全者'라 했으니 곧은 것이 도리어 굽었다는 말이 그 의미겠지요.


깨달음으로 깨달음을 치는 것이니, 공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공자가 21세기를 방문한다면 어떨까 하는 관점으로 쓰는게 의미가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6.02.24 (17:54:22)

한나라 때에 금고문 논쟁이 있었고

그 이후 공영달이 나와 주석을 달을 때까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원문의 뜻을 알려고

노력을 했었습니다.


이후 주희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청나라에서 고증학이 나와

진짜 가짜를 제대로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노력들도 결국은 다 헛것이었군요. ㅠ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2.24 (17:57:44)

원문의 정확한 뜻은 

한자 전문가인 풍골님이 도전하셔야 할테고


저는 공자의 깨달음만 보는 것입니다.

인간이 깨달으면 일단 말이 많아집니다.


생각해서 말하는게 아니고 

말이 스스로 말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공자 자신도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깨달음에 의해 패턴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패턴을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많은 해석이 있느나 패턴을 파악하지 않고 자구에 매달렸습니다.


패턴을 알면 공자가 그리 생각한 것이 아니라

패턴에 따라 말이 그렇게 나와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6.02.24 (17:37:15)

"장인이 일하기 앞서 연장의 날을 예리하게 갈아두듯이, 군자는 일하기 앞서 나라의 대부 중에 현명한 사람을 찾고, 선비 중에서도 미리 어진 사람을 사귀어두어야 한다."


영입 퍼포먼스를 멋지게 보여준 문재인 이야기이군요. :-)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6.02.24 (17:51:33)

이 시대의 참 君子는 오직 문재인과

그의 동지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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