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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797 vote 0 2013.09.02 (16:35:12)

    원인과 결과
    모든 사건은 시간에서 일어나고 공간에서 확인된다. 궁수가 활을 쏜 것이 원인이고, 과녁에 맞은 것은 결과다. 사건의 타이밍을 결정한 것이 원인이다. 궁수가 타이밍을 결정할 뿐 과녁은 타이밍을 선택할 수 없다.


    사건은 에너지에 의해 일어나고 그 에너지의 진행하는 루트를 결정한 것이 원인이다. 에너지의 진행을 결정하는 스위치가 있다. 그 스위치는 언젠가 켜지며, 그 켜지는 지점은 시간의 지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시간은 없다. 공간의 작용측과 수용측의 상호작용이 있을 뿐이다.


    이때 타이밍을 결정하는 작용측은 에너지가 있고, 수용측은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의 통제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므로 작용측에 대응해야 한다. 작용측이 원인이다. 작용측이 타이밍을 결정하므로 시간성에 해당한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거나, 혹은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가난하다거나 하는 식의 판단은 공간의 요소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간접원인은 되지만 직접원인은 아니다. 시간을 결정한 것이 사건의 진짜 원인이다. 밥을 먹는 원인은 밥이 맛있기 때문이 아니라,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물론 맛있는 것도 원인이 되지만 그것은 감자를 먹어도 되는데 하필 밥을 선택한 이유일 뿐 사건의 직접원인은 아니다. 배가 고파서 먹은 것이며 배가 꼬르륵하는 것은 시간이다. 반면 밥맛은 밥 자체의 속성이며 그것은 공간의 사정이다.


    키가 크지 않는 원인은? 탈모의 원인은? 질병의 원인은? 원인은 시간에도 있고 공간에도 있지만 그 중에서 조절가능한 부분은 시간이다. 유전자 때문에 탈모가 일어난다면 이는 공간의 원인이다. 그런데 공간의 원인은 어쩔 수 없다.


    유전자를 바꿀 수 없다.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일어났다면 그것은 시간의 원인이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실제로 있었고, 그 일은 시간의 어느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조절이 가능하다.


    달이 지구를 도는 공간적 원인은 만유인력 때문이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시간적 원인은 성운설과 운석충돌설 등이 있다. 이는 달이 처음 생성되어 지구의 인력에 붙잡힌 사정을 말한다.


    이때 달은 지구를 돌지 않고 떠나버릴 기회가 있었다. 시간의 장소에서 선택의 기회가 주어져 있을 때 그것을 원인으로 지목해야 한다. 그 부분이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가난한 이유가 지능이 낮기 때문이라면 이는 통제할 수 없다.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면 이는 통제가 가능하다. 반드시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4살 먹은 어린이가 총을 쏘아 살인을 저질렀다면 어린이탓을 할 수 없다. 어린이의 눈앞에 총을 놓아둔 부모를 탓해야 한다.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은 시간상에서 일어났고 그 지점이 통제가 가능한 지점이다.


    대구역 열차사고의 원인은 신호기의 위치가 잘못된 탓도 있고, 승무원의 실수 때문이기도 하다. 신호기 위치는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낳았고 승무원 실수는 사고의 타이밍을 결정했다. 시간이 직접 원인이다.


    북한이 남침한 원인은? 동서냉전 때문이기도 하고 김일성의 야심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을 지정한 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공간 양쪽이 다 원인이지만 항상 시간이 원인이다. 타이밍을 결정한 자에게 책임이 있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스위치는 언제라도 시간에서 작동되기 때문이다. 의하여는 시간을 결정하고 위하여는 공간을 결정한다. 원인을 찾는 것은 그것을 통제하는 스위치를 찾는 것이다. 쏜 활 때문이기도 하고 맞은 과녁 때문이기도 하다.


    둘 다 잘못이 있지만 시간을 결정한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성의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 성범죄와 관련이 있다면 그 옷차림은 공간을 구성하고 범죄자의 공격행동은 시간을 결정한다.


    언제라도 시간쪽을 통제해야 한다. 그래야 양자역학의 자발적 대칭성 깨짐에 의해 사회가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공간을 통제하려할 경우 역설의 원리가 작동하여 의도와 반대의 결과가 일어나는 일이 허다하다. 이때 시간은 순수한 시간이 아니라 타이밍을 결정하는 공간의 에너지 작용측을 말한다.


