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85 vote 0 2016.03.25 (13:10:03)

       

    ‘바람이 불면 춥다.’ ‘추우면 옷을 입는다.’ 이것이 하나의 완전한 언어다. 완전한 언어는 구조의 복제가 가능해야 한다. 완전한 언어에는 대칭과 호응이 있어야 한다. 대칭은 공간적으로 벌리고 호응은 시간적으로 연결한다.


    ◎ 사건 1 - 바람이 분다. 몸이 춥다.
    ◎ 사건 2 – 몸이 춥다. 옷을 입는다.


    바람에서 몸으로 공간이 확장되었다. 이것은 대칭이다. 바람이 불어 몸이 추운 사건과, 몸이 추워 옷을 입는 사건이 시간적으로 연결되었다. 이것은 호응이다. 하나의 사건이 또다른 사건을 일으킨다. 구조의 복제가 일어난다.


    이러한 구조로 되어있어야 완전하다. 어떤 A와 B가 있고, A의 변화가 B의 변화를 촉발한다. 이때 A와 B를 통일하는 제 3의 존재를 포착하는 것이 깨달음의 핵심이다. 그것은 보통 어떤 장場, 혹은 계系의 형태로 존재한다.


    ‘상품공급이 감소하면 물가가 오른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감소한다.’ 두 개의 사건이다. 두 사건을 통일하는 제 3의 존재가 있으니 그것이 ‘시장원리’다. 이 구조로 되어 있으면 완전하다. 당신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이다.


    이 구조가 정치에도 있고, 경제에도 있고, 사회에도 있고, 언어에도 있고, 역사에도 있고, 양자역학에도 있다. 이 구조는 방향성이 있다. 시장원리는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왜인가? 에너지 유입 때문이다.


    장場과 계系는 서로 다른 둘을 연동시켜 묶어놓는데 거기에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러므로 태양이 지구에 빛을 쏘아보내듯이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장이나 계가 형성된다. 태양의 에너지 공급이 생태계를 이룬다.


    장과 계는 에너지의 지속적인 공급에 의해 시계태엽처럼 전체가 한 방향으로 풀려나간다. 진보와 보수라도 마찬가지다. 진보가 이렇게 되면 보수가 저렇게 되는데, 둘을 통일하는 제 3의 존재가 있으니 곧 역사의 진보다.


    인간의 지식이 축적되므로 전체는 진보방향으로 간다. 자동차가 균형을 잡기 위해서 움직이면 전진하게 된다. 운동선수가 밸런스를 잡기 위하여 노력하면 실력이 늘게 된다. 뭔가 플러스 되어야만 평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나침반이 남북을 가리킨다. 달에서도 남북을 가리킬까? 아니다. 지구 깊은 곳에 철이 회전하고 있으므로 자기장이 있는 것이다. 어떤 서로 연결된 두 가지 변화가 있으면 그것을 통일하는 제 3의 어떤 존재는 반드시 있다.


    그 제 3의 존재는 명명되어 있지 않다. 이름이 없으므로 생각할 수 없다. 그것에 명명하는 자가 그 분야의 태두가 된다. 권위자가 된다. 이는 특별히 배워서 아는게 아니라 언어감각으로 그냥 알게 된다. 그래서 깨달음이다.


    소실점이 안 맞는 그림은 어색하다. 화음이 안 맞는 음악은 불편하다. 조리에 안 맞는 언어는 찜찜하다. 그 감각이 깨달음이다.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므로 어색함과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그림이라면 일단 시야가 넓다.


    인간의 눈이 어떤 것을 보고 끝나는게 아니라 조금 더 보기 때문에 그 에너지 증가에 의해 소실점이 있다. 귀로 조금 듣고 끝내는게 아니라 더 듣기 때문에 화음이 있다. 언어 역시 더 많은 정보를 담으므로 깨달음이 있다.


    어떤 증가하는 곳에는 반드시 그것이 있다. 우주는 팽창하고, 시간은 흐르고, 인구는 늘어나고, 사건은 많아지니, 자연은 증가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깨달음이 있다. 에너지 추가공급이 멈추면 죽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말로 의사소통한다. 우리말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지 세종대왕이 특별히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보통사람이 우리말을 만들었다. 보통사람 기준에 맞추어진 것이다. 특별히 심오한 경지를 말하려면 우리말로 안 된다.


    언어 이상의 언어가 있다. 깨달음이다. 간단하다. 대칭과 호응을 이루도록 말하는 훈련을 하면 된다. 대칭과 호응이 안 되면 어색함을 느껴야 한다. 자연을 관찰하다 호응이 안 되는 지점을 발견하면 가시처럼 걸려야 한다.


    호응이 되도록 퍼즐을 맞춰보면 진리가 찾아진다. 시장원리를 찾아내듯이, 마음의 소통원리도 찾아내고, 정치의 진보원리도 찾아내고, 예술의 공감원리도 찾아낼 수 있다. 장場이나 계系가 있고 치고나가는 방향성이 있다.



aDSC01523.JPG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가리켜지는 달도 보지 말고 둘 사이의 관계를 봐야 합니다. 둘 사이에서 치고 나가는 방향성을 봐야 합니다. 에너지가 유입되는 부분을 봐야 합니다. 뻗어나가는 생장점을 찾아야 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523 완전한 모형을 품기 1 김동렬 2014-01-09 8595
3522 달이 뜨다 김동렬* 2012-10-21 8578
3521 죽음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6-09-27 8574
3520 노벨물리학상과 구조론 image 김동렬 2016-10-05 8572
3519 사기당하지 않으려면 image 1 김동렬 2014-06-19 8572
3518 인간이 관측하다. image 김동렬 2016-10-14 8566
3517 구조란 무엇인가? 김동렬 2014-02-02 8555
3516 깨달음의 정답은 스타일이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55
3515 경제예측은 가능한가? 9 김동렬 2014-02-10 8554
3514 이상주의란 무엇인가? image 2 김동렬 2014-12-02 8550
3513 에너지와 구조 김동렬 2018-06-06 8542
3512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6-09-27 8541
3511 모기는 남자를 문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39
3510 질과 입자 image 2 김동렬 2013-11-04 8538
3509 깨달음은 관계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34
3508 제 2의 스푸트니크 쇼크가 온다. image 11 김동렬 2015-06-29 8532
3507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6 김동렬 2014-08-14 8528
3506 구조주의 역사학 세계사 image 김동렬 2016-09-28 8525
3505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라 image 1 김동렬* 2012-10-21 8521
3504 깨달음에 정답은 있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