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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72 vote 0 2016.06.02 (23:41:54)

    

    공자와 노자


    군자는 위에 있으므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소인은 아래에 있으므로 위를 올려다 본다. 관점의 차이다. 논어는 깨달은 사람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풍경이고, 도덕경은 깨닫지 못한 사람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본 풍경이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전모가 보이지 않는다. 내막을 알지 못하는 자가 함부로 입을 놀려 아는 척을 하니 언어가 혼란스럽다. 언어가 혼탁하니 소인배에게는 그것이 도리어 매력이 된다.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단에 빠진 사이비 목사들이 성경구절을 입맛대로 왜곡하는 것과 같다.


    도덕경의 문제는 문장이 졸렬한 데 있다. 도덕경을 읽고 매력을 느낀다면 수준을 들키는 셈이다. 건질만한 것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 거의 개소리다. 입에다 진흙을 집어넣는 느낌이다. 그러나 큰 진리를 아는 사람에게는 반면교사가 되니 욕지기가 나와도 참고 읽어볼만 하다. 도덕경은 절대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비교하자면 공자와 노자의 차이는 크다. 노자는 문장력이 떨어진다. 좋은 대목과 조잡한 표현이 공존한다. 조잡한 부분은 후대의 가필이라는 설이 있지만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논어도 공자의 말과 제자들의 말은 수준차이가 큰데 공자가 워낙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노자가 천박해 보이는 점도 있다.


    노자는 곳곳에서 ‘나도 모르지만 억지로 말해본다.’고 고백하고 있다. 공자의 표현을 빌면 언어가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추상개념을 나타내는 어휘가 절대 부족하여 단어 한 두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으니 애처롭다. 아마존의 조에족이 의미불명의 ‘께또’ 하나로 해결하는 식이다. 수학적 사유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데 당대의 중국에는 비례, 수렴, 확산, 대칭과 같은 단어가 없었다.


    율곡과 퇴계


    중국에 공자와 노자가 있다면 한국에 율곡과 퇴계가 있다. 포지션은 같다. 공자는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결정을 주장하고, 노자는 현실도피와 의사결정 회피를 주장한다. 공자가 강자의 논리라면 노자는 약자의 논리다. 공자가 중앙의 논리라면 노자는 지방의 논리다.


    지방이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방법은 칸을 가르고 담을 쌓고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변방에서만 먹힌다. 서울에는 어차피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므로 그러한 칸나누기가 먹히지 않는다.


    율곡과 퇴계의 차이도 같다. 수도권 출신의 율곡이 중앙의 공격논리를 편다면 지방 출신인 퇴계는 변방의 방어논리를 편다. 사실 변방에는 노자와 퇴계의 방법이 먹힌다.


    중국으로 보면 삼국지의 오나라가 그렇다. 위와 촉이 중앙집권을 휘두른데 비해 오는 지방 토호들이 영토를 갈라먹었으니 가야연맹과 비슷하다. 일본은 근래까지 이 방법으로 국가를 유지했다.


    오나라가 제법 버틴 데서 보듯이 이 방법이 방어에는 먹힌다. 그러나 공격에는 먹히지 않는다. 자기편끼리 손발을 못 맞추기 때문이다. 일본군은 육군과 해군으로 나뉘어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했다.


    임진왜란 때의 고니시와 가토 역시 그러했다. 지금도 관동과 관서로 나뉘어 으르릉댄다. 한국 역시 남쪽은 지역주의로 으르릉댄다. 이는 지정학적 구도와 관련이 있다.


    회사도 내부에 파벌을 만들면 이렇게 된다. 일본만화 시마과장을 보면 일본 기업이 왜 망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파벌간의 암투와 음모가 만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내부경쟁이 오히려 성과를 내기도 한다. 국군도 박정희가 일본의 방법을 모방하여 소대간에 경쟁하게 만들었다. 박정희가 차지철과 김재규를 경쟁하게 만든 것과 같다. 자기네끼리 경쟁하여 강해지는 방법으로 2등까지는 갈 수 있으나 1등은 못된다. 일본이 잘 가다가 주저앉은 이유가 그렇다.


    종교가 문제다


    유교의 장점은 과감한 의사결정에 있다. 안회의 어진 마음에 그것이 있고, 자공의 지혜에 그것이 있고, 자로의 용맹에 그것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다. 한국이 왜 강한지를 우리는 모르고 있다.


    한국인은 매뉴얼 없이도 일을 해내는 세계에서 유일한 민족이다. 매뉴얼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단점이다. 우리가 본심을 감추고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도교에 빠진 중국과 달리 의사결정에 능한 유목민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공자는 유목민 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도교는 농경민 문화의 단점이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 공자의 시대는 짧았고 중국은 다시 농경민의 관습으로 퇴행해 버렸다. 일본인 특유의 의사결정 못하고 애매모호하게 가는 전통은 도교의 일본식 변종이라 할 신토 때문이다. 종교를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



   aDSC01523.JPG


    문재인의 말처럼 바둑에 모든 것이 있습니다. 바둑은 초반의 논리와 중반의 논리와 종반의 논리가 다릅니다. 항상 이기는 길은 초반의 논리입니다. 물론 중반의 싸움과 종반의 디테일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실무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지도자는 초반의 논리로 천하의 일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초반의 진보논리나 막판의 보수논리 중 하나에 매달릴 뿐 돌아가는 판 전체를 보지 않습니다. 진보는 너무 먼 미래만 보려고 하고, 보수는 지나간 과거에 매달립니다. 둘 다 의사결정 회피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두려움이 들어차 있는 것입니다. 

    공자는 너무 초반의 논리에 매달려 일을 크게 키워놓았을 뿐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 지은게 없습니다. 그런데 철학자는 원래 이렇게 합니다. 노자는 째째하게 막판의 보수논리에 숨으니 '내 한 몸만 돌보면 된다'는 식으로 조잡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입은 또 살아서 가끔 한 번씩 초반의 극단적인 진보논리를 들이대곤 합니다. 급격한 진보를 주장하여 명성을 얻지만, 당연히 주장이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극단적인 보수로 갈아타는 자들이 많습니다. 노자의 말에는 지극히 위험한 말이 많으니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중국을 망친 것은 노자입니다. 

    노자의 무위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국가의 불개입을 외치는 극단적 보수주의와 통하는 말인데 IMF 망국의 비결입니다. 영삼이 인사가 만사를 외치며 실무에 손을 놓으니 나라가 멸망했습니다. 이런 일이 중국사에는 3천년 동안 반복되니 명나라 만력제는 30년 동안 잠적해 버린 일도 있습니다. 황제가 무위의 도를 행하여 30년 파업을 하니 나라는 아주 만주족에게 넘어갔습니다. 박근혜의 7시간 소동은 만력제 30년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하겠습니다. 하루에 50건씩 스케줄을 소화하는 힘 좋은 대통령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레벨:30]스마일

2016.06.06 (11:55:11)

세째왕자 안평대군이 4대문밖 부암동 산 기슭에

무릉도원 비슷하게 만들어놓고

칩거한 것은 왕위계승에 밀리고 나서이고

 

조선선비들이 열렬히 따라그렸던 무릉도원도는

현실싸움에서 밀리고 지친 마음 쉬고 싶다는 뜻을

그림으로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 영역을 만들어 놓을 것이니 그안으로 침범하지 않으면

나도 세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무릉도원도,

대표적인 현실도피용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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