    소집과 분배
    분배의 정의는 잘못된 개념이다. 생산 요소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경제학개념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분배의 정의가 아니라 소집의 정의라야 한다. 왜냐하면 에너지는 입구를 통제할 뿐 출구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밥을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있을 뿐 화장실에서 배설하는 양을 조절할 수 없다. 물론 약간의 시간적인 조정은 가능하다. 급해도 다리를 꼬며 참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물리적 한계가 있다.


    경제 역시 생리와 같아서 입구를 조절할 뿐 출구를 조절할 수 없다. 만약 억지로 출구를 조절하고자 하면 역설의 법칙이 작동하여 의도와 반대로 된다. 평등하고자 하는 분배가 오리혀 불평등을 야기하거나 불평등구조를 고착화 한다.


    하층민에게 현물을 지급하면 그 현물에 안주하게 되고 따라서 더 이상 상승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분배의 정의가 아니라 소집의 정의여야 한다. 소집의 불평등은 한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남자에게 몰아주기다.


    자녀들 중에서 장남 1인에게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차남이나 여자형제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 특유의 재벌에게 몰아주기 관행도 이와 같다. 이는 소집의 불평등이다.


    장남이 성공하면 희생한 가족에게 보상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그러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한국의 노인들이 자녀의 효도에 노후의 생계를 의존하고자 과잉교육을 하지만 그 혜택을 본 자녀들은 부모의 강압에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되므로 그러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노인자살에 의한 것이며 이는 차별적 소집의 후과로 인한 노인의 고립 때문이다. 가족에 의한 분배는 불가능하며 국가시스템에 의한 분배여야 하고 그 분배는 소집의 정의로 이루어져야 한다.


    소집의 정의는 이를테면 월드컵 예선경기는 모든 팀들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는 것과 같다. 물론 본선행이 유력한 팀들은 톱시드를 배정받는 혜택을 누리지만 올림픽 경기의 100미터 달리기라면 출발선에 나란히 서야 한다.


    그것이 소집의 정의다. 그러나 게임이 진행되면 유력팀 한 팀이 인기를 독차지한다. 프로야구라면 류현진 한 명이 나머지 한국의 9개팀보다 더 인기가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한 명의 리더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


    시합이 끝난 다음에는 금은동을 차별하여 기여한대로 보상해야 한다. 맹목적인 분배의 균등은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원이 돌아가게 하므로 낭비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교육을 받고, 동일한 대접을 받으며, 동일한 기회를 가지고 출발선에 나란히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고도의 긴장상태에 있어야 한다. 소집은 전쟁에 대비한 소집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으로 나타난다. 경쟁구조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고립된 섬이나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반도국가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약하다.


    그 경우 차별이 고착화 될 우려가 있다. 재소집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이라면 대학입시 때 단 한 번 소집되고 그 이후 소집이 없다. 단 한 번의 경쟁에서 인생이 결정된다면 정의는 실패다.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경쟁에 의해 부단히 재소집되어야 한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은 축제나 제사, 관제행사 등으로 의례적이고 강제적인 소집으로 이 문제를 우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소년은 친구사귀기로 긴장상태에 있어야 하고, 청년은 연애하기로 긴장상태에 있어야 하고,


    백수는 취업하기로 긴장상태에 있어야 하고, 장년은 가족유지로 긴장상태에 있어야 하며, 부단히 신제품, 최신유행, 최신뉴스가 쏟아져서 그러한 현대성에 의해 사회관계의 긴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투쟁을 조성하고 각자 총을 나눠줘서 소집에 응하게 해야 한다. 만약 결혼하고 주부로 안주하거나,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철밥통에 안주하거나, 노인이라며 경로당에 안주하거나, 종교인이라며 천국행에 안주하거나 하는 등으로 사회적 일탈이 일어나서 사회관계의 긴밀도가 떨어지면 소집이 중단되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으며 차별은 영속화 되어 사회는 해체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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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9.02 (17:42:57)

경쟁구조에 불러들임이 소집이다.

전쟁에서는 총을 줘놓고 소집이지만,

사회에서는 기회를 균등히 줘놓고 올바른 "경쟁구조"에 맡겨야한다.

모든 포지션, 세대가 공히 여기에 속한다.

국가가 할 일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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